니트로 커피 + 핀란드
비도 오고 해서 (평소보다)일찍 집에서 나왔다.
은행에 들렀다가 근처에 있는 이디야커피 에서 '니트로 커피'라는 것을 주문했다.
텅빈 카페 안을 가득 채우는 학(부)모들의 수다와 우울한 음악이 뒤엉켜 묘한 형상의 소음이 탄생했다. 끌리듯 밀어내는 매력의 소음을 이겨내는 창백한 알바생의 목소리.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니트로 커피다.
내가 '니트로'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된 건 고전게임인 '방구차'에서다. 더 많은 방구를 뿜게 만들어 더 빠르게 달리게 만드는 화학물질인 니트로를 넣은 커피라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니트로 커피란, '콜드 브루 커피에 고압의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주입, 냉각하며 스파클링한 기네스 맥주의 특색을 닮은 콜드 브루 커피. 맥주같은 청량감과 크리미한 거품이 특징'이란다.
자신과 타인이 인정하는 '맥주덕후'로서, 니트로 커피는 전혀 맥주같지 않다. 맛은 기존의 콜드브루커피나 더치커피와 흡사하다. 다만 빨대로 마시는게 아니라, 리드를 열어서 입을 대고 마시면 맛이 두 배는 나아진다. 정말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전에 홀로 이런 궁상을 떨다보니, 벌써 7년이나 지나버린 핀란드에서의 생활이 떠오른다.
잊을만하면 꺼내먹는 핀란드의 추억은 빈곤해지는 정신세계를 조금이나마 살찌우는 비상식량이랄까.
핀란드에서도 커피를 자주 마셨다. 핀란드 사람들은 커피를 자주, 많이 마신다. 나도 그랬다. 날씨가 추운 탓도 있었지만 그 단순함이 좋았다.
카페에 가서
Kahvi, please.
라고 말하면서 1유로를 내면 끝이었다.
Kahvi는 커피라는 뜻이다. 그냥 커피 한 잔 주세요,라고 하면서 동전 한 닢 주면 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곧 따뜻한 커피를 한 잔 준다. 끝이다. 그게 좋았다.
갑자기 왜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다만 '떠날 때가 됐다'는 느낌이 든다.
생각이 아니고 느낌이다.
어디로든 떠날 것 같다.
느낌이 그래.
#WhereT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