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단거북이 Dec 02. 2019

6세 딸이 써준 들살이 마음 편지

들살이에서 워니가 쓴 편지

워니가 6세가 되어 1박 2일 *들살이를

어린이집 친구, 형님들, 교사들과 다녀왔다.


엄마아빠와 떨어져 하룻밤을 지내본 것은

5세 때 *터살이, 들살이,

6세가 되어 터살이를 다녀온 뒤 네번째다.


들살이에 씩씩하게 다녀온 워니가

엄마를 보자마자 소리친다.


워니 : "엄마, 나 엄마한테 편지 썼어!"

엄마 : "그래? 뭐라고 썼나 볼까?"


편지의 앞면에는 워니가 어딘가 계단을 올라가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워니 : "엄마, 뒤에를 봐야지!"

6살 워니의 들살이 편지 © 비단거북이


워니가 말하고 교사가 받아적어준 글자가 보인다.

- 엄마아빠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 -


엄마 : 이건 누가 해준 말이야?

워니 : 응, 엄마 내가 생각한거지.

엄마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


워니는 터전에 다니며 생일편지든 뭐든

엄마아빠에게 편지를 쓸 때면

이 말을 빼놓지 않곤 했다.


- 고맙다. 워니야. -


워니 : "엄마, 이거 뭔지 알아?"


6살 워니의 들살이 편지 © 비단거북이


- 엉마 -


순간 너무 찌릿했다.


엄마 : 워니야, '엄마'란 글씨 어떻게 알았어?

워니 : 내가 쓰고 싶어서 잘 기억했지!

엄마 : 어머, 정말? 너무 고마워 워니야.


가슴 찡한 너의 첫 '엉마'란 글자.


워니 : 아빠는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못 썼어.

엄마아빠 모두에게 쓰는 편지야.

아빠에게도 꼭 전해줘.


그리고 동생 와니와 논다며

거실로 뛰어나간 아이, 워니.


.

.

.



6세 아이가 엄마를 '엉마'라고 쓴 것에 감동하는 이 엄마,

참 주책일 수 있다.

하지만 한글 등 글자에 대한 인지교육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엄마를 쓰고 싶어서 아이가 엄마를 기억해내어 스스로 쓴 '엉마',

이보다 감동적인 편지가 어디 또 있으랴.


인지교육을 해주고 있지 않지만

아이들 마음은 이렇게 잘 자라고 있구나.





* 터살이 = 공동육아어린이집 터전 안에서 부모 없이 1박 2일 지내는 것

* 들살이 = 공동육아어린이집 터전 밖에서 부모 없이 1박 2일 지내는 것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 초입 감 하나 덜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