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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이해 Feb 08. 2023

사라진 저녁

노들리에 수요일 그림책 스터디 | 기이해

사라진 저녁

글 그림 권정민

출판사 창비


권정민 작가의 그림책 『사라진 저녁』을 읽고 




그림책을 읽고 다음날 저녁과 새벽에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어떻게 수집하는지 보러 나갔다. 각자 살고 있는 도시 및 지역구마다 쓰레기를 수집하는 요일과 시간이 다르다. 내가 사는 곳은 어스름한 저녁 8시쯤 해가 지면 가정집에서 나온 각종 생활 쓰레기들, 플라스틱, 비닐, 노란색 폐기물 스티커가 붙은 생활 폐기물들이 집 앞에 쌓여있다.


골목이 작아 쓰레기 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곳에는 형광색 옷을 입은 환경 미화원들이 리어카로 분리수거해야 할 물품들을 직접 집어넣는다. 환경미화원들이 동네의 끝 자락에서 모든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놓는다. 환경미화의 작업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다. 사람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이른 새벽까지 쓰레기가 남아있지는 않은지 재차 확인하며 꼼꼼히 동네 구석구석을 청소해 주시는 여러 환경미화원에게 감사하다고 느꼈다. 


이 그림책에는 아이러니 한 부분들이 나온다. 돼지를 요리하기 위해 사람들이 필요한 물품들을 주문했는데 그중에는 비건 세제와 유기농 채소 구매물품이 눈에 띄었다. 돼지를 끌고 가는 경비원이나 뒷정리를 하는 청소부들은 페이지 구석에 있거나 모습이 반으로 잘려있다.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직업군인데 이 사람들을 프레임 안에 모두 보여주지 않은 작가의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매주 직접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직접 음식을 하며 최소한의 쓰레기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매주 내가 버리는 쓰레기의 양은 거의 같다. 그중에 제일 많이 나오는 쓰레기는 단연 플라스틱과 비닐이다.


혼자라도 탄소배출을 줄여보고자 배달음식을 가능한 한 시키지 않고 혹시 배달 음식이 너무 먹고 싶으면 전화로 주문을 해 놓고 음식을 직접 찾으러 간다. 대형마트에서도 가급적 물건을 주문하지 않는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꼭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이동하다가 근처에 있으면 직접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간다. 불편하다. 아주 불편하다. 그러나 해야 하는 일이며 할 수 있는 일이다. 


혹여 아이가 있는 집은 여러 가지 이유(부모의 시간 및 체력의 한계)로 이 불편함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 편리함을 찾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되 감히 권유할 수 없지만 육아의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언젠가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혹은 다른 방법으로 라도(아이와 함께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다던지) 환경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나는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그 중에서도 상업성이 아주 짙은 제품 디자인이나 포장 디자인을 주로 공부했다. 상품을 어떻게 디자인하면 아름답게 더 잘 팔리게 만들 수 있는지 연구했고 디자인 분야에서도 아주 매력적인 포장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았다.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하여 구직을 하던 어느 날 KAIST 산업디자인 학과의 교수로 소속이 되어있다는 어느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러 간 적이 있었다. 현재는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장 사장님도 하시고 여전히 KAIST교수도 겸직을 하고 계시다.


강연 때 그분이 하신 말씀은 본인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그동안 아름다운 쓰레기를 만들었고 아주 부끄러웠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 강연이었다. 이후 그분이 디자인 한 상품들을 보니 금방 버려지는 물건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배터리나 동력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주로 디자인하신 것을 보여주셨다. 앞으로 디자인의 철학 및 방향이 인류에게 꼭 필요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강연 내용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을 보면 그때 나를 제대로 홀리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씀 덕분에 간단한 문구용 디자인이나 굿즈도 함부로 만들지 않게 되었다. 강연을 들은 이후 두려웠다. 내가 만든 창작물이 아름다운 쓰레기가 될 것 같아서. 그래서 제품 디자이너나 포장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접었다. 


내가 살아 본 독일은 분리수거를 그 어떤 나라보다 철저히 한다. 그런 독일도 처음부터 잘하지는 않았다. 분리수거를 하기 전에 사람들은 쓰레기를 마음대로 버렸고 강이 오염되었다. 그다음엔 숲이 망가졌다. 독일의 숲은 참 아름다운데 독일 사람들은 아름다운 숲이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숲을 살리기 위해 독일 사람들은 나무를 심었고 쓰레기를 분리수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이 다시 맑아졌고 숲이 다시 푸르러졌다.


산림을 가꾸는 일은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고 동식물이 삶의 터전을 이어나갈 수 있다. 또한 요즘 온난화로 기상이변이 많이 생기는데 이를테면 가뭄이나 홍수가 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이번 수요일의 스터디를 어떻게 시작하고 끝내면 좋을지 고민도 많았다. 물론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읽은 후에 더욱 심오해졌다. 생각하고 직접 실천해야 해서 더욱 어렵기도 했다. 



오늘의 다짐

안 쓰고 안 입는 물건은 기부를 하자.
당근을 사용하여 필요없는 물건을 팔아 짐을 줄이자.
다가오는 식목일에 다만 한 그루라도 나무나 꽃을 심어야겠다.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자.
누군가 쓰레기를 줍는 것을 보는 사람들앞에서는 그들도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니까. 
환경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꼭 하자. 


©기이해


#노들리에 #수요일그림책스터디 #기이해 #노들엔터테인


*수요일 그림책 스터디에 함께 하는 <노들리에> 작가들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같은 주제'로 작업한 <노들리에> 소속 작가님들의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진영 작가     https://brunch.co.kr/@g2in0

영주 작가     https://brunch.co.kr/@leeyoungjoo

아스터 작가  https://brunch.co.kr/@asterchoi

암사자 작가  https://brunch.co.kr/@amsaja

가혜 작가     T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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