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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님 Jan 08. 2017

[나 홀로 미국 서부 여행 2탄] 7일차

금문교 자전거 라이딩

2016/02/08

Bike across the Golden Gate Bridge


오늘은 금문교를 자전거로 건너는 날! 날이 흐리면 자전거 계획을 다른 날이랑 스왑해야 했었는데 운이 좋게도 계획대로 날씨가 따라줬다. 

Pier 근처의 바이크 샵에 가기 위해 케이블카를 탔다.

아침부터 이런 광경을 목격.. 영롱하다.. 빨간색도 아닌 주황색도 아닌 맥 모란지 립스틱 색깔의 쨍한 머스탱을 끌고 가는 중년의 아저씨에게 크러쉬 당하고.

케이블카에 자리를 잡고 출발.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하늘이 아니고 그냥 공기도 바람도 너무 좋아서 소름 돋았다. 진짜로 팔에 털 서게 좋았다.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샌프란시스코 구경하고, 어젠 걸어서 왔던 롬바드 스트릿을 오늘은 케이블카 타고!

대부분 승객들이 여기서 많이 내린다.

Hyde St. 에 내려서 2년 전과 똑같은 렌탈샵에 갔다.

아저씨가 너무 친절했다. 추천 코스 설명해주고 늦으면 이 지점 말고 다른 곳에 반납하라고 알려주고 자전거를 내려줬다. 그러더니 모든 걸 완벽하게 하고 싶다며 자전거 안장을 닦고 체인에 기름칠도 해줬다.


출발하기 전에 아침을 먹기로. 주차장 한가운데에 자전거 락 걸어놓고요!

Pier 39에 온 김에, 아니 일부러라도 BOUDIN 빵집에 들른다.

"어머어머 얘는 컨버터블이네" 이러면서 심취해서 사진 찍고. 네. 저는 미국에 머스탱 보러 왔어요. 맞아요.

Best of Boudin 메뉴 중에 샌드위치 반, 수프 반과 아이스 티를 시켰다! ($15.63)

테라스에서 먹었는데 날도 좋고 정말 맛있었다. 립톤 같은 아이스 티인 줄 알고 시켰는데 그냥 블랙티였다. 쌉싸름해서 에퉤퉤 하면서도 목말라서 벌컥벌컥 마셨다. 해산물이 들어간 차우더를 먹으면 얼굴에 또 알러지가 올라오겠지만 그래도 좋았다!

시애틀에서 먹었던 것보다 덜 짜고 덜 진했지만 가볍고 부드러워서 맛있었다. 환경 보호를 위해 빵으로 된 그릇까지 우걱우걱 다 뜯어먹고 싶었지만 질겨서 잘 안 뜯어져서 일단 후퇴했다.

그리고 배불러서 샌드위치는 종이백 하나 달라고 해서 싸가지고 나왔다. 튜나 샌드위치라 상할까 걱정이 되긴 했는데.. 괜찮아 안 상할 거야! 상해도 쫌만 상할 거야! 괜찮아 히힣 하면서 나왔다.

셀카봉을 지지대삼아 구글맵 자전거 네비게이션을 켜고 출발! 저~멀리 보이는 금문교가 오늘의 골!

기라델리 스토어.

Fort Mason. 2년 전엔 들어갈 수 있었는데 오늘은 닫혀있었다. 추억을 기념하며 한 장 찍고.

아직까진 평지라 그냥 다닐 만하다.

나처럼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냥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있는 로컬도 많다. 정말 부러웠다. 이 풍경을 매일 본다니.

2월인데 서핑할 수 있는 날씨라는 것도 부러웠다. 물론 "쏘 콜드!!!"라고 외치긴 하더라만.

해안가를 따라 쭉 주택가들이 이어지는데 부촌이라고 한다. 

점점 금문교가 가까워지면서 똑같은 풍경임에도 자꾸 멈춰 사진을 찍었다. 돌담에 앉아 셀카를 찍는데 어떤 노인이 자기가 찍어주겠다며 말을 걸었다.

