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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에이치제이 Jan 27. 2022

그, 1월 27일 +etc.

꼭 29번의 잠 - (미완성의 나머지) 1 토리노


Ciao 로마 >> Ciao 토리노 / 토리노 1일




memo


로마 >> 토리노 Italo-Prima / 1등석 1인 전용 좌석 47.9유로, 사전예약 필수

1인실 싱글룸 예약 / 1월 27일 ~ 31일 (4박 5일, 조식 포함, 도시세 별도)




+++


한 자리에 오래 머물 때의 안정감이 좋았지만

여기에 도착하고 곧 저기로 떠나고 또 다른 거기에 도착하고

짧은 여정이 빼곡해지니 다시 여행하는 기분이다

물론 여태 여행 중이었고 여전히 여행 중이지만

출발과 도착이 자주 반복되는 바쁜 여행은 몸속에 또 다른 흥을 가득 채운다





로마를 떠나 토리노에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나와 버스 티켓을 사고 버스 정류장을 찾고 버스를 탔다

지금까지의 도시 중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길도 헤매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중에 지도를 보고 안 사실이지만

토리노의 모든 길들이 넓고 쭉 뻗은 직선으로 이어져 있어

나 같은 길치조차 길을 잃는 게 더 어려운 곳이었다

Torino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나오니 pm6시가 되었다

나라 간을 이동하는 기차 여행이 아니라 도시 간을 이동하는 기차 여행은

오히려 충분한 휴식과 체력 보충의 시간이 되어 보통은

도착 첫날 해가 지면 밖으로 나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짧은 여정의

시간이 아까워 밤길을 나섰다


이탈리아의 북부는 흥하고 부자인 도시들이 많다

그게 선입견으로 자리한 건지도 모르지만 북부의 도시 토리노는

좁은 골목은 거의 보이지 않고 넓고 깨끗하게 쭉 뻗은 길과 도로들이 많았고

아기자기한 건물보다는 제복을 입고 각을 맞춘 행렬처럼

단정하고 거대한 건물들이 정돈된 길을 따라 정렬되어 도시를 더욱 반듯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지도도 보지 않고 직선의 길을 따라 앞으로 쭉 걸었더니

길은 더 넓어지고 불빛은 더 화려해지고 건물은 더 거대해지고 공간은 더 광활해진다

햇빛이 비출 때 제대로 모습을 보여 줄 도시가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듯한 이 도시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고 

오늘 밤의 나는 자꾸 낯을 가리고 있다






+


역시 새로운 곳에 도착했고 그곳의 첫 잠은 쉽지 않다

바뀐 잠자리에 귀신같이 반응하는 예민한 심신

pm10시에 취침했는데 am12시에 깨고 am3시에 또 깼다가 겨우 잠들었다

언제나 서로의 첫인상이 가장 중요한데 제발

멀쩡하게 첫 아침을 맞이할 수 있기를

어색하지 않은 표정으로 이 도시를 마주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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