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브런치와 그 브런치

by 션샤인

이 브런치는 그 브런치가 아니다.

글쓰기 도구로서의 브런치에 관한 이야기. 이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에 관한 이야기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찼던 시절, 물리적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뒷받침되었던 -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재직 중인 조직 안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


글한 편 쓰고, 브런치에 게재하는 게 좋았다. 나의 브런치를 구독하는 사람이 많지도 않았고, 주최하는 글쓰기 모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도 있었지만 그냥 브런치라는 툴이 있는 게 힘이 되었다.


스스로 글이 마음이 들건, 그렇지 않건 마무리한 글을 남긴다는 건 매력적이고 짜릿한 일이다.


블로그보다 쓰는 사람에 집중되어 있고, 매거진 스러운 이 양식이 꾀나 안정감을 주었다. 게다가 맞춤법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 점검할 수 있는 부분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글쓰기에 오는 사람들에게 내 글을 읽어달라기보다는 브런치를 사용해보라는 권유도 자주 했다.


나에겐 브런치를 향한 꿈이 하나 있다.

ESG전문가로서 환경공학도로서 스타트업 CEO로서도 아닌 더 내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이다. 김영하 작가가 하는 글쓰기의 해방감에 대해서 깊이 공감한 적이 있다. 글쓰기에 효용은 너무나 많지만 눈치 보지 않고 느끼는 해방감, 내가 생각하는 마지막 글쓰기 관문이다.


이제껏 나는 이렇게 글쓰기 너를 만났다.


어릴 적에는 무수히 많은 편지를 썼다. 나는 어때, 너는 어떻니라고 안부를 물을 때, 나조차 내 마음을 모를 때 어쩌지 못해 쓰는 일기로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고 싶은 사람이 쓴 글을 독서로 만나며 영감을 받아 적기 위해, 마음이 힘들 때 사람에게는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내려놓을 때, 일하는 사람으로서 인사이트를 전할 때, 여러 사람과 같은 화두로 소통하며 스스로를 점검하거나 타인과 내 삶을 공유할 때... 예쁜 풍경과 아름다움을 느꼈을 때.


정리해보면 나는 알려지지도 유명해지려 노력하지도, 뛰어나지도 꼭 뛰어나게 써야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 작가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고 작가로 태어났다. 작가 코스프레를 어려해 날동안 해온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친구보다, 애인보다, 남편보다, 일보다, 모임보다, 조직보다, 종교보다 네가 내겐 늘 필요했고, 힘이 되었으니 내 영혼의 일부분 이라고까지 표현해야 직성이 풀린달까? 이렇다 보니 서두르지 않게되는 부작용도 생긴다. 되도록 빨리 어딘가에 등단을 해야 겠다는 생각도, 책을 내고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도, 내 글을 읽고 찬사를 보내는 이들이 없어도 그저 쓰게 된다.


글쓰기를 잘하는 공식이 물론 있다. 책쓰기에 관한 책을 나만큼 구매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어느순간 읽지 않는다. 비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제외하고 글쓰기야 말로 얼마큼 쓰고, 다시 고쳐쓰고 생각하냐에 따라 처음과 다른 수준의 글이 나온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인생 툴이다.

인생의 툴이 인생 자체가 되었다고 느낀 어느 날 나는 비로소 이번 생에 얻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감흥을

얻게되지 않을까.


원하는 미래를 글로 쓰면 이루어진다고 했다.

다가올 미래를 끌어당기기 위해 노력 없이 목표를 이루고자 한적은 없었다.

어제는 써 두었던 글을 보고 오랜만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차마 말하지 못했던 나의 바람을 소리 없이 적어 내려갔던 글. 글 안의 미래가 현재가 되었다.

힘들었던 과거에 그 힘듬을 이겨내고자 보내고자 했던 노력의 날들을 글에서 보았을 때, 다시 나를 일으킨다. 그래 결국 지나갔고, 변화되었으니까 -


원하는 미래를 글로 쓰면 이뤄질까?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사심을 가지고 쓰는 글은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쓰는 행위 자체에서 에너지를 받는다. 아직은 살아 있다는 깊은 안도감.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아 넣은 마음 안에서 다시 용기를 얻는다.


내가 쓴 글 안의 내가 진짜 내가 되었을 때 진짜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건 브런치 때문이다.


브런치 작가 모집 공고를 몇 번이나 넘겼다. 지금 써 둔 글을 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가장 내밀한 글들을 이곳을 통해서 공개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 도전은 그냥 스르륵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한다.


글 잘 쓰는 분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그러나 글 쓰는 모든 사람이 도전하는 건 아닐 거란 생각을 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을 때, 맘껏 소리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

#브런치 에게 감사하며.


이 브런치는 그 브런치보다 내겐 늘 특별하다.

이전 17화2021년 7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