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

지금 이 순간

by 류혜진


아무 날도 아닌데, 문득 내 생각이 나서 책갈피를 샀단다.

나는 반복적으로 물었다.

"내 생일도 아니고, 아무 날도 아닌데 날 위해 책갈피를 샀다고요?"

"네. 그냥 드리고 싶었어요."

온 우주를 품은 듯한 그녀의 미소는 나를 향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사랑이 담겨 있었다.


가만, 가만 나를 돌아본다.

내가 과연 이토록 귀한 사랑을 받을 만한 존재인가 몇 번을 더 돌이켜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 과분한 사랑을 받을만한 공로를 세운 적이 없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전전긍긍 하던 중 철저히 외면받은 기억이 있다. 나는 참으로 모자란 사람이라는 실패감을 잔뜩 맛보았던 흑역사다. 갑자기 그 흑역사가 떠올랐다. 그녀가 선물한 책갈피를 보며.


인생은 공평하다. 과거의 상처가 잘 아물어져 현재의 영광이 되고, 현재의 기쁨이 자만으로 변질되어 미래의 화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절대 교만해서는 안된다. 이전과 현재, 미래에 부끄럽지 않은 순간을 위하여.


모자란 나를 귀하게 봐주고 사랑해주는 그녀로 인해 즐거움을 느꼈다.

나도 그녀에게,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 즐거운 인생을 선물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