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서 외워봐

[엄마 공감 에세이] 엄마는 말이야

by 류혜진

요즘 너무 바쁘지? 학원 숙제, 수행평가, 중간고사까지... 정말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공부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니 말이야.


사실, 엄마는 학원이란 곳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사람이라 네가 얼마나 힘든지 감히 상상도 못 한단다. 너무 시골 동네였고, 너무 가난했으니까. 사실, 그 시절에는 학원을 가거나 과외받는 아이들이 손에 꼽힐 정도였어. 그래서 상대적 박탈감은 그리 심하지 않았단다.


2022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너희들을 생각하면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또 미안해. 환경과 기후 문제도 그렇고, 코로나라는 몹쓸 전염병, 그리고 학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교육 시스템까지도 말이야.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되었을 때 우리는 모든 학원을 끊었었지. 너도 그리고 엄마도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최대한 집에 머무르려고 말이야. 그렇게 1년이 흘렀고, 중학생이 된 너는 이전과 달리 매우 낮은 점수를 받으며 자존감이 낮아졌었지. 집에서 혼자 공부해도 될 것이라는 우리의 예측과는 다른 현실이었어.


기억나니? 알고 보니 다른 아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든 뭐든 상관없이 학원은 꼬박꼬박 다녔고, 성적이 뒤쳐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허탈감을 느꼈던 그 어느 날 밤!


학원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자료와 밀도 높은 수업방식으로 훈련된 아이들은 중학교 입학 후 첫 시험에서 꽤 괜찮은 점수를 받았지. 그런데 넌, 지난 일 년 동안 혼자서 집에서 한 결과가 그들에 비해 매우 형편없었음을 받아들여야 했지.


사실, 6학년 때까지만 해도 학업적으로 뒤쳐진다는 열등감 따위는 느껴본 적 없던 너였기에 너도, 엄마도 무척 놀랐던 것 같아.


그때 네가 그랬지. 학원을 다녀야겠다고. 남들처럼 바이러스든 뭐든 신경 쓰지 말고 다녀야겠다고 말이야.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지만, 엄마는 네가 해달라고 해주는 것만이 최선이었지. 교육 현실이 학원 공부가 필수적인 상황이고, 그렇게 해야 점수가 잘 나온다면... 정말 그렇다면... 그리고 네가 원한다면 보내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어.


결국, 지난 1년 동안 넌 학원 숙제로 매일 새벽 1시까지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했지. 엄마는 말이야. 솔직히 놀랐다. 엄마 중학교 때와 너무 다른 것 같아서 말이야. 네가 그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은 솔직히 엄마 고3 때랑 비슷한 수준이었어. 그리고 안일한 생각일 수 있지만, '중학생이 저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었지. 물론, 점수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너를 생각하면 '넌 할 수 있다'라고 응원해주는 것만이 최선이었지.


엄마는 너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잘 모르겠어. 할 수 있다고 응원을 하는 한편, '네가 빨리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터득하길' 기도했어. 공부는 정말로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 네가 영어단어가 잘 외워지지 않는다고, 한자 시험을 봐야 하는데 어떻게 그 어려운 획들을 틀리지 않고 써야 하느냐고 했을 때 엄마가 그랬지.


"쓰면서 외워. 쓰면서 외우면 머리가 기억 못 해도 손이 저절로 움직일 거야."


너도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은 모니터 속 단어를 눈으로만 보고 익히더구나. 엄마는 쓰면서 외우던 시절의 사람이라, 그 방법으로는 도저히 못 외울 것 같았어.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또 그 방법에 익숙한가 싶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우는 것을 특히나 어려워하는 네게 '쓰면서 외우기'를 권했지. 그리고 두 시간 후, 네가 생기 도는 얼굴로 나타났어.


"정말 쓰면서 외우니까 너무 잘 외워지네요."


반가웠어. 정말로.

아들, 엄마의 오래된 방법이라도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 시도해보니까 도움이 되었지? 그래서 낡고 오래된 것이라고 다 구식은 아니란다. 그 길을 먼저 간 사람의 이야기도 한 번쯤 귀를 기울이고 따라 해 볼 필요가 있어.


마음을 열어 시도하는 것!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무척 어려운 거야. 내 고집을 꺾고 다른 사람의 말대로 해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거든.


아들! 앞으로도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 물론 엄마도 네가 원하는 응원과 답을 줄 수 없을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해볼게. 공부를 해야 하는, 할 수밖에 없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네가 하루빨리 공부의 목적을 알길 기도한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가 정해지면 힘들어도 참고 이겨낼 에너지가 생기거든. 파이팅이다! 힘내자!!



2022년 3월 27일

너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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