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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ot Oct 09. 2015

2001 전국일주

#1 서울에서 속초를 돌아 포항으로

가장 친한 대학 동기들과 떠난 전국 일주 여행이 벌써 14년 전의 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지금도 그 기억이 너무 생생하고 다시 이렇게 글을 정리하다 보면  그때의 기억이 하나 둘 떠오른다. 보고 싶은 친구들! 우린  그때 젊은 혈기를 가지고 여행을 떠났었는데, 다들 기억하겠지!

그럼 우리들의 풋풋했던 그 시절로 되돌아 가보자

(From http://zoomis.tistory.com/)


일정

2001년 11월 5일 - 11월 9일


시작하면서

대학생활을 접고 회사에 온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어느 곳인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올해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서 같은 회사를 다니는 명우와 무작정 전국 일주를 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우리들과 항상 같이 주말마다 목욕탕을 가는 승철이도 우리와 같이 여행을 가자고 그래서 우린 11월 5일부터 4박 5일의 일정으로 휴가를 내고 전국 일주를 하기로 했다.

작년 휴가 때는 동생과 제주도를 2박 3일 다녀왔고, 그 이외에는 외국에 나갈 때도 항상 일 때문에 나간지라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온 거라서 이번 여행은 나에게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차를 운전해서 긴 거리를 여행하는 것도 처음이어서 왠지 많이 떨리었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의 전국 일주 여행기를 여기에 올린다.


 _____          11월 5일 (월요일)

 _____          11월 6일 (화요일)

 _____          11월 7일 (수요일)

 _____          11월 8일 (목요일)

 _____          11월 9일 (금요일)


여행 코스 : 서울 - 설악산 - 7번 국도 동해안 - 포항 - 하동 - 지리산(청학동) - 지리산(노고단) - 남원 - 전주 - 천안 - 아산(온양온천) - 서울 ( 총 4박 5일 , 자동차 달린 거리 : 1380KM )


2001년 11월 5일 (월요일, 첫째 날) 속초



명우와 나는 금호렌터카 서초지점으로 가서 우리가 렌트한 SM520을 가지고 서울에서 출발 준비를 했다. 승철이의 Toshiba PDR-M4  디지털카메라와 LG IBM 노트북이 우리의 여행의 기록을 담아올 유일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각가지 준비물들을 챙기고 서초 IC를 나와서 경부고속도로에 올랐다. 승철이는 첫날 저녁 속초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나와 명우만 우선 출발했다.

일단 경부고속도로를 나와서 신갈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기 전까지는 내가 운전을 했다. 오랜만에 승용차 운전이라 그런지 조금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차가 워낙 잘 나가서 아무  문제없이 잘 운전할 수 있었다. 그래도 경력 5년의 운전 자니까 ^^. 일단 영동고속도로를 지나서는 나 대신 명우가 운전대를 잡았다. 아무래도 아직 운전경험이 많지 않은 명우에게 운전대를 맡긴다는 게 조금 불안했지만, 이번 여행 중에 명우도 운전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벽한 감을 잡아 주기 위해서 그에게 운전대를 줬다. 그리고 난 옆자리에 앉아서 노래를 들으면서 주위의 경치를 구경했다. 첫날부터 날씨가 흐려서 우린 앞으로 일정에 크게 영향을 줄까 걱정이 많았다. 사진에서도 보면 알겠지만 영동고속도로 위 하늘이 뿌연 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고, 가기 전 서울에서는 비도 내려서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명우에게 운전 맡기고 옆에서 난 한가로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영동고속도로를 계속 가서 강릉까지 간 다음에 다시 7번 국도를 타고 속초까지 가는 거였지만, 인터넷에서 보니, 중간에 속사쯤해서 국도로 빠져서 가는 것도 괜찮다고 그래서 우리는 속사쯤해서 국도로 빠지기로 했다. 그리고 밤이 되었고, 산길이라 명우대신에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처음엔 그렇게 산길이 아니었지만, 점점  들어갈수록 산길이 아주 깊어지는 거다. 정말 까마득한 산길을 올라가려고 하니, 조금 두렵기도 하고 괜히 이 길로 왔나 싶을 정도로 길이 험했다. 나중에 옆을 쳐다보니 "해발  1080M"라고 쓰인 표지판이 있었다. 1080M나 올라왔다고 생각하니, 올라온 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이 높은 곳에서 다시 내려가야 하는지 더 두려워졌다. 그러나 나의 환상적인 운전으로 그 길을 잘 벗어나서 우리는 양양으로 가는 다른 국도로 진입했다.  그때부터는 길도 조금 넓어지고 험하지도 않아서 속도를 조금 올렸다. 헉 그러는 그 순간 --;;

