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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수 Sep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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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20대, 사회 초년생의 평균 연봉은 약 2000만 원.  '좋은 대학교에 가기만 하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잘 닦인 탄탄대로 같은 인생을 위풍당당하게 걷게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어리석었던 고3 때의 자신의 모습을 망각하고, 금붕어처럼 미련하게 '취직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되겠지'하며 인생에 두 번 속아 넘어간 청년들이 술과 담배에 의존하며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버틴 대가가 바로 월급통장에 들어오는 150만 원 남짓한 (상여금 제외) 돈인 것이다.


 그런데 그 대가의 80%에 해당하는 120만 원을 3개월 동안이나 그냥 받는 사람이 있다. 집에서 놀고 먹고 놀고 먹다가 내일 뭐 먹지 하는 고민으로 한 시간을 날려 보낼 수 있는 존재. 하루하루 똥 만드는 기계일 뿐인 백수가 이에 해당한다. 경악할 노릇이다. 생산적인 활동 없이 세금이나 축내는 이 백수란 놈을 당장 찢어 죽여도 모자랄 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내가 그 백수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백수 2개월 차 이백수(27세, 가명, 무직) 씨는 이렇게 말한다.

 "백수하든가"

직장인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마음 같아서는 일 때려 치우고 싶은데, 여건이 안 돼서 억지로 직장 다니고 있는 거다. 좋아서 직장 다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에 대한 백수의 항변을 들어보자.

 "마음 같아서는 일하고 싶은데, 여건이 안 돼서 집에서 놀고 있는 거다. 좋아서 집에서 노는 사람은 누가 있겠는가?"


 청년 실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시사적인 논평을 쓰고 싶은 마음은 없다. 취직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던 취준생들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에 의한 육체적 피로감을 호소하지만, 백수에게는 그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물론 몰라줘도 상관은 없다. 내가 쓰는 글은 백수를 위한 글이니까.


 20대 실업자 수가 40만을 넘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수인지 가늠이 안 된다. 알기 쉽게 고등학교로 비유해 보자. 계산하기 쉽게 학년당 10 학급, 학급당 33명. 이렇게 놓고 보면 학교 하나에 약 1000명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학교 400개에 쑤셔 넣으면 딱 들어갈 정도의 인원이다. 40만이라는 수는 단순히 많다는 의미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백수를 '집에서 놀고 먹는 백수새끼'라고 비난할 때, 40만 명이 당신에게 적대감을 드러낸다는 아주 소름 끼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 글은 백수를 변호하기 위한 글도 아니며, 백수를 비난하기 위한 글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4000만 국민의 1%를 차지하고 있는 청년 실업자들이(라기보단 그중 한 명인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싶을 뿐이다. 같은 처지에 있는 백수들에게는 공감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백수에 대한 이해를, 그리고 백수여하를 떠나서 모든 이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자 한다.


인생을 시니컬하게 바라본 백수의 이야기.

40만 백수가 공감한 '백수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절찬리 연재 중!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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