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박재병의 시니어케어 돋보기(3)
장기요양보험은 부모님 돌봄이란 큰 걱정거리를 덜어준다. 하지만 막상 이용하려 하면 그에 대한 기준과 과정이 어려워 낭패를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진 unsplash]
부모님이 요즘 들어 부쩍 깜빡깜빡하시는 것 같다. 치매는 아닌가 걱정돼 가족들과 모여서 긴급회의를 한다. ‘아직은 괜찮을 것이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자’ 등 논의를 하다 미리 요양원이나 요양보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그러다가 장기요양보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정부가 돌봄 비용의 85~100%를 지원해 준다는 내용을 보고 가족들은 한시름 놓는다.
하지만 막상 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려다 낭패를 보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어렵게 돌봄 대상으로 통과된다고 한들 필요한 돌봄 시간을 100% 받을 수 있지 않고, 연간 혹은 매달 개인당 한도가 있다는 것에 크게 당황하게 된다.
이처럼 보호자와 가족들의 낭패를 막기 위해 장기요양제도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고자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으로 시행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그러나 시행 조건이 다소 까다로워 신청 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사진 국민건강보험]
첫째, 장기요양보험은 신청 즉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기요양보험은 신청 즉시 받을 수 없다. 가장 먼저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장기요양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 후 건강보험 공단의 직원이 어르신이 계신 곳에 직접 방문하고, 공단의 등급판정위원회를 거쳐 장기요양 인정 및 등급판정(1~5등급, 인지등급)을 받게 된다.
등급을 받은 후에는 그에 적합한 장기요양센터나 장기요양기관(방문요양센터, 데이케어센터, 요양원 등)을 선택해 우리 부모님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고, 언제 돌봄을 받을지 사회복지사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그 후 장기요양인정서 및 표준장기요양이용계획서 통보를 다시 공단에 제출하면 어르신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최소 1~2달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1~2달의 여유 기간을 고려해 ‘케어플랜’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요양병원에 입원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기요양서비스는 일반 의료기관이나 다른 복지기관에서는 이용할 수 없고 요양원과 같은 장기요양시설에서만 받을 수 있다. 만약 요양병원에 입원한다면, 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급여(의료급여)를 받게 된다. 따라서 장기요양등급을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착각해 요양병원에 입원한다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한 장기요양급여는 받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장기요양보험은 장기요양기관인 요양원, 데이케어센터(주야간보호센터), 방문요양센터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요양병원이나 대학병원에 입원할 경우 방문요양서비스가 아닌, 온라인 혹은 병원과 협약이 되어 있는 간병 서비스를 별도로 이용해야 한다.
셋째, 방문요양서비스는 365일 24시간 받을 수 있다?
방문요양서비스는 24시간 이용할 수 없다. 방문요양서비스는 등급에 따라 하루에 2~4시간만 이용이 가능하다. 일종의 크레딧 제도로, 한도 내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르신 돌봄이 하루에 딱 2시간만 필요한 경우는 매우 드물기에, 별도의 비급여 간병 서비스나 자택 간병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한다.
넷째, 65세 이상의 노인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아니다. 장기요양서비스는 ‘65세 이상 노인 또는 치매, 중풍,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병을 앓고 있는 65세 미만인 자’라는 나이 요건과 의료기관이 증명한 노인성 질환 요건이 맞아야 한다. 거기에 건강보험공단의 등급판정위원회가 6개월 이상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워 장기간 돌봄서비스를 필요로 한다고 인정한 자만 해당된다. 실제로 노인 인구의 9% 정도만 등급을 인정받고 장기요양서비스 혜택을 이용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하면 그 즉시 혜택을 받을 수는 없으며, 공단 등급판정위원회를 거쳐 등급을 판정받고 장기요양인정서 등 필요서류를 모두 제출해야 그에 맞는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출처 unsplash]
다섯째, 다른 노인 돌봄 복지와 중복해서 받을 수 있다?
노인돌봄 제도로는 장기요양서비스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국가유공자 재가복지 지원, 의료급여 장애인보조기기 지원, 특별현금급여(가족요양비), 장애인활동지원, 가사·간병 방문 지원 사업 등 여러 서비스가 있지만, 장기요양서비스와 중복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
또한,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재가급여(방문요양)와 시설급여(요양원)를 동시에 이용할 수 없다. 즉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면서, 방문요양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가급여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시설급여를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 공단에 새롭게 급여종류·내용 변경 신청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여섯째, 방문 요양보호사는 가사와 식사까지 챙겨준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요양보호사의 역할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한다.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 요양보호사는 파출부, 청소부가 아니다. 하지만 어르신의 상황에 따라 더 나은 돌봄 환경을 위해 식사나 청소를 해 드리기도 한다. 보호자가 청소, 빨래, 요리 등 가사를 살필 수 있는 경우 요양보호사가 어르신 돌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요양보호사에게 ‘가족의 요리를 챙겨달라’, ‘온 가족의 빨래와 대청소를 해달라’ 등을 당연하게 요청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요양보호사를 돌봄 전문가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업무를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곱째, 장기요양보험이 있으니 민간보험은 필요 없다?
장기요양보험은 우리가 납부하는 건강보험과 연계해 대부분의 국민이 납부하는 국가보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복지 혜택으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에게 돌봄 서비스 비용의 일부를 보조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으로는 장기요양서비스, 즉 요양원에 입소하시거나 자택에서 돌봄을 받을 경우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소와 기관의 한계가 존재한다. 일반 병원이나 요양병원, 요양보호사가 아닌 일반 간병인에게 받는 돌봄 비용은 한 푼도 보조받지 못한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또한, 방문요양서비스의 경우 월별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금액(시간) 한도가 정해져 있어, 요양보호사의 24시간, 365일 가정 방문을 원할 경우 보호자가 80%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민간보험사가 판매하는 간병인 보험, 간병보험, 장기요양특약 보험, 치매보험 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보험, 복지 혜택과 더불어 노인성 질환과 돌봄을 적절히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을 활용해 돌봄 공백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여덟째, 장기요양등급만 받으면 부모님 돌봄은 졸업이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을 경우 국가로부터 장기요양 기관에서 적법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자격을 얻었을 뿐 돌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봐야 한다. 방문요양이든, 데이케어센터든, 요양원이든 필요한 돌봄 기관을 선택해야 하고, 그 후로도 무조건 정기적으로 상담 및 어르신에 대한 관리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장기요양에서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와 별개로, 큰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 장기요양서비스 시간 외 집에서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도 사전 학습과 준비가 필요하다.
부모님 요양이나 간병은 암이나 여타 성인 질환과 같이 예방 가능한 이슈가 아닐 수 있다. 질환과 달리 노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이 돌봄뿐만 아니라 어르신 돌봄에 대해 더 명확히 인지하고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장기요양제도가 꼭 만능은 아님을 알고, 장기요양이라는 국가가 제공하는 제도 그리고 민간에서 제공하는 간병서비스, 민간 보험서비스 등을 적절히 활용하는 스마트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