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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에이치제이 Jan 29. 2022

그, 1월 29일

꼭 29번의 잠 - (미완성의 나머지) 3 토리노


꼭 2번의 잠, 토리노 3일




+++ 


역시 모르면 알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Torino토리노를 대표하는 단어들

Tirin튜린 (토리노의 피에몬테어 이름--피에몬테 지역의 주도)

Fiat피아트(자동차) Eataly슬로우푸드(자연주의) 

Bicerin비체린(토리노 전통 커피) Lavazza라바짜(이탈리아 대표 커피 원두)

Ginduia잔두이아(토리노를 상징하는 가면)--Ginduiotto잔두이오토(가면에서 유래한 헤이즐럿 초콜릿)

Aperitivo아페리티보(식전주라는 의미의 토리노 식전 뷔페식)


그리고

바로크 건축양식의 우아하고 도도한 도시인 토리노

나의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다





am7시 빵 냄새 알람이 식욕을 자극한다

크루아상과 카푸치노와 요거트와 조각 케이크의 아침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옷을 단단히 여미고 두 번째 아침의 바깥으로 나선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지만 여전히 공기는 습하고 안개가 짙다


고풍스러움이 가득한 길을 지나 토리노의 중심부로

토리노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서두른다

도시를 사전 탐색하느라 써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오늘은 미리 공부해 둔

중요한 장소들을 한꺼번에 섭렵하기 위해 애를 좀 써볼까 한다

낯선 도시였던 만큼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나에게도 필요하니까 그래서인지

오늘의 page에는 슬렁슬렁 다니던 때와 달리 알거리들이 주로 쓰이는데

나 역시 사전 지식이 전무했던 이 도시에 큰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직진을 하다 처음으로 만나는 곳 건물과 건물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곳

카스텔로 Castello 광장에는 사보이아 왕가의 궁전인 토리노 왕궁 Palazzo Reale 이 있다


360도 파노라마로 찍어야 모두 담을 수 있는 광장의 멋진 풍경을

여섯 장의 사진으로 겨우 나누어 담고 왕궁의 내부로 들어간다

토리노 왕궁은 입장료가 있지만 일요일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토리노의 중심부는 교통수단이 복잡하게 지나는 도로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길고 긴 아케이드의 길 위로 편의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차도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아케이드는 복잡한 중심부에서 안전하게 길을 걷고

편리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는데 그 길을 쭉 구경하며 걷다 보면


또다시

길과 길 건물과 건물 사이로 토리노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몰레 안토넬리아나 Mole Antonelliana 를 만나게 된다

몰레는 이탈리아어로 엄청난 크기의 건물을 뜻하는데 이 건축물은

토리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며 토리노 동계올림픽 로고로 사용되기도 했던 그것이다

현재는 국립영화박물관이 들어서 있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박물관이기도 하다





길을 잃을 수 없는 쭉 뻗은 직선의 길을 그저 직진하기만 하면

 그 길들에서 차례차례 나타나는 토리노의 볼거리들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는 아케이드를 지나고 또다시 걷는 기나긴 길의 끝에서

두 번째 광장과 마주한다


비토리오 베네토 광장 Piazza Vittorio Veneto 은 유럽의 가장 큰 광장 중 하나이며

그곳에 토리노를 흐르는 포 강 Fiume Po 이 있다

어마어마한 안개 때문에 시야는 답답했지만 그 때문에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광장과 강의 풍경에 조금 아찔해지는 기분이 든다


포 강 다리 건너편 언덕 위로 토리노가 아름답게 내려다보이는 산타마리아 델 몬테 교회가

안개 너머에서 또렷한 형체를 지우고 건성으로 그린 수묵화처럼 그려져 있다

이제 그 희미한 흔적을 쫓아 포 강 위 다리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I세 다리 Ponte Vittorio Emanuele I 를 건널 참이다






