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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수 Sep 26. 2015

#3 아픔

백수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백수에게 간혹 찾아오는 무서운 병이 있다. 그것은 바로 'Amollang, Dasiro 증후군'이다. 공식 의학 명칭은 아니지만, 현재 정식적인 학명으로 인정받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상정 중이다(아니다). 자신의 처지가 '놀고 있을 때는 아니다'라는 생각에 마음 편하게 놀지도, 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병이다. 심지어는 잠을 자는 것도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아무것도 안 하기도 싫다. 이게 어떤 느낌인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이 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우울증이나 무기력증 같은 심리적인 증상과 함께 그로 인해 수반되는 수면 부족, 식욕 감퇴(혹은 폭증), 면역저하 등에 의해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면 친구나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까지 해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병은 백수가 되는 순간부터 잠복기에 들어가, 특정한 시기나 조건이 갖춰지면 발병한다. 예를 들면 전 여친이 돈 잘 버는 남자와 사귄다는 소식을 들었다거나(결코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백수생활에 대해 비난을 받았을 때 발병하기도 한다. 시기적으로는 꽃 피는 봄, 남자의 경우 마음이 소녀처럼 연약해지는 가을, 친척들이 찾아오는 명절 등의 시기에 발병 가능성이 높다.


 필자의 경우는 이런 증상이 찾아오면 대체로 억지로라도 약속을 잡아 밖으로 나간다. 외출을 하고 바깥 바람을 쐬는 것이 기분 전환에 상당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혹은 건전한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이도 저도 아닐 땐 그냥 모든 생각을 접어놓고 잠을 청한다. 체중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이라면 좋아하는 음식을 배 터지게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인이 소개한 방법 중 하나는 하루 일정을 완전히 비워놓고, 휴대폰과 컴퓨터 등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을 아예 차단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만화책을 왕창 빌려오고 좋아하는 과자나 간식거리도 왕창 사다 놓고 누워서 만화책만 보는 것이다. 잠이 오면 잠을 자고, 먹고 싶은 거 먹고, 그렇게 최대한 자신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취업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 같은 건 딱 하루만 미뤄둔다. 취업 준비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도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한다.


 얼마 전 뉴스에서 대한민국 자살률이 감소하는 가운데, 20대와 30대의 자살률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취업난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는데, 백수의 입장에서 참으로 씁쓸한 뉴스였다. 이러한 극단적인 결정을 하기 전에 이 글을 접했더라면 단 한 명이라도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을까?


 미래가 어둡다고 말하는 백수 여러분, 포기하지 마세요. 어두운 건 미래가 아니고 현재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인생을 시니컬하게 바라본 백수의 이야기.

40만 백수가 공감한 '백수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절찬리 연재 중!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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