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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Mar 11. 2024

세 번째 당직

전공의들이 사직한 지 3주가 흘렀습니다. 오늘은 3번째 당직입니다. 이틀전의 두번째 당직은  콜이 다행히 별로 없어서 꿀잠을 잤는데, 오늘은 심상치가 않네요. 패혈증성 쇼크가 의심이 되는 환자를 중환자 관찰구역으로 옮겼습니다. 말기암에 가까운데 그래도 갑자기 나빠지는 것은 감염때문일 가능성이 높으니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하니까요. 일단 패혈증성 쇼크의 생존률을 높여준다는 1시간 번들 (1시간 내에 진행되어야 하는 수액, 항생제 치료, 혈액검사, 모니터링 등)을 시행하고 지켜보는 중입니다. 어차피 잠을 자지는 못할 것 같은데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는 것이 나을지, 그냥 작정하고 새는것이 나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긴긴 밤에 대비해 컵라면을 먹으면서 네이버 뉴스를 훑어보다보니 

메가스터디에서 직장인 대상 의대 야간 특별반을 개설했다는 기사가 눈에 띄더군요.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4/03/10/20240310500104

기사 중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요즘 회사들이 ‘워라밸’이 잘 돼 있어 오후 7시면 끝나니까 해봐야겠다는 심리가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어휴 여기까지 쓰고 또 콜이 와서 섬망 환자를 안정시키고 패혈증 환자를 한번 더 보고 왔습니다. 

직장인 여러분... 

워라벨이 잘 되어 있는 직장을 그냥 다니시는게 낫지 않을까요? 

이런 일을 하시려고 의대에 들어오고 싶은 거에요?...... 

밤에 불안에 떨며 라면을 흡입하고는 열나는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고, 혈압떨어지는 환자에게 수액과 승압제를 조절하고,  숨차는 환자의 흉수를 뽑아주고, 진물이 나는 상처 드레싱을 하고, 토하는 환자에게 콧줄을 꼽고, 그리고 내 처방이 과연 맞는건지 불안해하며 다시 책을 찾아보고 복기하고, 잠시 졸다가 병동에서 온 다급한 전화에 화들짝 놀라 깨고....  

정말 이런 일을 하고 싶어서 의대에 오려는 건가요?

혹시 의대 졸업하고 바로 개원가에 취업해서 보톡스나 필러, 도수치료 등을 하고 싶은 거라면.... 

그런 의사를 양성하려고 정부에서 2000명 씩이나 증원하려는 건 아니잖아요.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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