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은 조금씩 기억에서 멀어지고 오로지 구름의 모양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대로 멈춰 있는 듯하면서도 조금씩 움직이는 구름은, 잠시라도 눈을 떼면 금세 창가에서 멀어져 버린다. 창문의 사각형 틀 안에 가둬 놓기엔 너무 자유로운 탓인지 쉼 없이 어디론가 떠나버리는 모양새가 아쉽지만, 흘러가는 모습조차 아름다워서 그게 부럽다. 나도 구름을 따라가 볼까. 저렇게 천천히 움직이는 걸 보면 순식간에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한심한 상상을 하면서도 눈앞에 새로이 나타난 구름에 정신이 팔려 나는 또 가만히 하늘만 본다.
하늘을 본다는 건 사치다. 잠깐 올려다보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한참을 쳐다보게 되고, 그만큼 나의 시간은 뭉실뭉실한 구름을 따라 조용히 흘러가 버린다. 어떻게 사라져 버렸는지 알지도 못 할 만큼 조용해서, 나중에 후회하려 해도 후회마저 남기기 어렵다. ‘왜,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지.’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이 아까울 만큼 바쁜 세상에 살고 있는 죄로, 앞으로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지 말자고 다짐한다.
저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제 머리 위에 올려놓고도 한 번을 볼 수 없는 게 치사하다. 당장 눈앞의 모니터를 바라봐야 하고, 손 안에 든 일감을 처리해야 하고. 정신없이 먹고 살 일을 하다 보니, 하늘이 예쁘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려 한번 바라보지도 못하는 날이 많아진다. 나 어릴 땐 하늘을 참 많이도 봤었는데. 바빠서 하늘 볼 시간이 없는 건지, 항상 머리 위에 있는 게 익숙해 잊어 버렸는지, 오늘 하늘이 참 예쁜데 몇 명이나 하늘을 쳐다볼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니 요즘엔 하늘이 예쁜지 구름이 어떤 모양을 닮았는지,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들을 기회가 별로 없다. TV를 틀어도 사랑이야기와 사건 사고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와 뭘 해야 잘 살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은 참 많은데, 정말 아름다운 것들은 잘 보여주지 않는다. SNS의 수많은 글을 읽어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는 건지. 너무 흔해서 자랑거리가 되지 못하는 걸까 생각은 하면서도 못내 아쉽다. 찾아가기 어렵고 접하기 힘든 것만이 대단한 것은 아닐 텐데.
바빠서 그런지 흔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도, 이래저래 하늘 한번 보라고 말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오늘따라 하늘이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