갑자기 저기 앞에 하얀 물체가 도로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닌가, 난 운전하면서 그냥 종이박스나 스티로폼이겠지 하고 생각하고 그 돌을 차 가운데로 해서 달렸다. 그러던 중 갑자기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그 높은 산 위에서 하늘로 붕 하고 나르는 것이 아닌가,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난 땅에 내려와서 다시 한번 꽝하는 소리가 난 걸 듣고서야 차를 도로 가장자리에 세웠다. 그리고 명우와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가 문을 열고 밖에 나가서 차 상태를 살폈다. 우린 기름이 샌 줄 알고 차 뒤에 흐르는 액체를 만져서 냄새를 맡아보니 기름은 아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그 근처에 사시는 아저씨가 트럭을 타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너무 큰 소리가 나서 사고 난 것이 아닐까 해서 온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 차를 하나하나 살펴 주셨다. 다행히 앞에 있는 안개등만 하나 부서지고 차는 별다른  문제없었다. 아래 사진이 그 사고 이후의 차의 모습이다. 정말 천만 다행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출발할까 하는데, 다시 한번 더 꽝하는 소리와 함께 다른 차가 우리 옆을 지나갔다. 그 차도 그 돌에 부딪친 모앙이었다. 그런데 그 차는 앞바퀴가 펑크 난 상태였다. ㅋㅋㅋ 만약 우리도 그와 같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그 이후로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양양까지 왔다. 7번 국도에 접어들어서야 제 속도를 회복하고 속초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날 승철이가 속초 고속터미널에서 잘 찾아올 수 있도록 그 근처에서 밥 먹고 모텔까지 잡고 1박을 했다. 승철이는 11시쯤 되어서 속초에 도착했고,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전국 일주 첫날을 속초에서 보냈다. 내일부터는 빡센 일정에 따라서 전국을 다 돌아야 하고, 여행이 끝나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회사일에 열중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 순간만은 모든 것을 잊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 모습으로 잠 들었다. 내일의 설악산 코스를 위해서.... 첫날 치고는 너무 큰 일을 당한 것 같아서 앞으로의 여행에 안 좋은 징조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서 여행기를 쓰고 있는 걸 보면 행운이 많이 따랐나 보다.


2001년 11월 6일 (화요일, 둘째 날) 설악산, 포항

속초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이제 우리의 여행의 둘째 날이다. 그리고 세 명이서 같이 차를 타고 여행하는 날로 치면 오늘이  첫날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우선 설악동으로 향했다. 속초에서 설악동까지는 차를 타고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속초에 머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방도 세 명이서 자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만족이었다. 설악산으로 가는 7번 국도에서 우리는 아침이라 그런지 하얀 파도를 크게 발하는 아침바다를 보았다. 역시 바다는 언제 봐도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사진은 설악동으로 가는 길이 너무 예뻐서 내 옆에서 놀고 있는 명우에게 사진 찍으라고 그래서 찍은 거다. 몇 주만 더 빨리 왔더라면 정말 멋있는 길을 달릴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오히려 낙엽이 흩날리는 도로 위를 달리는 것도 또 다른 낭만이 있었다. 설악산으로 우선 설악동 가는 길에 있는 식당에 들러서 순두부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지금까지 먹었던 순두부 찌개와는 좀 다르게 하얀 순두부 그대로에 소금 간을 한 그런 국이었는데, 나름대로 맛있었던 것 같다

설악동에 들어서서 우리는 우선 하늘 위로 보이는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길에 너무 경치가 예뻐서 주위의 단풍들과 더불어 사진도 찍고, 단풍 든 산들도 찍었다. 그리고 케이블카 타는 곳에 있는 사람들도 찍고 한껏 케이블카 타기 전에 들뜬 마음이었다.