여기선 흔하게 볼 수 있는 친절이지만 그래도 경계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처음에 괜찮다고 하다가 자꾸 귀찮게 하길래 조심스레 핸드폰 카메라를 줬더니 카메라 렌즈를 본인 눈에 대고 찍으시던.... 내가 뒤집어서 큰 흰색 써클을 누르면 된다고 했는데 쭈~~욱 눌러서 연사가 백몇 장을 찍으시던 할아버지...

흔하게 볼 수 있는 개에게 산책당하는 인간, 개끼리 놀고 있으면 자연스레 주인들도 대화를 나누는 풍경

이제 0.7마일만 더 가면 금문교다.

여기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뷰와 색감의 사진이 나온다. 마지막 오르막길 가기 전에 있는 나 홀로 나무 한 그루와 빨간 지붕의 집, 대비대는 파란 하늘. 내가 이 사진을 바로 엄마한테 보냈는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다 ㅎㅎㅎ

오르막을 올라 아까 그 집을 내려다보면 이렇게 되어있다. 지붕 색마저 예쁜 샌프란시스코.

이 풍경을 배경으로 열심히 셀카 찍고 있었는데 제시보다 목소리가 섹시한 언니가 오더니 "찍어줄까?" 하더니 "좀 더 신나는 표정 없어!?" 하면서 포즈도 요구하더니 카메라를 훅 주고 가버렸다.. 걸 크러쉬..

여기 업힐이 너무 심해서 저질 자전거 허벅지로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었다. 내려서 끌기 시작.

천천히 구경하면서 오다 보니 피어 39부터 금문교까지 2시간이나 걸렸다. 

2년 전엔 웰컴센터에 들러서 기념품을 샀었지만 지금은 스킵하고 금문교를 본격 감상하러 고고!

아이스 티가 있긴 했지만 목이 너무 탔다. 물 마시고 하늘 한 번 보고 심기일전해서 출발!

왼쪽은 2년 전에 찍은 금문교, 오른쪽은 당일에 찍은 거.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금문교는 안개가 자주 끼는 곳이라는 걸 모르니까! 여전히 파란 하늘과 붉은 금문교가 대조되어서 참 예뻤다.

이때 한국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이라 한창 귀경 중이었는데 난 여유롭게 샌프란 하늘이나 보고 신났다.

신날 땐 모다? 셀카다.. 금문교 자전거로 건널 때 사람만 잘 피하면 10분 주파 가능할 텐데 나는 하루 종일 풍경 감상하고 셀카찍고 감격하다 건너는데 1시간도 더 걸렸다.

자전거 스피드 리밋인진 아니고.. 아마 자동차겠지? 자전거로 45마일이 나오나ㄷㄷ

"우하하 금문교가 내 손안에 있소이다" 꼭 이런 장난 한번씩 쳐주고..

저 흰색 셔츠를 입은 아저씨는 거의 매 걸음걸음마다 멈춰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었다.

내가 셀카를 찍고 있을 때 아저씨는 웃으며 내 사진을 찍었는데, 기분 나쁘지 않았어서 뭐라고 하진 않았다. ㅎㅎ 아이클라우드나 피카사 어딘가엔 내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다리를 다 건너서 뒤를 돌아보았다. 솔직히 샌프란->소살리토 방향이 상징적으로 머리에 박혀있어서 그런지 반대방향은 생각보다 덜 예쁘다. 근데 사람들은 꼭 양 방향 다 건너보라고 추천한다.

지금부터 소살리토까진 한 번 있는 약간의 오르막길을 빼면 다 내리막이다. 이러려고 이 고생(?)을 했나 싶을 정도로 시원하게 보상을 받는 시간. 페달에서 발 떼고 쭈우욱 바람만 맞으면 된다.

