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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Feb 18. 2018

내 안 깊숙한 곳에 있는 진실

기적수업 48과

제 48 과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1. 오늘 관념은 단지 사실을 말할 뿐이다. 허상을 믿는 자에게는 이것이 사실이 아니겠지만, 허상은 사실이 아니다. 진실로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를 인식하기는 매우 쉽다. 그러나 허상이 진실이기를 바라는 자에게는 이를 인식하기가 매우 어렵다.

(...)

3. 두려움이 있다는 것은 네가 자신의 힘을 신뢰한다는 확실한 표시다.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의식은 네 마음 어딘가에서 네가 하나님을 기억했고, 하나님의 힘이 너의 약함을 대신하도록 했음을 보여준다. 비록 그곳을 아직 인식하지는 못할지라도. 네가 기꺼이 그러기로 뜻하는 순간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어제 레슨의 연장선이다. 뭐 모든 레슨이 그렇지만 말이다. 어젯밤 나는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가난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정착할 집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던 기억과 오버랩되는 현재 상황 안에서 나는 완전히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렇게 두려움에 사로잡혔을 때 내가 하는 건, 두려움을 직시하는 대신 여기서 도망치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마다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조나단에게 화를 내곤 했다. 근데 그걸 자꾸 되풀이하다보니 그게 에고의 수법이라는 게 너무나 분명해졌다. 그래서 그 말은 더이상 그 어떤 힘도 갖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에고가 하는 그 다음은 여기서 살긴 할건데 너하고는 헤어지는 게 낫겠어,라고 조나단을 협박하는 것이다. 다만 내가 여기서 살려면 비자가 필요하니 비자 받을 때까지는 네 도움이 필요하다, 만약 네가 도와주기 싫다면 난 한국으로 갈게,라는 협박.

그런데 그 수법도 딱히 창의적이진 않다. 그저 나한테 주목하라고 징징거리는 꼬마아이의 모습일 뿐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조나단이 정말 이렇게는 더는 안되겠다고, 자기가 너무 힘들다고, 헤어지는 준비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 그동안은 네가 정말 원한다면, 나랑 있는 게 너무 힘들어서 헤어지는 게 네가 더 행복해지는 길이라면 그렇게 하자는 입장이었다. 처음으로 힘들다는, 물론 다른 건 아니고 나와의 관계에서, 말이 조나단에게서 나왔다.

나는 당연히 할 말이 없었다. 그동안 해오던 말의 반복이었다. 내가 화가 났을 때 나는 나 자신을 컨트롤할 수가 없다. 그때는 헤어지는 거 말고는 다른 생각이 아예 떠오르지를 않는다. 하지만 감정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참 내가 말해놓고도 뻔뻔하다 싶었다. 그래서 한마디 덧붙였다. 매우 감정적인 나를 대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내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네가 정말로 헤어지기를 원하면 그렇게 하자. 지금까지 일 년 정도 여기 머무르면서 다섯 번 정도 짐을 쌌던 것 같다. 실제로 집을 나가 호텔에 묵었던 건 한번이고, 언제나 조나단은 내 감정이 지나갈 때까지 나를 달래주었다.

내가 하루아침에 괜찮아지겠다는 약속을 할 수는 없었다. 앞으로 화가 나도 절대로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할 수 없었다. 물론 그런 의도를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의도가 바로 결과를 만들진 않는다. 훈련할 시간이 필요하다.

오후에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한참을 자기연민에 빠져있었다. 어린 시절의 치유되지 않은 경험들이 완전히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완전히 덫에 걸린 기분이었다. 발버둥을 칠수록 점점 나를 옥죄어오는 덫.

그리고 저녁 명상 시간, 어린 시절 교회에서 울며불며 눈물콧물 쏟아가며 하나님을 찾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던 시절. 지금도 똑같구나 싶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간절한 기도이다.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기적수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는 제정신이 아니다. 나는 미쳤다. 나는 환자다. 그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환자인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아무 것도 없다.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수밖에. 하루종일 오늘의 레슨을 되뇌이며, 바닥처럼 보이는 지금 이 상황에서도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레슨을 반복하며, 조금은 동일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겪는 상황, 나라고 생각하는 그것, 그것과의 동일시를 아주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다시금 분명하게 이것은 기회이다. 아마도 한번도 제대로 치유된 적이 없었나보다. 나름 한다고 했던 내면 작업이 완전 밑바닥까지 가지는 못했었나보다. 그래서 지금은 그것을 치유할 기회가 주어졌다.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가. 누구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을 용서할 의도를 갖고, 무엇보다 무지한 나 스스로를 용서할 의도를 갖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부인과 저항으로는 아무 거도 이룰 수 없다. 에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부차적 부정성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 다음이다. 그저 에고는 인간존재의 유산일 뿐, 그것이 나를 규정하지는 못한다. 절대로.

나를 규정할 수 있는 건 오직 신의 이름 뿐, 그래서 나는 오직 사랑으로만 규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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