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더 무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고
올리버 색스
이름을 이야기할 때
발음을 조심해야 하는 이 의사는
뇌과학과 심리학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습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특히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와
'빨간책방' '김영하의 책읽는시간' 등등
여러 매체에서 추천도서일 정도로
인기가 많은 스테디셀러다.
우리와 조금 다른 사람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독특한 책은
올리버 색스만의 따뜻한 그 시선이
특징이기도 해서 더 유명해졌다.
이 책은 그냥 읽어도 재밌지만,
올리버 색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면 더 재밌다.
올리버 색스는 정말 독특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일생을 담은 자서전이
바로 <온 더 무브>라는 책으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함께
같이 읽어볼 것을 강력 추천드린다.
올리버 색스는 동성애자였다.
그는 런던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20대 시절이었던 1950년대 런던은
동성애 사실을 공개할 경우
처벌을 받거나 투옥될 수 있었다 한다.
그래서 이런 이유를 포함하여
올리버 색스는 결국 뉴욕으로 가게 된다.
올리버 색스의 집은 전형적인 의사 집안이었다.
부모님 모두 의사였고,
형 3명 중 2명이 의사였던 것.
하지만 첫째 형은 조현병을 앓았고
이러한 가족력은 훗날 올리버 색스가
신경과를 선택하고 뇌를 연구하는 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는 부모의 지지와 응원을 받지 못했다.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고백하자마자,
그의 엄마는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라고 대꾸했다고 한다.
올리버 색스는 자서전을 통해
그런 엄마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적고 있다.
큰 아들을 정신분열증으로 잃었는데
이제 또 다른 아들을 동성애로 잃을까 봐
비통한 심정으로 한 말이었다고 말이다.
올리버 색스의 책들은 의사들에게
대체로 호평을 받지 못했다.
특히 그가 일하던 병원에서는
첫 책을 출판하려던 무렵,
'그 책을 내면 나하고는 끝일 줄 알게'
라는 말도 들었고, 결국 짤렸다.
신경과 의사라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의 인생은 해고의 반복이었다.
올리버 색스는 의사이지만,
그보다는 작가의 영혼을 지녔다.
그가 평생 쓴 일기장은 대략
1000권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는 매 순간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메모를 꾸준히 했다.
하지만 이 일기장을 다시
꺼내보는 일은 별로 없었는데,
일기를 자신과 대화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올리버 색스는 건강하게 살다가
70대에 안구 흑색종에 걸렸다.
그는 이 치료를 받으며 결국
오른쪽 눈을 실명한다.
이는 정말 공포스러운 과정이었는데
하루 단위로 실명 상태에서
정상 상태를 오락가락하며
요동을 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 순간에도 신경학자답게,
자신의 환각과 시각 현상에 매료되어
그 진실을 탐구했다고 한다.
사실 이런 정신병 사례를
이야기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출간된 지 30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이 꾸준히 추천도서인 것은
올리버 색스만의 따스한 시선 덕분이다.
병력은 개인에 대해 그리고 개인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병력은 질병에 걸렸지만 그것을 이기려고 싸우는 당사자 그리고 그가 겪는 경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전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병이 아니다.
이 병과 싸우고 있는 이 사람이다.
의사와 마주하고 있는
살아 있는 인간,
현실적인 환자 개인을 바라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진실 말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속엔
다양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제목과 동일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첫 부분에 등장하는데,
그는 오랫동안 뛰어난 음악 교사였다.
그러다 학생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해
올리버 색스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의 반응은 아주 이상했다. 그의 눈은 여기저기로 빠르게 옮겨 다니며 세세한 특징을 잡아냈다. 그중 특히 밝게 빛나는 것이나 색채, 형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설명을 했다. 그러나 결코 장면 전체를 파악하지는 못했다. ..그는 검사가 다 끝났다고 여겼는지 모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뻗어 아내의 머리를 잡고서 자기 머리에 쓰려고 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것일까?
이런 식으로 정신질환이 있지만
단순히 어떤 병에 걸렸다고
설명할 수 있기보다는
개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환자가 겪고 있는 문제점은
인지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물을 접할 때 그것을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본다.
그는 이러한 관계를 만드는 게
우리와는 달랐던 것.
이런 흔하지 않은
독특한 정신질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정말 .. 이 사람들만이
정신질환자일까??
사실, 정신질환, 정신병이라는 건
우리가 붙여놓은 딱지다.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지
판단하는 건 대체 누구일까?
왜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비정상이라고 판단 내리는 걸까?
그들은 우리와 조금 다른 뇌를 가졌을 뿐,
사실 환자는 아닌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보통의 뇌를 가진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면서 남을 해하거나,
상처 입히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이런 보통 상식과는 다른
뇌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따라서 자연스레 사고가 유연해진다.
정상과 보통이라는 개념을
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올리버 색스의 글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여러 예술 작품을 통해
재현되기도 했다.
또한 그의 책들은 과학책이라기보다는
문학책으로 읽어도 이상하지 않다.
(실제로 많은 미국 대학에서 신경학 및
문학, 철학 교재로 쓰고 있다고 합니다^^)
심리학과 문학.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좋은
심리학책 추천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