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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디 cindyism Jul 05. 2020

인도 사는 사회초년생의 일기장

시간의 흔적을 남기며







어김없이 바쁜 한 주였다.


그래도 아직 일요일 아침이 되면 커피 한잔을 끓이고

이렇게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는 여유가 내면에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방 안의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놓고 커튼을 걷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왔고

책상 위의 유리에 비친 나뭇잎 흔들리는 모습을 한 참이나 바라보았다.


새로운 업무를 익히는 데 정신이 없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나름대로 여유를 즐기는 방법 역시 나는 배우고 있다.


텅 비었던 내 방도 하나 둘 점점 구색을 갖추고 있다.

전신 거울, 옷장, 책상, 접시, 컵, 슬리퍼 등

마음을 다잡고 이 곳에서 잘 살아보겠다며 필요한 것들을 잔뜩 샀다.






따지고 보면 기숙사에 사는 것이지만 그래도 방이 두 개니 나름 첫 자취라 생각하기로 했다.


대학 4년 내내 기숙사 생활을 했고 그다음에는 줄곧 부모님 집에서 지냈다. 세계여행을 시작하고 호스텔, 호텔, 게스트 하우스, 그리고 심지어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집까지 여러 이름을 가진 세계 곳곳의 장소들이 모두 경계 없이 내 집이 되었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적게는 3명, 많게는 7-8명까지도 같이 한 집에서 지내는 셰어하우스 생활을 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취업 준비를 하면서는 한동안 서울에 있는 친구 집에 살았다.


크게 불편함은 없었지만 한 곳에 오랜 기간 정착해 혼자 살아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항상 누군가가 있었고 혼자 있더라도 짧게 머문 뒤 또다시 짐을 싸서 움직였다.


그래서 나 혼자 쓰겠다고 가구를 산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혼자 드라이버를 쥐고 나사를 조이고 조립을 하면서 느꼈다.


“이번에는 진짜 정착을 하는구나.”



첫 직장과 자취의 시작이 인도 땅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많이 성숙해지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너무 욕심 내지 말고 천천히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내 소신대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꼭 좋은 사람은 아니더라도 함께 미소 지으며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여야만 하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휴식이니 이제 그만 아무 생각 안 하고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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