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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빌레라' 속 치매 이야기

스타트업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 날아오르는 순간이 있다
- 나빌레라 중 -


요즘 핫한 배우 송강을 보려다가 주인공 할아버지에게 입덕한다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나빌레라’입니다.


드라마 나빌레라 포스터


주인공 심덕출 할아버지는 70대의 나이로 뒤늦게 발레에 도전합니다. 은퇴한 어르신이 갑자기 꿈을 찾겠다고 하니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랍니다. 반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지만 어르신은 이를 무릅쓰고 자신을 위해 발레 연습에 매진합니다. 이런 심덕출 할아버지의 모습에 노년층은 자기 이야기인 것만 같아 눈물을 짓고, 젊은 층은 인생 명언들에 고개를 끄덕인다고 합니다.


지난 4월 6일, 경기도 이재명 지사도 페이스북에서 나빌레라를 언급했는데요, 은퇴한 할아버지의 발레 도전기는 누구나 겪게 될 미래의 모습이라며 ‘어르신이 걱정 없이 발레를 배우실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마련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토대에는 '꿈에 도전하는 어르신'과 함께 또 하나 주목할 대상이 있는데요, 바로 '치매 환우'입니다.



주변에 밝히기 힘든 병 ‘치매’

심덕출 할아버지는 치매 환우입니다.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고, 발레를 하면서도 가족에게 바로 말하지 않습니다.


다들 날 걱정할 텐데...


증상이 아직 심하진 않으니까...


주변에 알리는 걸 미루다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도 하지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곁에 있던 사람들은 우연히, 그리고 필연적으로 할아버지의 증상을 보고 치매라는 사실을 알아챕니다.


이런 경우는 드라마 속 심덕출 할아버지에게만 생기는 일이 아닙니다. 치매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조차도 밝히기 두렵게 만듭니다. 불치병이자 가족 모두가 고통스러워질 병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치매’

부정적인 인식이 다분한 '치매'는 드라마나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2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고, 중치매 환우는 75만 명에 이릅니다.


해외에도 치매 환우의 수는 급증하고 있는데요, 얼마 전 SNS에서 한 치매 어르신의 영상이 많은 네티즌들을 울렸습니다. 아래 영상을 클릭해 함께 보실게요.


https://youtu.be/yjbYwE5CPGo


젊었을 때 뉴욕에서 활동했던 프리마 발레리나였던 마르타 할머니는 당시에 추던 백조의 호수 음악을 듣고 휠체어에서 발레를 합니다. 비록 머릿속 기억은 지워졌지만 몸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린 감동적인 영상입니다.


할머니는 과연 자신이 치매를 앓게 될 거라 생각이나 했을까요? 불현듯 찾아온 치매는 한 사람의 인생을 잠식해 그저 '아픈 사람'이라고 낙인찍지만 기적처럼 그 속엔 자기 자신이 남아있습니다.


할머니의 몸짓과 눈빛만 봐도 치매 환우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니까요. 그 시절 그녀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고 많은 네티즌들이 눈물을 흘리고, 치매 환우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다고 합니다.



환우를 한 번 더 아프게 하는 말들

미국의 유명 에세이 작가이자 예술평론가인 수잔 손택은 자신의 책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질병을 둘러싼 은유는 환자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겪게 만들며, 자신들의 질병에 혐오감을 내비치고 일종의 수치감을 느끼도록 만들 뿐만 아니라, 조기에 치료를 받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만든다.
- '은유로서의 질병' 출판사 서평 중 -


아픈 것도 힘든데 사람들의 낙인으로 환우와 보호자는 더 큰 고통을 받습니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받으면 치매 환자 가족이 향후 8년간 약 7,900여 시간의 여가 시간을 더 누리고 6,400만 원을 더 절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그렇지만 사회적인 분위기에 조기 치료 시점을 놓치거나 치료를 거부하는 환우들도 있습니다.


2012년 국제 알츠하이머 단체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치매 환우의 24%가 치매 진단 이력을 숨겼다고 해요. 주변 사람들이 치매라는 걸 알고 나면 편견을 갖거나 대화를 거절하며 차별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식은 말 한마디, 눈빛에서 드러나고, 치매 환우와 보호자는 상처받으며 사회적으로 고립되게 됩니다. 그런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치매 환우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두 사람이 개선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응하는 치매

해외에서도 치매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제도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드 호그벡' 마을이라는 중증치매 노인들의 마을이 있습니다. 환우들이 모두 모여 식당, 카페, 영화관 등 편의시설을 이용하며 각자의 주거 공간에서 생활합니다. 이 마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일상'으로 치매 환우들이 자연스레 커밍아웃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출처 : 드 호그백 홈페이지

영국에서는 치매 예방 인식을 위한 전국 캠페인을 하는데요, 치매 조기진단을 강화하고 1차 진료 의사들이 치매를 감별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학교에서도 치매에 대한 교육과 봉사를 강화하기 위해 서포터즈를 양성하죠.


미국은 뇌 건강 정보 제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특징입니다. 국립보건원에서 뇌 건강에 대한 툴킷인 'Brain Health Resources'를 개발해 사람들의 뇌 기능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알리고 있습니다.

출처 : Brain Health Resources 홈페이지

일본은 치매 예방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체조 교실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고위험군에 대한 치매 예방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합니다. 또한 일반 대중의 인식 개선은 물론 돌봄자를 위한 지원, 치매에 친화적인 지역사회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전략으로 환경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치매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

우리나라에서도 2025년까지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세웠어요. 그동안 치매 국가책임제를 추진하며 지속적인 치매지원을 위해 많은 시스템을 구축했답니다.


우선, 전국에 치매안심센터를 확충하고, 장기요양등급에 인지지원등급을 신설해 치매 지원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또한 치매안심마을이 많은 지자체에 들어섰고, 치매 원인과 진단, 치료기술 개발 연구로 약 2천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21년 4월 15일 기준 전국 4만 1천여 개의 치매안심센터

또한 치매 환우와 가족들을 위해 치매가족휴가제, 치매치료관리비 지원, 치매가족 자조모임, 치매가족 돌봄교실, 치매상담콜센터 등의 가족 지원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치매 환우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며 통합적으로 돌봄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 케어가 이뤄지도록 합니다. 치매 환우 주변인들은 물론 치매 당사자가 최종 대상이 되는 문화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죠.

드라마 나빌레라 포스터

나빌레라의 심덕출 할아버지가 평생의 꿈을 위해 도전한 것처럼 더 많은 치매 환우들이 자신을 위해 남은 시간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할 일은 편견을 버리는 것입니다. 어쩌면 먼 훗날 우리 가족이 살아갈, 또는 내가 살아갈 세상일 수 있기 때문이죠.


참고자료

[칼럼]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이재명과 나빌레라 "발레 배우는 어르신 걱정 없도록‥ 정치가 할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 치매 환자…75만명

은유로서의 질병, 이후, 2002, 출판사 서평

"치매 질환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한 시점입니다"

KBS 명견만리 9회 치매 생존법

치매안심마을 전국 확대…지역별 특화활용 사례 '활발'


케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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