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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le Dec 31. 2022

우울증 커밍아웃

십오 년 만의 우울 증 커밍아웃

우울증의 원인을 타인이나 상황에서 찾는 것이 이제는 조금 미안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중학교 삼 학년 때 원치 않는 외고준비를 강요당하면서 자살시도를 했던 것에서 우울증이 비롯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것은 부모님께 죄송한 일이다.


강한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발하는 경우가 물론 존재하겠지만 15년 동안 여기저기서 듣고 혼자 결론 내린 비 의학적 지식으로는, 이건 그냥 나에게 내재된 성향 같은 것이다. 유전과도 관련이 있는.. 이것은 또 어머니께 탓을 돌리려는 것이 아니다.


2022년 11월, 15년 만에 커밍아웃했다.

폭식증, 우울증, PMS, 성범죄로 인한 트라우마 등으로 병원을 다닌 지는 약 6년, 

나의 소울메이트와 같은 사람 2명 정도 외에는 아무도 알리지 않았다.

내가 우울증일 거라는 것조차 의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밝고, 당당하고, 멋진 사람으로 사는 나니까.


그런 내가 부모님부터 우리 교회 가족, 목사님까지 줄줄이 찾아가게 된 이유는 

정말 아무 이유 없이 횡단보도 앞에서 그저 한 발자국, 내디뎌 날아가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엉엉 울면서..


그때 횡단보도는 조용했고, 주변은 서울역 도심의 빛으로 환했지만,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두컴컴했고 나를 향한 클락션이 미친 듯이 울려댔다. 그 순간을 떠올리면, 나는 그렇게만 떠오른다.


세상이 눈물바다였다. 나를 죽이러 찾아온 것 같았다. 나를 죽이러 찾아왔는데 왜 눈물바다지.

흔히 우울증으로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죽고 싶고 죽음밖에 답이 없을 것 같아서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아니었다.


죽음은 무섭다. 

죽음 뒤에 무엇이 있을 지도 겁이 난다.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꿈도 꾸지 못한 무(無)의 세계일 것이란 걱정이 엄습한다.

그래서 죽고 싶지 않은데, 몸은 죽음으로 나를 끌고 간다.

정신은 뇌다. 정신은 몸이다. 나의 생각이 나를 죽음으로 끌고 간다. 

그런데 진짜 죽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커밍아웃했다.


'살려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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