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인생은 디딤돌
방송국 부조정실. 스튜디오에서 레슨 프로가 골프를 가르치는 영상이 화면으로 보인다. 거북목과 축 처진 어깨로, 올라오는 영상을 편집하는 나. 프로는 카메라를 쳐다보고, 골프를 가르친다. 과연 이것이 효과적일까. 과연 이것이 수요가 있을까. 과연 이것이 믿음직스러울까. 온갖 의심이 증폭됐다. 왜 이 프로들은 드넓은 라운드가 아닌, 몇 평짜리 인조 잔디 위, 스튜디오에서 레슨을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저렇게 유창한 언변으로, 수많은 이론을 가지고 있다면, 이미 우승은 따놓은 당상 아닌가.
회의실. 주간 아이템을 위해 사수와 작가 그리고 내가 모였다. 이번 주 시즌 파악을 하고, 필요한 레슨을 미리 선정한다. 그리고 각 프로들에게 전화연결을 해 좀 더 디테일한 의견을 나누고, 주간 아이템을 전달한다. 긴 회의 끝에 아이템이 선정됐다. 프로에게 전화연결을 한다. 유창한 언변의 프들. 전화를 끊고, 나는 그 무엇보다 노골적이고, 일차원적인, 마치 어린아이에게 무엇을 설명해주었을 때, 모든 대답이 "왜~?"라고 하듯, 나는 "이렇게 이론을 잘 아시는 데 왜 프로가 아닌, 레슨 프로를 하시는 거세요?"라고 때릴 수도 없는, 순수한 맑은, 슈렉의 고양이 같은 눈을 하고 질문을 했다. 그러자 사수는 그런 나에게 어떠한 꾸짖음 없이, "왜~?"라는 질문에 차분히 답해주었다.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야."
시간이 흐르고, 연초 특집 때 일이다. 골프 프로가 직접 나와서 레슨을 하는 취지였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프로들이 나왔다. 두근거렸다. 얼마나 잘 가르칠까. 그들이 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 거야. 스튜디오에서 프로가 골프를 가르치는 영상이 화면으로 보인다. 무언가 경건하게 프로페셔널한 마음가짐과 곧은 자세로 올라오는 영상을 편집하는 나.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말을 더듬는 것은 물론, 레슨을 전달하는 것에 있어 그들은 확실히 서툴렀다. 그제야 사수가 몇 달 전 말해준,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의 차이'에 대해 몸소 알아 차린 기분이었다.
못이 하는 일을 망치가 할 수는 없다. 각자 자기 역할이 있다. 이것을 알아차리기 전, 노골적인 질문을 한 내가 화끈거리기도 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나는 영화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여러분 각자 자기 일을 열심히 하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건 그가 생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그저 각자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 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