거의 다 내려와서 해안가에서 찍은 사진이다. 소살리토는 샌프란과 비슷하지만 약간은 분위기가 다른 아기자기한  집들이 있다. 내리막 길에서 멈춰서 사진을 찍는 것보단 눈에 담으며 속도를 즐기는 편이 훨씬 좋은 것 같다.

일단 먼저 샌프란행 페리 표를 사러 갔는데 줄이 미쳤다..! 전엔 간단하게 15분 정도 기다린 것 같았는데 줄이 끝도 없이 서있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건 굶주림 속에 줄을 한 시간 반도 넘게 서있었는데 표 사는 줄이 아니라 페리를 타려는 줄이었다는 걸 깨달음..

결국 줄을 다시 서서 표를 끊었다!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노선은 $11.25

원래 계획은 바닷가에 소살리토 유명한 햄버거 집인 'Hamburgers'도 가고 벤치에 앉아서 스벅 음료나 한 잔 하는 거였는데 돌아가면 너무 늦을까 봐 그냥 줄을 기다려서 탔다.

흑흑.. 2년 만에 다시 왔는데 즐겨보지도 못하고 가다니.. 일부러 사람 없을 거 같은 월요일로 골라 간 건데 아쉬움이 밀려왔다.

전에 밖에서 바닷바람을 정통으로 맞아본 적이 있어서 이번엔 실내에 자리를 잡았다. 꼬르륵하며 가방에 들어있던 샌드위치가 생각났다. 혼자 창가를 바라보며 한 입 크게 앙!! 베어 먹었는데 뒷자리에서 갑자기 "혼자 오셨어요???"라는 한국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풉'하며 샌드위치 다 뿜을 뻔했다. 

왜인지 한국인 커플이 말을 걸어왔다. 그러면서 " 여기에 샌드위치도 팔아요?"래서 "부댛ㅇㅇㅇ네서 사왔더ㅏ여" 했더니 "어이쿠.. 다 드시고 말씀하세요"라고.. 그 후로 말을 걸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아가는 길에는 알카트라즈 감옥이 유명한 알카트라즈 섬도 보인다.

페리에서 내리니까 5시 반 정도였다. 노을이 핑크핑크하게 지고 있어서 너무 아름다웠지만 카메라엔 다 담기지 못했다. 자전거 반납 마감시간인 6시 반에 늦지 않으려고 베이 브릿지를 뒤로하고 달리기 시작.

오르막만 다니다가 평지를 달리니까 신났다. 속도도 잘나고 자전거 도로도 넓게 잘 되어있어서 앞뒤로 쭉 자전거밖에 없어서 편하게 왔다. 자전거 반납하는 곳에 도착하니까 다 같이 환호성을 지르며 "어썸! 웰컴! 우리의 라이더가 도착했어!! 무사 도착했어!!!" 이러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민망했다.

집에 오는 길에 Walgreens에 갔다. 너무 목마른데 게토레이 종류(색깔)가 너무 많았다. 그나마 한국에서 흔한 라임맛이랑 비슷한 색깔이라 쓱 집어왔는데 아무 생각 없이 뚜껑 따고 마셨다가 뿜었다..

자세히 보니 오이맛이라고.. 맛없어서 다 버렸다 에퉤퉤

자전거를 이만큼이나 타서 허벅지 살좀 빠졌으려나 하고 찍어본 사진. 저 때 취준 하면서 거의 두 달 동안 이틀에 한 끼 먹고 굶다시피 하던 시절이라 굉장히 말랐었는데 저 때도 내 허벅지에 만족하지 못했었다.

대체 얼마나 굶어야 마를 수 있는 걸까.. 라며 1년 전을 그리워하고 있는 돼지 보스..

졸려 죽겠는데 빨래 끝나기만을 기다리다가 마지막에 잠들어서 실컷 자고 일어났더니 자정이었다.

빨래 다 구겨지고 냄새나겠다 하면서 얼른 꺼내왔는데 이런 참사가 ^^.. 하하하

그냥 다시 자야지! 하고 잤다.


알찬 하루였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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