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는 질서를 극도로 불편해 하는 사람이었다.
질서가 중요한 것도 알겠고, 질서가 생기면 편리한 것도 안다.
세상이 말하는 질서라는 것들에 대해 대체적으로는 순응해왔다. 부모님의 세계관에 크게 어긋나지 않게 지냈고, 학창 시절 내게 요구되는 질서들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혼란은 사회생활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회사의 인사정책, 남녀차별, 자본주의, 관계에서의 질서까지. 성인이 된 후부터 세상이 요구하는 질서들은 나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다. 시스템, 관례, 결혼… 나 이외에 모든 방향에서 나에게 그들의 질서에 맞춰 주기를 요구했다. 그들은 약자들에게 더 가혹했다. 나는 약자였다. 나는 약자임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납득이 가지 않는 질서는 거부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질서를 따르고 있는 건 그저 생존을 위해서. 그 생존본능이 커지면 커질수록 내 삶은 어두워졌다.
질서를 파괴할 용기를 가지지 못한 나는 질서가 없는 시간과 공간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자유를 갈망하며 보이지 않는 질서를 거부하는 마음이 펄떡거렸지만 고이 숨겨두었다. 나는 급기야 강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약자 쪽에서 강자 쪽으로 삶의 단계를 밟아가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존재한다는 것은 질서 안에 들어와 있는 것.
진정한 자유는 질서를 창조하는 자에게 주어진다는 것.
세상의 질서에 이해가 밝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질서를 창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
존재한다는 건 이미 질서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
내게 남은 건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 스스로의 질서를 지켜나가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