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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거북이 Sep 14. 2019

공동육아어린이집 첫 등원, 첫 달의 풍경

긴장과 설렘의 이중주

드디어 기다리던 3월 2일, 첫 등원일이 되었다.


아직 어린이집 근처로 이사를 가지 못한 상태라 운전을 해서 15-20분 정도, 차가 좀 막히면 30분 정도 걸리면서 등원을 해야 했다. 둘째 출산을 전후로 돌이 되기까지 운전을 일 년 넘게 쉬다가 이젠 아기 둘을 태우고 운전을 다시 해야하니 부담이 있었다. 둘째가 카시트를 매일 타고 다녀본 적도 없고 혹시나 운전 도중 돌발적으로 울면서 엄마를 찾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과 긴장 속에서도 새로운 곳을 향한 설렘이 조금은 더 컸던 것 같다.


함께크는어린이집 가던 길 © 비단거북이


등원길은 흐르는 양재천을 따라 나 있는 뚝방길이었고, 양쪽의 높이 솟은 나무들이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는 듯 높고 파릇파릇하면서도 울창했던 것 같다. 그윽한 김동률의 목소리로 출발하는 가뿐한 마음을 전하는 노래 <출발>과 아이들 동요를 돌아가며 틀면서 드라이빙했다.



준비물

첫 등원 준비물은 새 수건 5개, 개인 낮잠이불+요+베개 세트, 여벌옷+속옷+양말, 기저귀(기저귀를 뗐으면 패스), 나들이 가서 필요한 물컵(스텐, 물통을 갖고 다니기 어려운 4세 때만 사용한다), 비옷 등이었다. 그리고 서류는 건강검진서, 예방접종확인서 등이었다.


‘비옷’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는 나들이를 가기 때문이다. 부모들 생각에는 아이들이 비가 오면 혹시 추울까 봐 두꺼운 비옷을 준비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아이들은 열이 성인보다 좀 높고 비옷은 방수로 바람도 잘 안 통하고 나들이로 한참 걷기 때문에 아이들은 땀범벅이 된단다. 그래서 얇은 비옷이 나들이에는 더 적정하다. 장화도 높낮이에 따라 아이들이 걷기 불편한 것도 있으니 실제 아이들이 잘 신는지 테스트해보면 좋다.


그리고 ‘여벌옷’도 항시 떨어지진 않았는지 챙겨야 한다. 역시 나들이, 모래놀이 등에서 흙이 가득 묻거나 빗물에 젖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밥을 먹거나 양치를 할 때 젖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나들이에서 쓰인다.


겨울에는 ‘스키바지 같은 방수 바지’ 한 두 개 꼭 구비해두는 것이 좋다. 이때 방수 바지는 발목을 조이는 고무줄이 장착되어 있으면 눈이 잘 들어가지 않아 좋다. 스키바지라도 놀다 보면 남아들 6-7세들의 경우 구멍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공동육아어린이집이 오면 옷을 잘 사지 않게 된다^^; 나들이로 금방 옷이 더러워지고 해지기 때문에 물려주고 받는 것이 활성화되어 있는 편이다.



첫 등원일의 기억 (feat. 짝지 곰발바닥 인터뷰)

첫 등원을 해서 4세 또래들이 모인 방 이름은 참깨방이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는 '반'이라는 명칭 대신, 함께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모인 공간의 '방'의 의미를 담아 '00방'이라고 이름을 짓는다고 했다. 첫 등원일은 아빠와 첫째 아이가 함께 했다. 이 날은 내가 참여하지 않았기에 짝지 곰발바닥을 인터뷰했다.


연필나무 : 이미 2년 반이나 지났지만, 우리 첫째 아이의 등원 첫날 이야기가 궁금해.(크크크) 기억나는거 있어?

곰발바닥 : 글쎄.... 이렇게 질문을 해주니 최선의 대답을 해볼게. 먼저 생각나는건, 4세 첫 나들이 장소가 어린이집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였다는 것이야. 첫날이라 형님들과는 분리되어 4세들만 가서 짧게 놀았던 것 같애.

연필나무 : 분위기는 어땠어?

곰발바닥 : 아무래도 부모가 누구누구인지, 또 그 부모의 아이가 누구인지도 잘 몰라서 데면데면했어. 둘째 아이가 두 명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가정의 부모와 아이들은 이곳 어린이집에 더 익숙해하는 것 같았고 여유로워보였어. 우리 가정 같이 첫째를 4세에 처음 보내는 가정들은 다들 좀 어리둥절한 느낌으로 보였지. 그래서 상대적으로 나는 더 데면데면한 느낌이 들었달까? (하하하)

연필나무 : 그럼 아이들도 데면데면 어색한 분위기였겠네?

