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에 가기로 했다.
마일리지 남은 걸로 대한항공 직항을 예매하고, 에어비앤비로 숙박도 예약했으니 준비 끝!
도착한 후를 위해 비엔나 달리기코스를 검색하고, 갈 수 있는 도서관도 검색해둔다.
숙소 인근의 카페나 식당도 뭐가 있는지 대충 알아본다.
e심도 구매하고, 여행자 보험까지 준비했으니, 나 J인가? 준비 짱짱맨!
비엔나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영화, 'Before Sunrise'도 유튜브에서 서머리로 후다닥 살펴본다.
아무튼 나 답지 않게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만족감에 빠져있던 차, 정작 비행기에서 깨닫고 만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법을 캡쳐하지도, 적어두지도 않았다는 것을. 갑자기 마음이 엄청 후달린다. 비엔나는 한국이 아닌데, 무슨 생각으로 적어두지도 않은 것인지.
공하에서 미리 구매한 e심이 작동해야 할텐데. 안되면 공항에서 와이파이라도 터져야할텐데.
지금까지 외국의 공항에서 인터넷이 안되어 고생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공항에서 해보니 e심은 역시나 연결이 안됐고 (매 번 할 때마다 처음 하는 것 같다. 연말정산도 아니고), 다행히 공항 와이파이는 약하지만 잡힌다.
살았다! 휴~
비엔나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방법은 비싼 시티 Express가 잇고, 조금 더 오래 걸리고 저렴한 일반 기차가(Rex7) 있다. 일단 저렴한 기차로 이동해본다. 보니까 오스트리아 사람들도 다 그거 타더라구. 다행히 기차는 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시내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숙소에 무사히 안착하니 저녁 7시쯤. 대충 짐만 풀고 거리로 나가본다.
어스름이 깔리는 저녁, 오스트리아의 첫 끼를 무엇을 먹어야 할까. 길도 낯설고, 눈에 잘 안들어오는 거리, 슈퍼도 문을 슬슬 닫고 있다. 낯선 곳에서 길을 헤매고 싶진 않아서 근처에 있는 샌드위치 집, 멧데이먼을 닮은 직원에게 샌드위치를 포장해와서 먹었다.
여행와서 좁고 누추한 침대에서 혼자 누워있다 보면, 내 편한 집 놔두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현타 올 때가 있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 온다면, 좁고 누추한 곳도 재미있을 수 있다. 같이 욕할 수 있으니까. 혼자는 같이 욕할 사람도 없고, 속으로 투덜대다 보면 현타만 오지게 온다.
그래서 현타 오지 않으려고 좋은 집을 빌렸는데 문제는 집이 너무 넓다. 런던이나 스위스 가려다 숙소가 너무 비싸서, 오스트리아로 급선회 했는데, 와 이 돈이면 런던에선 코딱지만한 방 한 칸 얻을텐데, 확실히 다르네.
뭔가 엄청 좋은데, 또 좀 너무 넓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