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덤피free dompea ce Mar 29. 2023

단이파리 - 추억의 배경

일상의 단상을 짧은 시로 옮깁니다. 같이 또 따로 생각할 꺼리....

추억의 배경


남산에서 국립극장을 거쳐

냉면집에 앉았다


건너편 거울에 홀로 앉은 아저씨의

둥글게 말린 어깨를 힐끗거리며

면을 기다리는 사이

남녀 한 쌍이 옆자리에 앉는다     


첫만남일까?

자연스러움을 가장한 긴장

수저를 놓아주는 남자의 손끝 떨림으로

파동을 만든다     


냅킨으로 이마를 훔치는 사이

냉면대접이 내 앞에 놓이고

마른 목을 대접째 축이다

어색한 남자의 젊은 눈과 마주쳤다     

순간 나의 ‘그날’이 떠올라

대접을 내려놓은 손바닥에

슴슴한 웃음이 묻어났다


그리고

이윽고 깨달았다     


이제 나는 곧 누군가의 추억의 배경이 된다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 단이파리 여섯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