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우리는 종교를 논했다

동료와 썸 사이 공동경비구역에서

by Shio 시오


일요일 저녁, 굴보쌈이 올려진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와 T는 마주 앉았다.

친구라고 생각하면 한 없이 편하고, 썸의 직전이라고 생각하면 한 없이 어색해지는 그 오묘한 지점이었다.

일상의 대화도, 즐거운 티키타카도 자연스러워진 우리였지만 넘어야 할 관문이 있었다.

그 왜 있잖는가. 관계가 변하려면 해야 하는 질문이 있는데, 그 질문을 하면 사실상 중간에 내릴 수 없는 롤러코스터에 타 버리는 느낌.

나는 롤러코스터를 기다리는 줄 제일 앞에서 이걸 타? 말어? 고민하는 상황이었다.

속으로는 갈팡질팡 하지만 태연한 얼굴로 굴보쌈을 챱챱 먹는 나에게 T가 돌 하나를 던졌다.


“S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예요?”

깨달았다. 나는 이런 질문을 참 좋아하는데 이 질문을 내게 하는 남자는 참 없었구나.


몇 분 생각을 고르곤 대답했다.

“ 종교보다는 세계관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내가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관점이죠. 그러면서도 내가 매일 시간이나 돈을 쓰는 방법에도 가장 큰 영향을 주죠. 없거나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소중한 시간과 돈을 쓰진 않으니까요. “


그는 내 대답을 경청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 S를 더 많이 알게 되면서 느낀 건 S는 종교에 진지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한 번은 진지하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는 기독교에 대해서 그렇게 호의적인 편은 아니기도 하거든요…”


뭐지 이 사람.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꽤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 같다.

살짝 당황스러우면서도 두근거렸다. 설렌 건 아니고 이게 뭔가 해서..

그런데 하나님, 이 사람 무신론자 아닌가요? 내 주변 사람들 중 지적 탐구심이 있고 종교가 없는 사람들 대부분은 스스로를 ‘무신론자’라고 칭했다.

아직 잘 모르지만 확률적으로, 그리고 이 사람이 풍기는 인상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이 사람도 보통의 현대인처럼 무신론자라고.

그런데요 하나님. 저는 무신론자랑 친구는 너무 잘할 수 있지만 연애는 못해요. 그 큰 생각의 차이를 어떻게 제가 감히 좁힐 수 있나요?


“T는 어때요? 종교나 신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아. 저는 종교는 없지만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건 믿어요. 그리고 신이 있다면 그 존재는 유일신이라고 생각해요.”


오잉. 유신론자라고요? 종교가 없는 유신론자?

의외에 대답이 신기했다. 오. 하나님 이건 예상 못했는데요. 슬며시 미소가 나오는 걸 보면 약간의 도파민이 생겼던 것 같다. 좋은 대화 상대를 만났군.

어쩌면 그와는 더 깊은 이야기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연결 가능한 두 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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