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취업 147일 차, 신입사원의 일기
거센 바람이 인상적인 한 주였다.
이 곳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했지만
몇 달간의 쨍한 햇살이 잊힐 만큼의 거센 바람이었다.
생리를 할 때가 되어서 그런지 며칠 전부터 온 몸이 붓고 무기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할 일은 많고 매일이 바빴다.
머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다.
생리통을 모르는 사람은 정말 복 받은 거다.
전자 찜질팩을 사고 싶은데
여기서 주문하면 또 일주일만 쓰고 버려야 할 것 같아서
검색만 하다 결국 구매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지금까지 구매한 제품들 중 그렇게 버린 것들이 너무 많아 괜히 돈 낭비하기가 싫었다.
이번 달에는 왜 그렇게 초코파이가 당기는지 한 박스를 이틀 만에 혼자 다 먹었다.
코로나 때문에 어디 나가지를 못하니 이번 기회에 살이나 빼자며
그렇게 시작한 다이어트가 벌써 3주 차,
2kg이나 열심히 빼놓고 결국 다시 돌아왔다.
역시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런 얘기를 아무 때나 터놓고 할 수 있는 상대가 없어 조금 답답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것도 적응해 나가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나는 최소 업무 경력 10년 차 ~ 20년 차 혹은 그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업무를 진행한다.
대부분 과, 차장 그리고 부장 정도의 직급에 위치한 분들이 이곳 해외법인에서 주재원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또래, 그리고 동기가 없어서
나랑 비슷한 경력의 사람들과 부딪히는 환경이 아니다 보니
불편한 점도 있지만 사실 이러한 점들이 오히려 더 큰 기회라 생각한다.
한국이었으면 내게 주어지지 않았을 업무들, 고민하지 않았을 것들, 부딪히지 않았을 사람들.
그러니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기회다.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솔직히 나도 사람인지라 힘이 부칠 때가 있다.
너무너무 하기 싫을 때도 있다.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는 건가.
이런 것까지도 내가 고민하고 머리 아파해야 하는 걸까.
그래도
지금이 아니라면
이 곳이 아니라면
어쩌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이
내게 주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잃고 싶지 않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활용하여 더 많은 것들을 얻고 싶다.
욕심내고 싶다.
충분히 나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