곰발바닥 : 아이들도 처음엔 서로 어색해했던 것 같아. 그런데 1시간쯤 지나니 누가 뛰어가면 따라 뛰어가기도 하면서 놀더라고. 아! 그리고 우리가 가져간 등산용 나들이 컵은 스텐 컵으로 바꿔오라고 당시 우리 담임 교사였던 꼼지가 그랬어. 등산용 컵을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간 접이식 빨간색 실리콘 등산용 컵이 자꾸 넘어진다고.

연필나무 : 아, 맞다! 그래서 뽀로로 스텐 컵으로 다시 사간 기억이 난다.

곰발바닥 : 그렇게 첫날 나들이가 끝나고 들어가니 꼼지가 "이번 애들은 좀 활동적인 편인 것 같아요."하더라고. 그리곤 당시 대표교사이던 금붕어가 와서 꼼지랑 아이들에 대해서 관찰한 내용을 이야기하더라고. "다리가 길어서 잘 뛰겠네. 생일이 빨라서 그런가봐. 성격이 활동적인 것 같애." 짧은 시간 안에 아이들 캐릭터를 관찰하고 교사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나누어서 인상적이었어.

연필나무 : 맞아, 정말 아이들 캐릭터를 빨리, 자세히 파악하지. 다리가 길어서 잘 뛰겠다는 내용도 재미있네. (하하)

곰발바닥 :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교사 당 아이들 수가 적잖아. 당시 우리 4세 참깨방은 6명이었는데 담임교사와 보조교사까지 2명이 함께 하니 1인당 아이수가 3명이었던 셈이고. 아마 교사당 아이수가 적으니 아이들을 잘 관찰할 수 있는 것 같애. 잘 관찰하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역할인 것 같은데, 교사당 아이수가 적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

연필나무 : 맞아. 4세는 영아반이라쳐도, 7세도 한 교사가 8-10명 이내로 담임을 맡으니 공동육아어린이집은 아이가 나이를 먹을수록 교사의 관심과 케어를 더 잘 받을 수 있는 것 같애.

곰발바닥 : 나들이나 어린이집 활동을 이렇게 자세히 아이들의 개별 특징이나 컨디션을 관찰하고 그에 맞추어서 계획하는 것이 공동육아어린이집의 특징인 것 같더라고. 그러니 교육 내용도 아이들에 맞추어 유동적인 부분도 있는 것이고.

연필나무 : 맞아. 중간에 새로 들어온 신입들 몸 상태, 걷는 상태 등도 고려해서 또 함께 나들이 걸음을 걷고 서로 보폭을 맞추어가는 것도 인상적이었어.

아빠와 함께 한 4세 참깨방 첫째 아이의 첫 등원일 점심 풍경 © 함께크는어린이집

곰발바닥 : 그리고 점심 시간이 이어졌는데, 역시나 우리 첫째 아이가 골고루는 먹어도 입이 짧잖아. 그래서 더 먹이려고 하는데 꼼지가 그러더라고. "너무 억지로 먹이려고 하지 않아도 되어요." 처음엔 뭔가 했지. 그런데 지내고보니 '스스로 먹게 하는 것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당장 적게 먹더라도 밥양을 체크하기보다, 억지로 먹이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먹을 수 있게 권유하고, 안 먹는 반찬은 '하나만 먹어보자' 이렇게 교육해서 결국은 아이가 잘 안 먹던 음식도 스스로 잘 먹을 수 있게 하는 교육철학이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어.

연필나무 : 많은 것을 느꼈네.

곰발바닥 : 그런데 난 첫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자유놀이 시간'이었어!

연필나무 : 자유놀이 시간? 왜? 밥 다 먹고 낮잠 시간인 2시 전까지 노는 시간?  

곰발바닥 : 맞아! 애들이 정말 굉장히 깜짝 놀랄 정도로 뛰어다니고, 귀를 막아야할 정도로 시끄럽게 놀더라고. 우와,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는 애들이 이렇게 노는구나, 정말 인상적이었어.


아니, 이 남자! 2년 반이나 지났는데 이렇게 상세히 기억하고 있다니! 하긴 그렇게 말하는 나도 내가 2월에 사전아마를 했던 날을 아직도 소상히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공동육아어린이집의 첫날 경험들이 우리 부부에게 얼마나 인상적이었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공동육아어린이집 첫 달의 풍경들

다시 엄마의 시점으로 돌아와 4세 아이의 공동육아어린이집 한 달을 스케치해본다.