설악산에 이번에 두 번째로 오는데 처음에 왔을 때는 수학여행으로 온 거라 케이블카를 탈 엄두도 못 내었는데 이번에는 꼭 타 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내장산에서 탄 케이블카가 태어나서 처음 타 본 것이었는데 이로서 두 번째 케이블카를 설악산에서 타게 된 것이다.

지금도 이 케이블카는 그대로 운행되고 있겠지? - 2015

명우와 승철이가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밖에 나와서 설악의 경치를 감상했다. 그리고 산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바라보면서 곧 나도 저곳에 타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사람들에게 사진 찍을 자세를 취하니까 안에 있는 사람들이 막 나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래서 가볍게 사진 한 장 찰칵

그리고 바로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 위로 올라갔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예술이었다. 해발 1000M 가까운 곳에서 앞에 쭈욱 펼쳐진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저 멀리 보이는 동해바다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설악산 위에 올라가서 각가지 포즈로 사진도 찍고 풍경도 감상하면서 우린 자연의 멋을 한껏 만끽했다. 그리고 내려오는 케이블카에서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케이블카 안에서 사진도 찍었다. 멋진 포즈로 찍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러기에는 사람들이 좀 있어서 하기에는 힘들었다. 오랜만에 타 보는 케이블카라 그런지 무지 재미있고 신났다.

일단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서는 비선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예전에 이곳을 지나갈 때 신흥사란 절에 엄청나게 큰 불상을 만들고 있는 게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번에 와보니 그 불상이 이미 다 만들어져서 그 위엄을 발하고 있었다. 그 웅장함이란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우리는 비선대 가는 길로 들어섰고, 어느 이름 모를 용사의 비라는 곳까지 간 다음에 비선대는 보지 못하고 다음 코스로 발길을 돌렸다. 아무래도 7번 국도를 이용해서 속초에서 포항까지 갈려면 그 길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빨리 출발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점심도 먹기 전에 설악산을 출발해서 동해바다를 따라 쭈욱 뻗어 있는 7번 국도에 몸을 실었다.

7번 국도를 타고 가면서 우리는 낙산사, 경포대를 들리고, 계속 보이는 동해 바다의 풍경을 감상했다. 그리고 중간에 배가 고파서 해변가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산채비빔밥을 먹었다. 도심 속에서 먹는 비빔밥과는 차원이 다른 정말 자연의 맛이 한껏 느껴지는 그런 맛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파전도  하나시켜서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다시 포항으로 포항으로 나아갔다. 하루 종일 내가 운전해서 오후 4시쯤에 명우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난 잠시 옆에서 쉬고 있었다. 7번 국도 정말 만만치 않은 도로였다. 그 커브길하며 계속 달려오는 화물차들 그리고 밤에는 국도 2차선에 라이트 때문에 길도 잘 안 보이고, 이번에 명우는 정말 운전하면서 엄청 긴장한 상태를 많이 겪었을 것이다. 포항이 거의 가까워지고 나서는 내가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지곡동으로 가서 명우네 고모댁으로 갔다. 맛있는 곱창전골과 회를 먹고 대학 동기들 만나러 학교로 갔다. 학교는 많이 변해 있지 않았다. 예전의 모습 그대로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가끔씩 보이는 생소한 건물들이 그동안 학교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나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우리는 동기들을 불러내서 오랜만에 통나무집에 가서 술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나중에 홈커밍데이 때 다시 볼 것을 약속하면서 우린 간단하게 술자리를 마치고 명우는 고모댁에서 자고, 나와 승철이는 연진이네 방에서 잤다. 오랜만에 학교 기숙사에 누워서 자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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