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이해 Dec 25. 2015

멋진여자는 책을 읽는다.

<멋진여자가 되려면> Chapter 1    

멋진여자는 책을 읽는다.


2005년 어느 늦은 여름, 이별의 아픔을 처음 겪은 후폭풍으로 가슴에 구멍이 난 것 같은 공허함과 배가 고프지도 않고, 밥을 키기도 괴로웠던 힘든 시간을 경험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렸지만 그때에는 ‘어떻게 하면 내 자존감을 높이며 살 수 있을까? 나도 언젠가 멋진 여자가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사랑에 빠다가 헤어진 모습이 너무 어리숙하고 바보 같았기 때문에 더 이상 울지 않고 당당하고 씩씩한 멋진 여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모르건 초록창에 물어보라는, 당시 최고의 CF 모델을 기용한 광고에서 전지현은 이렇게 말했다. “어디든 착! 지식이 착! 네O버가 다 찾아준다!”

정말 다 찾아 준다고?

그래, 그럼 멋진 여자가 되는 법을 글로라도 배워 보자!

그리고는 “멋진 여자가 되는 법”이라고 검색창에 적었다.


 어?! 찾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내사랑 무브』 마......만화책?!” 자기계발서 을 도움이 되는 책으로 예상한 나로서는 뜻밖이었다. 검색을 해 보니 이 책은 절판되었고 이상 출판되지 않는 만화책이라는 사 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네O버 만화로 웹비스를 아직 하고 있던 때라서 다행히 첫 편부터 완결편까지 모두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 친구들이 소장한 만화를 빌려 보거나 동네 책에서 대여를 해서 본 적은 있지만 그 전까지는 만화책을 소장하나 사서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 책만큼은 꼭 소장하리라는 굳은 마음으로 중고 사이트를 찾아 드디어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멋진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나?

내사랑 무브 11권 36p


자존감이 떨어질 때 『내사랑 무브』


만화책이지만 나는 조금은 진지하게 이 책의 내용을 써 내려가고 싶다. 『내사랑 무브』라는 만화책은 후카미 준(Fukami Jun 원작: Muubu)이라는 작가가 쓴 만화책이다. 나도 참 평범하지만 이 만화책의 주인공 ‘오카노 카츠라’도 아주 평범하고 순박하게 생긴 아가씨이다. 짝사랑하던 대학 선배에게서 모욕적인 말을 들은 뒤 전설로 내려오는 ‘소원의 다리’에서 멋진 여자가 되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고 난 후,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카츠라 자신에게만 보이는 요상한 작은 물체 ‘무브’라는 녀석이 나타나 항상 카츠라를 돕는다.


무브는 카츠라가 멋진 여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카츠라에게 용기, 고독, 외로움, 사랑, 이별 등의 여행을 통해 알려준다. 카츠라가 아니, 이 책의 작가 ‘후카미 준’은 11 권 마지막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용기는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 자신의 결점까지 모두 인정하는 것.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을 아는 것, 바로 홀로 있는 것을 즐기는 일. 외로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소중한 보물”


이라고 설명했다. 고독도 외로움도 즐기면서 친구처럼 소중히 생각해야 타인과 마음이 통하게 된다. 바로 자신의 나약함을 알게 되며, 홀로 있는 외로움을 알며 그것을 곱씹는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이 세 가지는 비로소 하나가 되는데, “용기와 고독과 외로움은 누군가를 마주 보고 서로의 마음을 끌어 안기 위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란,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작가 ‘후카미 준’은 이미 여러 장들을 통해 용기, 고독, 외로움 들을 다루었지만 마지막 장에서 이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다뤄주는 이유는, 작가가 사랑의 진정한 의미가 어떠한 것인지 설명해 주기 위해서 아니었을까? 그때의 나는 어렸지만, 그 책을 통해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느꼈기 때문에 쉽게 한 번 보고마는 만화책이라고 말하기보다, 나 자신에게는 인생에서 큰 영향을 준 양서라고 느꼈다.


우리나라에선 절판되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구하기도 힘들다. 기회가 된다면 자존감에 상처가 난 모든 사람들에게 -만화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더욱- 이 책을 널리 알려주고 싶다.


주인공 ‘카츠라’는 위와 같이 정의한 용기, 고독, 외로움의 소망인으로서 살아가는 것뿐 아니라 심성이 곱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이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쌀 줄 아는 멋진 아가씨이고 또한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다. 카츠라는 무브의 도움을 받아 주위 사람들의 고독과 불신, 외로움에 사로잡힌 마음을 치유함으로써 자신도 강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카츠라는 무브와 함께 수많은 여행에서 동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치유하는 ‘마음 설계사(Mind Stylist)’ -심리상담사와는 다름. 현실에는 없는 직업이기 때문에 만들어 낸 말- 가 되었다.


타고난 패션 스타일리스트인 카츠라의 동료 “아이”와 “카츠라”는 둘이 함께 최고의 팀이 되어 고객들에게 내면과 외면 모두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 이 책은 자기애와 이성애에 대한 따뜻한 조언이 가득했고 바닥을 친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데 이 책은 많은 역할을 했다.


그때 이후로 나의 지인들이 자기애가 부족하거나 자존감에 대해 힘들어하거나 궁금해할 때마다 나는 이 책에 대해 많이 알려 주었다. 워낙 숨겨져 있던 책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 때면 이 책에 대해 종종 이야기해 주었다.


