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월 30일

꼭 29번의 잠 - (미완성의 나머지) 4 토리노

by 윤에이치제이

꼭 3번의 잠, 토리노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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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하고 멋들어진 건물 그 위로 거미줄이나 뜨개실처럼

얼기설기 엮여 지나는 전선들

그게 아니면 토리노가 아닌 그 모습이 인상적으로 각인되었다

토리노를 이름 부르면 떠오를 이미지들이 차곡차곡 쌓인 시간들이

귀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초라한 복장이라면 주눅 들 것 같은

미미한 존재를 기죽이거나 대비시켜버리는 토리노의 멋들어진

건물들이 늘어선 길을 오늘도 부지런히 걷는다

덩치가 크고 키 큰 사람은 몇 번을 봐도 턱이 떡 벌어진 채로 올려다보는 수밖에 없는데

이곳에서 내내 정신없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게 일이다

뻣뻣해진 고개를 잠시 이완시키며 몸을 낮추고 부담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기자기한 상점이나 물건에 대해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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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는 유명하고 번화한 길로 들어설수록 한 폭의 하늘을 마구 그어버리는

전선줄들이 더욱 복잡하고 정교하게 엉켜있는데

오늘은 전선은 점점 사라지고 크고 현대적인 건물들이 띄엄띄엄 발견되는

토리노의 저 아래 끝 가장자리로 간다


굳이 시간을 내어 그 한적한 길을 선택한 것은

(어제 언급했던 토리노를 대표하는 단어 중) Etaly 그곳에 가기 위해서다

시간 관계상 도시 끝자락 인근에 위치한 피아트는 일정에서 제외해야 했는데

아마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가려는 곳보다 그곳이 1순위겠지만


토리노 중심부와 비교하자면 오히려 우리 사는 곳과 비슷해 보이는

상가주택 쇼핑몰 병원 같은 딱딱하고 큰 건물들이 간격을 두고 발견되는 길에서

또한 토리노의 우아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Eatly 건물을 발견한다

그곳을 방문한 것은 사진으로 남겨둘 만한 풍경 때문이 아니고

토리노의 음식 문화를 엿보러 간 것이라 구경을 하고 끼니를 해결한 사실 외에는

많은 것이 남아있지 않지만 도시의 식도락에 관심이 있다면 이곳은 가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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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가장 아래쪽 가장자리에서 가장 아래쪽의 포 강에 이른다

한층 자연스럽고 거친 느낌의 강과 강을 따라 이어진 자연스러운 산책길

좀 더 좋아하는 무심한 듯 필요한 만큼의 손길만 더해진

푸르거나 앙상한 채로 자연 그대로인 이 풍경이 좋다


강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아름다운 정원의 길

발렌티노 공원 Parco del Valentino 은 토리노의 가장 아름다운 공원 중 하나라지만

내가 본 중에서는 그중 하나가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다

가을의 계절에 이 길을 산책하는 상상을 하면 마냥 부럽고 아쉬울 정도로

그러고 보면

토리노의 다른 계절에 다시 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길 줄

처음 이 도시에 도착했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다


공원의 어느 편에는 작고 아름다운 중세마을을 떠올리게 만드는 곳

보르고 중세마을 Borgo Medievale di Torino 이 있어

잠시 이곳에서 시대착오적인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중세를 통과하고

아름다운 길을 거슬러 오르다 보니 다리 너머 언덕의 산타마리아 델 몬테 교회가 보인다

다시 토리노의 복잡한 거리 속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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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시간이 없는데 여유롭게 먹고 산책을 하며 남은 날의 대부분을 보내고 나니

벌써 해가 지려 하고 있다 날씨가 맑았다면 더없이 환상적이었을 도시 전경을 제대로 보지 못해

아쉽고 사진으로만 남겨둘 수밖에 없는 토리노의 유명한 건축물과 박물관을

더 깊숙이 들여다볼 수 없는 빠듯한 시간이 아쉽다

4박 5일의 여정이라지만 실제 주어진 3일간의 시간 동안 점점 더 많은

매력을 드러내는 이 도시를 다 흡수하고 싶다는 건 어차피 불가능한 소망이니


이렇게 된 이상

마지막 날 용쓰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 중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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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체린 커피를 마시러 왔다

이것이 마지막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 거창하지 않은 일

누군가에겐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


어디에나 있지 않은 토리노의 전통 커피를 기다리며 설렜고

내가 겪은 가장 친절한 음성과 미소가 가져다준 향긋한 커피 한 잔이

나만을 위한 테이블 위에 놓였고 나를 위해 선물한 단지 그 한 잔의 커피로 인해

토리노에서의 마지막 날이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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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야 할 밤의 하늘이 쨍하게 파랗다

떠나기 전 날 밤이 되어서야 맑게 갠 파란 하늘을 보여주는 야속한 도시

분명 다음의 만남을 약속받으려는 밉지 않은 여우짓


차마 다리를 건너지는 못하고 토리노의 화려하고 우아한 모습에

사랑스러운 불빛까지 깃들어 반짝반짝 빛나는 도시의 많은 길 위를

이 밤 오래오래 걸어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사력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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