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의 휴가, 그 후
휴가를 다녀왔다.
그리운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니, 감정이 북받쳤다.
14일간의 자가격리 때문에 한 달이라는 긴 휴가를 받게 되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감사한 마음이 컸다.
보고 싶었던 가족과 친구들을 아낌없이 만나고
먹고 싶었던 음식을 잔뜩 먹으면서
지난 1년 간의 밀린 수다를 떨었다.
행복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별 시덥지 않은 이야기에 웃고
또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하면서 울기도 하는 시간, 그 소중함이 주는 행복감에 한껏 빠져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인도,
첸나이 전세기를 타고 다시 돌아왔다.
아침까지만 해도 분명 한국이었는데 8시간 만에 다시 인도로 왔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그리고 벵갈루로 가는 국내선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받았던 그 따뜻함과 행복함이
갑자기 사라지고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나 정말 이 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문득 겁이 났다.
달콤했던 휴가 이후, 외로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한동안 나는 퇴근 후 혼자 있지 못했다.
다행히도 다른 회사에 친한 언니가 한 명 있는데
며칠 동안은 계속 일을 마치면 우리 집이 아닌 언니 집에 가야만 했다.
그리고 우연히 팀 회식을 하게 되었는데
첫 회식이기도 하고 올해 다들 고생이 많았기에 내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썼다.
팀원들이 좋아할 만한 인도 음식으로 예약했고
그렇게 처음으로 다 같이 저녁을 먹었다.
아무렇지 않게 둘러앉아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각자의 목표와 꿈,
가족과 연애를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
그동안 서로 해야 했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로 우린 저녁을 채웠다.
그 날 나는 3년 전의 내가 인도에서 처음 느꼈던
나를 사색과 철학하게 했던 대화의 움직임을 다시 보았다.
그리고 더 이상 퇴근 후 그 언니의 집으로 가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해외법인에서 이렇게 생활하면서 지낸다는 것이
사실 엄청난 경험과 경력이 될 것이라는 믿음도 있지만
솔직히 아주 가끔은 내 젊음과 청춘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딱 하나 내가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다 내 선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도 나에게 인도로 취업을 하라며 떠밀지도 시키지도 않았으며
아는 한국사람은 물론, 취업과 관련한 연고도 없이
오로지 내 의지와 선택으로만 결정했고 이뤄낸 결과이다.
어디서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아가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고 거기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너무너무 멋지고 대단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