카츠라가 무브의 도움으로 함께 여행하면서 알려 준 것 중 하나는 언제든 상대방에게 내가 필요한 순간이 있는가 하면 나 또한 그런 대상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읽은 이후부터 무브 같은 녀석이 비록 내 옆에 없지만 어떤 이성과 만나고 헤어질 때 인생을 살아가면서 상대방에게 그 순간만큼은 내가 필요했던 사람이었는지 혹은 나에게 그 때 상대방이 필요했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사랑 무브』는 『멋진여자가 되려면』의 가장 기본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멋진 여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제일 처음 접한 책이기도 하고 내가 멋진 여자가 되기 위해 목표로 삼고 달려온 첫 시작이었기 때문에 무브가 항상 카츠라의 어깨 위에 나타났던 것처럼 어쩌면 『내사랑 무브』 책이 형체 없이 나를 따라다니며 무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용기가 무엇인지, 고독을 씹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외로움의 감정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 알게 되었다.



책으로 나를 알아간 시간여행


꼬마였던 시절, 서울 신촌의 그레이스 백화점 (현재의 H 백화점 자리) 근처에는 지하에 ‘신촌 문고’라는 작은 문고가 있었다. 주말 오후는 친구들이나 언니, 동생과 함께 서점에 가 있는 날이 많았다. 딱히 책을 사러 가는 것은 아니었다. 용돈이 별로 없는 초등학생에게는 책을 사지 않고도 어린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장소가 서점이었기 때문에 나는 유독 그 장소를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는 딱히 참여할 클럽활동이 없었지만 담임 선생님께서 맡고 계시는 독서반이 있어 토요일 아침마다 서울에 있는 국, 공립 도서관들을 차례로 방문하기도 했고, 현재는 타계하신 정채봉 작가의 설명회 및 사인회에 가기도 했다. 이후로도 직장 생활을 갓 시작한 스무살쯤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거나 사회생활에 대한 처세술이 약하다고 느낄 때, 혹은 속상한 일이 있어 마음이 아플 때마다 광화문에 있는 Y 문고나 K 문고에 가서 몇 시간씩 쪼그리고 앉아서 책을 보고 집에 돌아오고는 했다.


유학을 간 뒤 한국어를 딱히 쓸 일이 없던 나는 한국어로 대화하지 않거나 글을 읽지 않으면 어휘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비로소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유학을 오기 전 스물 몇 해가 넘도록 한국에서 살았음에도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니 가끔 한국 사람들과 마주쳐 대화 할 때 쉬운 단어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 막막했던 경험이 많았다. 영어책은 수도 없이 도서관에서, 수업 시간에 늘 보기 때문에 따로 읽는 시간을 공들이지 않았지만 한국어 어휘실력이 점점 약해져 가는 나 자신을 보며 한국어로 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외국 서점에서는 한국어로 된 책을 살 수 없으니 어떻게든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처음 전자책을 접하게 되었다. 출판사 아이웰 콘텐츠의 김동성과 김성민이 함께 쓴『장미와 찔레』라는 책이 마침 인터넷에 무료 배포용으로 나와 있었다. 그 책을 다운로드 받은 뒤 너무 재미있던 나머지 잠도 안 자고 한번에 읽어 내려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준 책들을 접할 기회들이 생긴다. 나에게도 이 책은 내 자신이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이 될 때에 내게 많은 생각과 철학을 남겨 주었다.


꿈을 버리든가
꿈을 위해 달라지든가!


라는 명언을 남긴 이 책은 나에겐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갈증을 해소해 주었고 이후로도 내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많은 책들을 읽었는데도 유독 칼 필레머의 책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라는 책이 특별한 책으로 꼽힌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청소년 시기에는 사회적 자아가 형성이 되고 2~30대에는 사회생활을 하며 자신에 대해 더욱 알아갈 기회들이 많이 생긴다. 인생의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드디어 알게 된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30대 부터는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 몸의 변화들도 생기기 시작한다.



이 책은 5년에 걸쳐 1,000명이 넘는 70세 이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인터뷰를 하였다. 그 인터뷰들을 분석하여 철저한 검증을 거쳐 프로젝트로 만들었고, 그 결과 8만년의 삶, 5만년의 직장 생활, 3 만 년의 결혼생활에 대한 데이터를 모은 결과를 담아낸 책이다.


지금까지 살아 온 날들보다 살게 될 날들이 얼마 남아있지 않은 사람들은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한 말들만을 남기는데 이 책을 통해서 나의 자아에 대해 더욱 심도 깊게 생각하며 못난 나 자신을 받아들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의 교보문고 앞에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명언이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좋아하려면 자신을 분석해 볼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책을 읽는 그 시간이 바로 자신을 분석하는 시간이다.





*이 글은 대한민국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 입니다. 출판권자로부터 서면에 의한 허락없이 이 책의 일부나 전체를 어떠한 형태로도 가공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 수정일 2020년 5월


*아쉽게도 최근 종이책 및 전자책 출판 계약이 종료되었습니다. 조만간 다시 편집하여 도서 전문을 업로드해서 많은 분들이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아 읽으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이전 02화 『멋진여자가 되려면』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