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트레스컴퍼니 Jan 07. 2018

화가 날 땐 참지 말고 태워버리세요.

대신 분노하는 분노 캔들의 탄생

당신은 화가 날 때
어떻게 하시나요?


1. 화를 낸다. 

2. 참는다. 


1번을 선택한 당신은?

그럼요. 화가 나면 바로바로 화를 내야죠. 어떻게 화를 참나요? 그렇게 화를 내야 상대방도 내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고 조심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화를 내고 나면, 당시에는 후련하지만 조금 지나고 나서 후회가 되기도 해요. 조금만 참았으면 괜찮았을까 싶어서요. 한번 화가 나면 조절이 안 될 때가 있거든요. 저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닌데, 사람들이 저를 화만 내는 사람인 줄 아는 것 같아서 더 화가 나요. 


화가 난다. 화가 난다

                                                  



2번을 선택한 당신은?

어떻게 화가 난다고 내 감정을 다 표현할 수가 있겠어요. 화가 나긴 하지만, 꾹 참고 넘어가는 거죠. 나만 잠깐 참고 넘어가면 모두가 다 편안해지는 걸요. 그런데 그렇게 참다 보니 내 속에 화가 가득 차 버렸나 봐요. 가슴이 막 답답해서 숨이 가빠올 때가 있어요. 이러다 정말 내가 정말 화병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화를 내면 나를 떠날까 봐 두려워요. 이젠 화를 내는 방법조차 잊어버렸어요. 어떻게 화를 내야 하는 건가요. 


화를 참자. 화를 참자

                                                            



그래요. 당신 말이 다 맞아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 

화가 날 땐 화를 내기도 하고, 내고 나서 괜히 화냈나 후회하기도 하는, 화가 나지만 모두의 평화를 위해 참기도 하는 바로 당신 말이에요. 그런 당신을 위해 태어났습니다.




화를 낼 수도 없고, 안 낼 수도 없다면
대신 분노해드리겠습니다. 
주인님. 



화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얼마나 쌓였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던져서 상처를 주거나 내 몸에 쌓아서 결국 내 몸에 병이 나게 하죠.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화를 
보이게 만들면 어떨까?



화를 보이게 만들고 그것을 태워서 나의 화가 사라질 수 있다면?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들을 녹여서 없앨 수 있다면, 사람들이(그리고 나도) 좀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태어난 스트레스 컴퍼니의 첫 번째 상품인 분노 캔들은 "분노는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콘셉트로 제작되었습니다. 눈 부분이 심지로 되어있어, 쌍심지를 켜고 대신 화를 내준답니다. 


분노캔들과 분노캔들 DIY 키트



처음에는 화가 날 때 씹어먹거나 천천히 녹여 먹을 수 있는 사탕이나 초콜릿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초콜릿을 만들어보겠다고 방산시장을 들락거렸지만, 먹는 걸 만드는 것은 꽤 까다롭더군요. 폭망하여 상심하고 있을 때 친구가 캔들은 어떠냐며 추천해주더군요. 



그래 바로 이거야. 신난다. 분노를 태우자! 

그때부터 시중에 있는 모든 양초 재료들을 리서치했습니다. 소이 왁스와 파라핀, 만지락, 밀랍 왁스를 가지고 부어서도 만들고 붙여서도 만들고 말아서도 만들어본 후에야 밀랍 시트를 말아서 만드는 형태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하게 됐지요.


다채로운 분노캔들의 변천사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이 그렇게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서 어떻게 돈을 벌겠냐며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렸지만, 저는 그냥 그렇게 손으로 말아서 만드는 게 좋았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만든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주문이 들어오면 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하하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쓰는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래야만 그 사업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지금도 여전히 믿고 있습니다. 


그랬기에 밀랍 시트를 자르고 나무 심지를 자르고 또 심지에 시트를 덧입히고 그 재료들을 정성껏 말아서 만드는 분노 캔들을 탄생시키고야 만 것입니다. 


분노캔들 첫 번째 버전. 누가 만들었는지 참 귀엽네요.

                           



끝인 줄 알았죠?



그런데 처음부터 분노 캔들이 쌍심지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나무 심지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면 심지보다 나무 심지가 더 불꽃이 크고 타닥타닥 소리가 나니까 타는 소리로도 힐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코, 눈, 볼 심지의 위치 테스트

                                      



분노캔들의 사이즈 테스트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의 사이즈도 아니었어요. 과연 어떤 사이즈가 적당할 것인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분노 캔들을 켜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가장 적당한 시간이 30분 정도라고 느꼈고, 그 시간 동안 화난 얼굴을 다 녹여버릴 수 있는 사이즈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분노 캔들은 얼굴이 다 녹은 후에도 대략 2시간 정도 액체상태로 끝까지 탑니다. 그렇게 제작한 분노 캔들은 인체에 유해성이 없다는 인증절차를 거쳐서 KC 마크도 받았습니다. 



분노캔들의 첫번째 버전. 분노캔들을 켜고 마음을 식힐 수 있도록 메뉴얼이 같이 들어있습니다.


 분노캔들 두 번째 버전. 책을 빼고 크기를 더 키웠습니다. 더 귀여워졌네요!

           


혼자서 꼬물꼬물 만들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내가 혼자 만들고 있지만, 분노 캔들이 많이 팔리면 동네의 손재주 좋은 아줌마들, 할머니들과 함께 만들고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꿨었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많이 팔리지는 않아서 혼자서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제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그때까지 지치지 않고 차근차근히 만들어나가겠습니다.  


분노 단계에 따라서 색상을 선택할 수 있어요.



분노캔들은 스트레스컴퍼니샵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이 글은 2016년 다음 스토리 펀딩에 연재했던 글을 수정하여 올린 글입니다. 

스트레스컴퍼니 -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전 02화 이런 디자이너도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