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동료 그리고 썸

경계를 넘나들기 시작한 우리. 근데 내 마음은 뭘까?

by Shio 시오


우리의 토크는 가벼운 목례로부터 시작해 커피타임이 되고, 점심 원오원이 되고, 저녁 식사로 이어졌다.

대화를 나누는 주기도 짧아지기 시작했다. 두 달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이 주에 한 번….


근데 이렇게 친구가 되는 건가? 30대 초반에 이렇게 순수한(?) 의미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건가?

친한 친구보다 자주 얘기를 하는 것도 같고. 그런데 또 따로 카톡으로 자주 얘기 나누진 않고. 그렇다고 만남 후에 카톡이 없는 것도 아니고! 너무 편한데, 동시에 약간의 거리감이 있는 이 사이…

나는 T와 더 친해지는 걸 원하는 게 맞나?


이런 나의 상태가 낯설었다. 나는 이성에 대한 호감 여부가 명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친구면 친구고, 아니면 아니다. 그런데 T는 말이다… 친구라기엔 애매한 거리감이 있었고, 솔직히 그냥 친구로 치부하기엔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말이다. 그를 친구가 아니라고 하기를 주저하게 하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일단 그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외모보다는 성격이나 대화가 통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진짜임), 그런데 진짜 외적으로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나보다 가냘프고(?) 밥도 잘 안 먹을 것 같은 남자. 그리고 우리 집안이 모두 코가 크기 때문에 나는 코가 큰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는 가뜩이나 작은 얼굴에 코가 아주 큰 사람이었다. 성격은 또 어떠한가. 너무 부드럽고 상대방을 너무 배려한다. 나는 과한 배려를 정말로 부담스러워해서, 차라리 까칠한 사람에게 맞추는 게 편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는 너무나 착해서 남에게 모진 말 하나 못할 것 같았다. 이타적인 사람은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무르디 무른 사람은 싫은 것이다. 나는 경상도의 딸로서(착한 경상도 분들이여 죄송하다), 냉정한 말을 못된 말투로 톡 쏘아댈 수 있는 사람이다. 뭐 그렇지만 좋아하는 대화 주제가 비슷하고 이상하게 같이 있으면 편하긴 했다.


두 번째. 그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다.

사실 그가 기독교인이었으면 지금보다 큰 호감을 가졌을 것 같다. 아직 종교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은 없지만, 이 사람의 대화 주제도 그렇고 주말 내내 잠을 잔다는 말을 들어봤을 때 교회를 다니지 않을 가능성이 100%였다. 예수님은 둘째치고 신을 믿기는 할까? 요즘 대부분 무교에다 무신론자가 아닌가. 나는 가치관의 격차를 대화로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 번째. 우리는 같은 회사에 다닌다.

회사를 성역처럼 여긴 것은 아니지만, 내가 밥 벌어먹는 공간에서 불미스러운 관계가 생기는 걸 원하지 않는다. 지금이 아니어도 언제든지 함께 일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는 것이 회사인데, 공과 사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은 불편했다. 전 회사에서도 그렇고 현 회사에서도 사내연애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내가 근 몇 년 간 만나본 적 없는 유형의 사람이기도 했다.

상대를 존중하며, 자기 일에 열심이었다. 한 가지에 굉장히 몰두하는 편이며,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지점이 있었다. 또 겸손하고 밝으며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었다.

내 또래 남자 중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즐겁고 배울 점이 많았다. 대화를 나누며 그에 대해 알게 되는 사실들도 흥미로웠고 나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되는 면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동료인 걸까, 아니면 진짜 친구가 되는 과정인 걸까? 아니면, 혹시 우리는 썸인 걸까?

이런 일이 잘 없지만, 내가 원하는 관계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 그는 어떤 생각인 걸까?


그러던 어느 일요일, 우리는 카톡으로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신도림에서 만나서 굴 보쌈 먹어요.


나는 따릉이를 타고 신도림 역으로 향했다. 따릉 따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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