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by 하루살이

2층 카페에 앉아 창가를 내려다본다. 잠자리 한 마리가 간판 모서리에 내려앉았다. 바람을 이기려고 버티다 살짝 날려가고, 간신히 그 자리에 내려앉기를 반복한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여섯 개의 다리로 모서리를 끌어안고 안간힘을 쓴다. 바람은 계속 불어오고 날려가기를 수차례. 결국 창문을 따라 날더니 그 길로 떠난다. 바람이 없었더라면 좋을 뻔했는데. 가녀린 다리가 조금 더 튼튼했더라면 좋을 뻔했는데. 잠자리는 미련 없이 떠나고 아쉬움은 나의 몫이다. 나는 떠나버린 잠자리를 대신해 아쉬움을 머금고, 이번엔 내 마음을 달래려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가득 찬 가로수가 온통 초록빛이다. 그 밑으로 주황색 낮은 울타리가 있고, 사이사이 자리한 회색 가로등이 도로 양옆으로 이어진다. 자동차 표지판도, 누군가 세워 둔 자전거도 여럿이다. 눈앞의 작은 거리에도 잠자리가 앉을 자리는 충분한데, 처음 앉았던 간판 모서리에만 남길 바라는 내 마음은 그저 욕심이었나.


세상은 참 넓다. 이 작은 거리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이 넓은 세상에 내가 앉을 자리도 분명히 많을 텐데.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그저 나를 괴롭히는 바람이 그치기만 기다린다. 잠자리처럼 날개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그런 핑계를 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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