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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Aug 02. 2021

홍남기 vs FT… 집값 고점 논란, 당신의 선택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부동산 관련 담화문이 한동안 화제였습니다. 정부는 지난 7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홍 부총리를 비롯해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참석했죠. 참석자의 면면은 어마어마한데 정작 귀담아들을 내용은 거의 없어서 '빈 수레가 요란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날 홍 부총리의 담화문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 주택시장 전망이었습니다. 홍 부총리는 국내 집값이 고평가 돼 있다며 '집값 상투론'을 펼쳤습니다. 지금 집을 샀다가는 집값이 급락할 때 위험할 수 있다며 일종의 공포 마케팅을 펼친 겁니다. 하지만 아무런 알맹이 없는 공포 마케팅에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도권 집값은 계속 오르고, 아파트 청약에는 수십만 명이 몰리고 있죠. 민간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값은 아직 덜 올랐다며 집값은 지금이 가장 싸다고 큰소리를 냅니다.


이런 가운데 재미있는 외신 기사가 하나 나와서 소개를 해드릴까 합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Pandemic fuels broadest global house price boom in two decades'라는 제목의 심층 분석 기사를 썼습니다. 코로나19 전염병이 20년 만에 가장 광범위한 전 세계 주택 가격 급등을 부채질했다는 내용입니다. 홍 부총리의 '집값 상투론'이 나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경제신문이 글로벌 주택 가격을 분석한 기사를 낸 겁니다. 홍남기 대 파이낸셜타임스의 싸움이랄까요. 양측의 시각이 어떻게 다른지 관심을 갖고 볼만 합니다.


우선 한국 주택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는 부분에서는 홍 부총리와 파이낸셜타임스 모두 동의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0개국(가입예정국 포함)의 올해 1분기 실질 주택 가격 상승률을 분석했는데요. 1분기 주택 가격 상승률은 OECD 평균 9.4%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미친 집값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었던 겁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미국,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터키와 함께 집값 상승세가 유독 강한 국가에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홍 부총리는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울아파트 등 주택 가격이 -9~-18%의 큰 폭의 가격조정을 받은 바 있는 점, ▲지금 아파트 실질가격, 주택구입 부담지수, 소득대비 주택 가격 비율 등 주택 가격 수준·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주택 가격의 급락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도 주택 가격 조정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고 했죠.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주택시장이 붕괴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습니다. 그때와 달리 주택 구매자의 신용등급이 높고, 가계부채 규모가 작은데다, 은행들도 한 차례 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겁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한 스코티아방크의 브렛 하우스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수요와 공급의 구조적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세계 주택 시장의 열기는 더 끓어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물론 파이낸셜타임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전하고 있습니다. 홍 부총리가 언급한 BIS의 클라우디오 보리스 통화경제부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집값의 고공행진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주택시장 호황은 지속불가능하다"며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의 경고는 홍 부총리의 급락 가능성과는 결이 좀 달라 보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이 고평가된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홍 부총리의 경고처럼 각국의 금융당국이 주택 가격 상승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시장이 과거처럼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 겁니다. 홍 부총리의 경고가 홍 부총리의 전망을 방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전 세계 주택 가격이 오르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팬데믹에 따른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죠. 이에 비해 주택공급을 부족하다보니 가격이 오르는 겁니다. 여기에다 목재를 비롯한 원자재 수급이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주택을 짓는 것도 쉽지 않다보니 공급을 늘리는 것도 당연히 어려운 거죠. 미국의 저명한 경제전문매체인 블룸버그도 얼마 전 사설을 통해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가격의 랠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모든 것을 감안할 때 불안한 투기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죠. 


물론 전 세계 경제를 망라하는 파이낸셜타임스나 블룸버그와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홍남기 부총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걸 감안해서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지 판단하는 건 우리의 몫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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