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박재병의 시니어케어 돋보기(1)
노인 요양시설과 간병인을 중개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노인돌봄산업과 제도를 기업가 입장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님을 어떻게 모실지, 어떻게 해야 잘 준비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독자들과 같이 나누고자 한다.〈편집자〉
양로원, 실버타운, 요양원, 요양병원 등 노인을 위한 전문시설은 뭐가 다를까. 입소 대상 자격, 비용 등을 미리 알아두면 좋다. [사진 pxhere]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누구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양로원, 실버타운, 요양원, 요양병원 등 노인을 위한 전문시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제도나 차이점이 어렵게 느껴지고, 주변에서 부모님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들어간다고 하면 나를 어떻게 볼지 다른 사람의 시선도 의식하게 된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려면 우선 양로원, 실버타운, 요양원, 요양병원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자세한 구분 기준과 함께 입소 대상 자격, 계약 전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을 소개한다.
▶ 요양병원
빠른 치료와 퇴원이 목적인 대학병원·종합병원 등 급성기 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은 만성기 환자를 위한 병원이다. 관리와 보전 위주의 치료를 위해 장기간 머무는 법적 의료시설인 만큼 간호사와 의사가 상주한다. 오랜 기간 머물러야 하므로 주거의 여건과 주변 환경 역시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
▶ 요양원
요양원은 거동과 인지가 불편한 노인을 요양보호사가 24시간 보조하는 노인 의료복지시설로 주거가 주목적이다. 의료인이 상주하는 법적 의료시설(요양병원)과 구분되어, 주사를 놓거나 수술을 하는 등의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다. 의사는 대부분 상주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방문해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정도로 관리가 이루어진다.
▶ 양로원
양로원은 별도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시설과 금액을 지급하고 입소하는 유료 시설로 나뉘지만, 유료 시설의 경우에도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을 넘으면 입소할 수 없다 (자세한 사항은 노인복지법 제14조 ‘노인주거복지시설의 입소대상자 등’ 참조). 즉, 사실상 대부분의 양로원은 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말 그대로 ‘노인 복지 시설’이다.
유료 시설 입소 기준: 본인 및 본인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는 부양의무자의 월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가구원수로 나누어 얻은 1인당 월평균 소득액이 통계청장이 ‘통계법 제17조 제3항’에 따라 고시하는 전년도(본인 등에 대한 소득조사일이 속하는 해의 전년도를 말한다)의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을 전년도의 평균 가구원수로 나누어 얻은 1인당 월평균 소득액 이하인 자로서 65세 이상의 자(이하 ‘실비보호대상자’)
▶ 실버타운
건강하고, 생활에 크게 어려움이 없는 60~70대는 어디로 가야 할까? 실버타운에서는 건강한 노인이 가사 서비스와 식사 도움을 받고, 문화생활과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실버타운은 수백 곳이 넘고 실질적인 운영 가이드가 없으며, 100% 자기부담금으로 운영되나 시설 수준과 서비스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부모님을 실버타운에 모시거나 내가 직접 들어가고 싶을 때, 과연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소 대상자, 즉 자신이나 배우자, 부모님의 성향과 생활 방식을 명확히 아는 것이다. 실버타운은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노년의 삶을 더 잘 즐기고 편안히 보내고자 선택하는 것이기에 각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신중히 살펴야 한다.
실버타운은 위치에 따라 크게 도심형, 근교형, 전원형(휴양형)으로 나뉜다. 부모님을 위해 좋은 실버타운을 고를 때 흔히 하는 실수가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평생 도시에서 지내온 부모님을 전원형 실버타운으로 보내거나, 한 번도 도시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음에도 산속의 실버타운을 계약하는 것이다. 무엇이 좋다고 우열을 가린다기보다 입소 대상자가 정말 조용하고 풍경이 멋진 곳을 원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친구를 자주 만나고 가족이 빈번히 찾아온다면 도심과 근교에 있는 시설이 본인과 주변인에게도 적합하다. 반대로 평생을 전원에서 살아왔거나 전원생활에서 위안과 안정을 찾는다면 전원형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것이 맞다.
또한, 보통의 실버타운은 많은 문화·체육 시설과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홍보하기 때문에 계약 전 충분히 둘러보기를 권한다. 이도 저도 잘 모르겠다면, 유·무료 체험 숙박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단 며칠이라도 머무른 후에 계약하기를 추천한다.
일단 실버타운에 입소하면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년간 노년의 삶을 보내야 한다. 매년 월세가 지출되기 때문에 현재 가진 자산(현금)과 미래의 재정 상태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보증금과 월세 수준을 보수적으로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보통 4~5년 단위 정기 재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물가와 지대 상승으로 인해 비용이 인상된다. 실버타운은 건강하게 들어가서 아플 때 나오는 곳이다. 따라서 부모님, 배우자, 그리고 내가 건강할 때 소비하는 생활비 수준에서 나아가, 아픈 이후에 드는 의료 비용과 돌봄 비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주 평형별 보증금과 월 임차료 수준을 선택해야 한다.
실버타운에 입소하려면 기본적으로 건강검진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입소 조건인 ‘독립적인 생활이 스스로 가능한 상태’를 문서로 증명하기 위해서다. 나 스스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기록상 건강한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실버타운에서는 문화·여가 시설을 단체로 이용하기에 검진 시 전염성 혹은 면역성 질환 등이 발견된다면 계약이 불가능하다. 만약 입소를 고려 중이라면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미리 주의를 기울이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입소 이후에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무료 또는 유료로 제공되는데, 이는 입소자의 건강을 관리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입소자 스스로 생활이 가능한지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하려는 목적도 있다. 그만큼 건강상태는 실버타운 계약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실버타운을 계약할 때는 보증금과 월세, 자신의 건강상태, 주거공간의 기본 옵션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사진 pixnio]
실버타운은 ‘예비 노인 또는 건강한 노인’들을 위한 공간이다. 때문에 오랜 기간 생활하다 보면 사건·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또 자연적으로 신체의 노화가 일어나 거동이 점점 힘들어지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노인 시설과 달리 아픈 이후의 대책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우선 시설 내부에 의료·간호 시설이 있는지, 자체 운영하는 방문요양서비스나 요양원이 있는지, 제휴된 장기요양·간병 서비스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식사의 경우에도 계약된 의무식 외에 룸서비스나 환자식 제공이 가능한지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일시적으로 가족 등 보호자가 방문해 돌보아야 할 경우도 있는 만큼 게스트 숙박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버타운은 단기간 머무는 호텔과 달리 장기간 머물러야 하는 만큼 침구나 가전과 같은 옵션이 잘 갖춰져 있는지, 파손되었거나 작동되지 않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계약 전에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또 시설 특성상 오픈 이후 10~20년 가까이 전자제품이나 시설 등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낡았다면 새 제품으로 변경 가능한지, 혹은 기존에 자신이 쓰던 것으로 바꿀 수 있는지, 비용과 소유권 등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더불어, 상한 벽지나 타일 등 실버타운 측에서 사전 교체해 줘야 하는 부분, 사는 동안 입소자가 임의로 변경 가능 혹은 불가능한 사항을 미리 확인해 입주 전 계약서에 상세히 명시하면 퇴소 시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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