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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Apr 17. 2022

규칙없음, 리드헤이스팅스 (2021)

no rules rules



선배가 꿈이었던 내가 어느덧 12년차가 되었고 -중견이라는 말까지 들어버렸다- 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지경에 되었다. 나의 입신양명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조직에 속해 있는 급여생활자로서의 책임을 다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낯 뜨거운 결과를 내진 말자는 것이 내  성격이기 때문에 성과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 회사에는 이런 사람도 있다.) 내가 꼰대라서 이러는 건지는 몰라도 그것은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의 몫을 해내야 동료들에게 나의 모자란 부분이 배가 되지 않을테니까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요즘은 나이, 경력을 막론하고 본인들이 너무 소중한 것 같다. 본인의 워라밸과 본인에 대한 배려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다른 사람의 그것들에는 나몰라라 하는 것은 이해범위를 넘어서 매우 불편하고, 언짢다. 누구 몫인지 따지기 전에 먼저 조금 더 해주는 것이 지는 것 같아 싫은걸까.


그래서 읽었다. 문학만 읽던 편식 심하던 내가 정말 몇 년만에 읽은 경영서다. 도대체 조직관리는 어떻게 해야하고, 기업문화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코로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지만서도 준비가 없었으면 못해냈을 넷플릭스의 이야기를 읽어봤다. 어떤 면에 대해서는 굉장히 공감했고, 어떤 면은 매우 뜨끔했고, 또 어떤 부분은 넷플릭스부심(=뽕)이 가득찬 내용이라 부담스럽기도 했다. (역시나 이 문학편식쟁이는 필사할 필요는 못느끼고 말았다)


함께

재능이 뛰어난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장의 조건은 호화스러운 사무실이나 멋진 체육관, 혹은 공짜 스시 같은 게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재능 있고 협동심이 강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모든 직원이 뛰어나면 서로에게 배우고 서로가 의욕을 불어 성과는 수직으로 상승한다. 41


그럼에도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다. 휴게실을 만들고, 캡슐커피머신을 들이고, 부식창고를 풍요롭게 만든다고 성과가 높아지거나,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혁신적이고 뛰어난 사무적인 메시아가 나타나 우리 모두를 구원해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자꾸 뛰어난 1명을 말하는데 여기서 내가 그 1명의 롹스타일세!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것을 입증해줄 결과물과 신뢰도는? 아무튼 성과측정이란 매우 머리아픈 일이다) 우리는 재능있고 책임감있으면서 협동심이 강한 사람이랑 함께 호흡하길 원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강점은 강화시키고, 빈틈을 보완한다면 그야말로 어벤저스팀일 것이다. 원탑의 스타플레이어보다는 함께 호흡하고 성장하는 스포츠팀이 나는 더 좋다. 그러나 이게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것을 직장인이라면 모두 안다.


솔직

뒤에서 수군거릴 게 아니라, 당당히 마주 보면서 자신의 의견이나 상대방에 대한 피드백을 명확히 전달하면, 책략이나 은밀한 소통이 줄어들고 업무를 더욱 빨리 처리할 수 있다. 잘한다는 말을 많이 들을수록 사람들은 더 잘하게 되고, 이와 같은 그들의 변화가 하나의 기업으로서의 우리 성과를 더욱 높였다.


바라던 선배가 되니 이제 피드백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어떤 온도로, 어떤 내용을, 어디서, 어떻게 전달해야할지..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다 문제다. 처음도 그렇지만 여전히 참 어렵다. 하나 지키려고 하는 것은 피드백은 앞에서 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피드백을 받아들이느냐, 버리느냐의 문제는 철저하게 듣는 사람의 선택이라는 것.


책을 후루룩 읽고 나니, 너무나 미국스러운 고용불안정이 깔려 있는 규칙없이 자유와 책임을 극대화한 그들의 조직문화를 대입해 우리를 진단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근데 나는 관리자도 아닌데 뭘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거야. 당장 내일 출근이 걱정인데 머리아프게 주말에 이런 책은 또 읽어가지고. 나의 미생력을 극대화 시켜 능력자들과 일하고 싶지만 짤리고 싶지는 않아 같은 책을 하나 써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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