포 강 다리를 건너 아직은 번화한 길을 걷다가

경사가 있는 길을 올라 인적이 드문 도로로 접어들면

머뭇거리지 않고 그대로 길을 나아간 이의 앞에 비밀스러운 공간이 나타난다 그곳은

사보이아 왕가의 거주지였던 빌라 델라 레지나 Villa Della  Regina

안개 때문에 더없이 비밀스럽게 느껴지는 사적인 이 공간에 선 지금

누구에게도 허용되지 않은 곳에 몰래 발을 들인 조심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은 

아무도 없이 오직 나 홀로 이곳에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빌라 델라 레지나를 나와 조금만 더 힘을 내어 오르면 드디어

포 강 다리에서 본 산타마리아 델 몬떼 교회 Santa Maria del Monte 에 이른다

날씨가 좋았다면 더 또렷했을 도시의 전경이 안개에 휩싸여

동화 속 마법사의 저주에 걸린 왕궁에 대한 이야기의 한 페이지가 펼쳐져 있는 것 같다





올라온 길의 반대쪽 내리막길로 내려간다 곧 현실 세계에 당도한다

문명의 흔적이 고스란히 들어선 거리를 지나 아랫길에서 포 강의 다른 쪽을 만난다

강을 등지고 돌아오는 길에서 (출발할 때 갔던 길과는 다른 아랫길)

아주 넓고 길게 이어지는 정원으로 들어서는데 이 정원을 걷다 보면

지금은 학교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발렌티노 성 Castello del Valentino 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출입이 제한된 곳이라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성을 둘러싼 아름다운 정원과 강을 낀 산책길이 이 계절에도 마음을 흔들어

아쉬운 마음은 낙엽과 함께 멀리 쓸려갔다





정원의 산책길이 끝나고 다시 길을 걸으면 세 번째로

도시가 가진 광장 중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산 카를로 광장 Piazza San Carlo 에 닿는다 아케이드 건물로 둘러 싸인 광장의 정면

쌍둥이처럼 닮은 개의 교회

산타 크리스티나 La chiesa di Santa Cristina 와 산 카를로 La chiesa di San Carlo

광장이 아름다운 것은 이 두 교회의 똑 닮은 아름다움 때문인 것 같다


바로크 시대의 걸작이라고 하는 

산 로렌조 교회 San Lorenzo Royal San Lorenzo 에서는

독특한 디자인과 건축의 돔을 내부에서 올려다봐야 한다





교회를 나와 조금만 걸으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1세기 로마로 향하는 성문 중 하나였던 포르타 팔라티나 Porta Palatina 가 있다

로마로 향하는 4개의 입구 중 가장 잘 보존되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성문


이곳에 다다랐을 때 살짝 안개가 걷힌 하늘에서 해가 지고 있었다

더 이상은 무리라는 몸의 신호를 그제야 알아챘다

잠시 쉬러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토리노에서의 또 한 번의 밤을 잃지 않으려면

숨 돌릴 틈 하나 정도가 필요했다 





2시간 정도를 쉬고 다시 길을 나선 시간은 pm5시 

포 강으로 향한다 밤의 강과 도시의 야경을 보려고 한다


가는 동안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지 않고 오늘 저녁은 이 일정 하나만을 목표로

앞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힘을 충전하는 동안 역시 충전해 둔 카메라 배터리를

그냥 방치하지 못하고 길 끝에 다다르는 동안 몇 번을 멈추고 만다

그렇게 걷다 멈추다 다시 또 걸어 당도한 광장의 포 강


낮의 안개가 걷히지 않아 밤의 색까지 더해진 안개 낀 강과 광장은 짙은 어둠이었지만

그럼에도 까만 배경 속 불빛과 희미한 건물의 윤곽이 신비로워

어느새 이 도시를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


돌아오는 길 우아하고 도도한 도시가 밝은 불빛을 내뿜어

나의 걸음걸음마다 빛을 비춰주어 안심이 된다

오늘은 우리가 꽤 친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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