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사라진 장면
배달 어플리케이션이 처음 나왔을 때, 이게 성공한다면 머지 않아 소상공인을 착취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걸 예상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에 편리함과 혜택은 그런 고민과 고려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처음엔 소상공인과도 상생하는 모습을 약간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소비방식을 완전히 장악했다.
소비자들에겐 지속적으로 나은 혜택을 제공하고, 불편과 비용은 소상공인에 전가하는 구조가 지속된다. 일상화된 시장을 형성해버린 상황에서 쓰지 않을 수 없지만, 착취가 이어지는 구조.
나는 아직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써본 적이 없고, 사업자이지만 음식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소비자 입장에서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지, 사업자 입장에서 얼마나 어려음이 생기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기사나 사람들의 이야기로 짐작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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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략과 기술을 가졌지만 윤리적인 고려와 의식은 없는 집단이 시장에서 성공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
가끔은 모든 소비자가 극적인 어떤 퍼포먼스와 동시에 불편함과 투박함을 선택하는 상상을 한다. 모두가 스마트폰에서 배달 어플을 삭제하고 포장해오거나, 자체 배달을 하는 곳에서 주문해먹기를 선택하는. 마치 러다이트운동처럼.
언젠가는 그런 티핑 포인트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 하지만 그것보다는 모든 소상공인들이 폐업하는 일이 더 빠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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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배달 라이더로 살아남기'라는 방송을 잠깐 보는데 여전히 자체 배달을 하고 있는 중국집이 나왔다.
걸려오는 주문전화 속 대부분의 이들을 알고있고, 집 주소를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배달해주는 집. 현관 앞에 음식을 두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전송하여 배달완료를 확인받지 않는 집. 현관문을 열어 신발두는 곳 앞에 음식 그릇들을 놓아주는 집.
지금은 나도 대면배달이 부담스러울 것 같긴 하지만, 가끔은 그리워지는 장면이다. 지금은 사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