참깨방 아이들의 신발장 © 함께크는어린이집

아무래도 4세 아이들의 적응에 대한 선배 부모들의 걱정과 조언들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는 '나들이' 활동을 하루 흐름에서 중요한 비중을 두기 때문에 입소 가능 연령이 4세부터이다. (*일부 공동육아어린이집은 3.5세 전후로 받기도 하니 해당 공동육아어린이집의 등원 가능 연령은 직접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직 4세도 어린 아기이기에, 특히나 4세 이전에 어린이집 경험을 해보지 않은 아이들은 부모와 헤어지는데 조금 애를 먹기도 한다. 우리는 농담 삼아 '대문 앞에서 곡소리가 난다.'라고 하기도 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이렇게 아이는 부모와 떨어져 어린이집 생활을 하게 되고, 아주 영아가 아닌 뭔가를 조금 알게 된 4세 때 어린이집에 처음 적응하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등원을 하며 어린이집에 적응할 때 어린이집 생활에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을 시 S.O.S를 할 수 있는 엄마방과 아빠방, 4세방인 참깨방의 단체카톡방에 초대가 되었다. 어쩌면 그냥 말없이 초대를 할 수도 있었을텐데, 단톡방 초대 이전에 '단체카톡방에 초대를 해도 될까요?'라고 의사를 직접 물어봐주는 당시 홍보이사 초승달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여튼 그때 '아이들과 처음 떨어져서 마음이 아픈 것, 다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대문 밖으로 나오기 어렵겠지만 마음 굳게 먹고 떠나오세요. 아이들 잘 지냅니다.', '조금 일찍 등원해서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집 안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다 나오면 애들이 안정적으로 느낍니다.' 등등의 조언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등원 후에 오프라인 모임도 이어졌다. 아이들 적응에 고민이 많은 신입 부모들을 위해 아지트인 커피숍에서 선배 부모들과 신입 부모들이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아이들 적응을 위해 어린이집 교사들도 최선을 다했다. 아이의 컨디션과 적응도를 면밀히 체크하며 날적이와 등하원시 짧은 대화를 통해 맞춤형 집중 케어가 이어졌다. 이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엄마아빠도 마음을 조금 단단히 먹을 필요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헤어지기 싫어서 한참 울던 아이들도, 다른 어린이집에서 적응에 예민했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교사의 집중 케어에 결국 적응했고 엄마아빠와 잘 떨어졌다. 대문에서 빠빠이 하는 순간 돌변하여(?) 어린이집에서 잘 지낸다는 교사의 리뷰가 속출하며 엄마아빠를 놀래키기도 한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 적응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부모가 아이들의 어린이집 생활을 볼 수 있는 보육권 확보를 위해 4세부터 졸업하는 7세 마지막 날까지 '열린 어린이집'을 지향하며 대문을 열어둔다. 즉, '어린이집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오전 9시 30분 이전과 공식 하원이 시작되는 오후 5시부터 저녁 7시 사이에 부모가 어린이집 안에 머물며 아이들의 활동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하원시 이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했던 것 같다. 첫째 아이가 놀이하고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도 계속 하원시 어린이집 안에 머물며 관찰하며 즐겼다. 또래 아이들 노는 모습도 직접 보기도 하고, 형님들 노는 모습도 관찰하거나 필요시 놀이를 도와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그 해 가을에 공식 어린이집 활동 시간에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평일아마'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우리 아이가 있는 하루종일의 어린이집 활동을 관찰하고 참여함으로써 어린이집 활동에 대한 믿음이 더욱 생겼다.


이렇게 부모에게 어린이집 활동시 오픈되기 때문에 전국에 있는 모든 공동육아어린이집에는 'CCTV'가 없다. 처음에는 CCTV를 달아 어린이집 내부 활동을 찍지 않는다는 말이 불안하기도 했다. 요새같이 어린이집 이슈가 많이 터지는 불안한 시기에 CCTV 없는 어린이집이라니, 가능하기나 한 말이란 말인가.


그런데 CCTV가 어린이집에 꼭 있어야하나, 요새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린이집 활동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내가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 첫째 아이는 첫 달을 어떻게 보냈을까?


첫째 딸아이는 첫날 아빠랑 반나절을 함께 보내고, 이후에도 그럭저럭 잘 지내는 듯했다. 이전 가정어린이집에서도 한두 번 문 앞에서 잠깐 운 것 이외에는 크게 등원 거부를 한다거나 적응을 어려워하는 아기는 아니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항상 잘 지냈고 잘 먹는다는 리뷰가 주로 있었기에 첫째 아이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이곳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틀째 낮잠 자기가 시도되었고 이 역시 큰 무리 없이 지나갔다.


그렇게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또래 같은 방 가정들의 부모 중 한 사람과 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방모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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