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 베이는 모든 게 옹기종기 모여있는 정말 작은 동네다. 그런데 거리 곳곳마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서로 다른 악기들과 음악을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버스킹은 유독 많은 곳. 호주 전역과 세계 각지에서 온 수많은 자유로운 영혼의 그들이 이곳으로 와서 길거리나 바다, 혹은 레스토랑이나 펍같은 곳에서 공연을 펼치며 마음껏 자기 기량을 뽐낸다. 과장이 아니라 조금만 걷다 보면 버스킹, 또 조금만 걷다 보면 또 다른 버스킹을 구경할 수 있어서 자꾸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춰졌다. 원래도 버스킹을 너무 좋아하긴 하지만 특히 지금같이 목적지는 없고 시간은 널널한 이런 때에 버스킹만큼 반가운 게 없다.
뮤지션 주위로 모여드는 사람들엔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어린아이와 백발의 할머니, 선글라스 낀 멋쟁이 할아버지와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남자가 노래에 맞춰 엉덩이를 씰룩대고 현란한 스텝을 선보이는 것을 보면서 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까지 웃음이 전달 전달된다. 서로 이름조차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지만 그 자리에서 함께 버스킹을 즐기는 순간만큼은 나이도 국경도 초월해서 한껏 달아오르는 분위기에 다 같이 취하고 만다. 음악을 매개로 거기 있는 모두의 표정에도 자연스레 스며드는 감동, 행복, 여유 이런 것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로 퍼지는 좋은 감정들은 좋은 분위기와 만나 더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는 건 분명하다.
걸어서 한 바퀴면 다 둘러볼 수 있는 이 작디작은 동네가 아이러니하게도 널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고작 며칠밖에 안 있으면서도 다양한 버스킹을 봤는데 며칠이 아니라 몇 주, 아니 몇 달이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뮤지션들이 이곳을 오고 갈까. 이미 하루를 더 있기로 연장했지만 여전히 유독 버스킹 생각에 떠나기가 아쉬운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