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덤피free dompea ce
Mar 29. 2023
단이파리 - 추억의 배경
일상의 단상을 짧은 시로 옮깁니다. 같이 또 따로 생각할 꺼리....
추억의 배경
남산에서 국립극장을 거쳐
냉면집에 앉았다
건너편 거울에 홀로 앉은 아저씨의
둥글게 말린 어깨를 힐끗거리며
냉면을 기다리는 사이
남녀 한 쌍이 옆자리에 앉는다
첫만남일까?
자연스러움을 가장한 긴장이
수저를 놓아주는 남자의 손끝 떨림으로
파동을 만든다
냅킨으로 이마를 훔치는 사이
냉면대접이 내 앞에 놓이고
마른 목을 대접째 축이다
어색한 남자의 젊은 눈과 마주쳤다
순간 나의 ‘그날’이 떠올라
대접을 내려놓은 손바닥에
슴슴한 웃음이 묻어났다
그리고
이윽고 깨달았다
이제 나는 곧 누군가의 추억의 배경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