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2월 5일

꼭 29번의 잠 - (미완성의 나머지) 10 안시

by 윤에이치제이

꼭 9번의 잠, 안시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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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한쪽에 일렉기타 하나가 세워져 있다

그녀는 보이지 않고 그가 커피를 마시러 나온다

저 일렉기타는 누구 거죠? 내 거야 밴드에서 기타리스트였어 어렸을 때지

링 귀걸이 다듬어지지 않은 약간의 장발 첫인상이 자유로운 예술가 분위기가 나긴 했다

기타리스트를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인디 밴드에서 일렉 기타를 연주했는데..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한 일 년 록 음악에 빠져서 헤비메탈 고딕메탈 아트록 펑크록

얼터너티브록 가리지 않고 들으며 음반을 사모으고 1만 개 가량의 mp3 파일로

모은 록 음악을 듣느라 다른 장르의 음악은 아예 듣질 않았었다

그중 가장 사랑했던 노래는 지금도 핸드폰에 저장해 두고 듣고 있지만

수천 개의 음악은 오래전 내 곁을 떠나갔다 물론 CD에 파일 형태로 남아있긴 하지만

꺼내 들은 지 10년도 훌쩍 넘었고 음반의 경우는 중고로 팔아 당연히 남아있지 않다

그에게나 나에게나 한때의 과거는 현재의 삶에 묻히고 그 시절은 아련한 추억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일렉기타의 솔로 연주를 들을 때면 지금도 가슴 깊이에서부터 찐-하게 반응한다





물길이 흐르는 아름다운 안시의 구도심 거리로 간다 비가 온다

길을 가다 어디를 무엇을 찍어도 우산 쓴 사람들이 배경에 걸린다

그 모습이 예쁘다 알록달록 여러 색의 우산을 쓴 여러 사람들


비가 오는데도 아랑곳없이 열린 마켓의 다양하고 신선한 먹거리들이

가는 발길들을 자꾸 붙잡는다 비가 오는데도


기온이 낮고 축축한 날씨에 몸이 서늘해져도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는

걸음을 멈추기 위한 어떤 핑계도 대고 싶지 않다

강행군이라는 고집스럽고 우직한 단어를 써야 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길 위에서 만난 교회 안으로 잠시 들어간다 이 교회는

지금은 스쳐 지나가지만 다음에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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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안시의 높은 곳에 있는 성당과 뮤지엄에 갈 계획이었는데

구도심에 심취해 걷는 중이었던 이유로 첫 번째로 만난 오르막길은 잠시 보류했었다

그런데 다시 다른 오르막길이 나와 아무래도 올라가야겠다 싶었다


몇 번을 말하지만 오르막은 언제나처럼 그것이 가진 멋진 무엇을

이번에도 예외 없이 보여줄 것이어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저 길을 오르면 만나게 될 안시만의 멋진 장면은 또 어떤 감동을 줄까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몰라서 놀라움이 배가 되기도 하는데

안시의 높은 곳을 올랐을 때의 감정은 후자이다

더군다나

오르막이 주는 감동의 정점은 언제나 가장 높은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인데

이곳은 그뿐만 아니라 (다른 길로) 내려가는 동안도 내내

감동적이었다 내려가는 길을 결코 서두를 수 없고 내려가다 결국 아래에 닿을 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한 발짝 한 발짝 내리막길을 디딜 때마다 달라지는

멋진 장면들을 모두 다 갖고 싶었다


어쨌든 오늘의 목적지였던

생 프랑수아 드 살 성당 Saint François de Sales과

뮤제 샤토 Musée-Château d'Annecy 그곳에 도착했고 성당을 둘러본 후

뮤지엄으로 향했는데 pm12-2까지는 문을 닫는 시간이라서

12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나는 구도심으로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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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걷는 구도심의 길들 오랜 아름다움이 박제된 여전한 장면들

물길 가까이 다가간 아랫길에서 비가 그친 내일 이곳을 다시 찾기로 하고 뒤돌아 선 것은

욕심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해서이다 하루 동안 안시의 모든 것을 섭렵하고자 하는 건

도저히 역부족이라서 좀 더 시간을 쏟고 싶은 곳은 내일로 미뤄두기로 한다


길을 걷다가 두 번째 오르막을 오른다

새로이 내 앞에 나타난 또 다른 오르막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은

그에 대한 보상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고 그래서 또 기대하기 때문이다

길을 오르자 이전 오르막길에서 올랐던 정상의 공간이 다시 나타난다

그래도 괜찮다 뮤지엄 시간에 맞춰 또 와야 하지만 두 번도 세 번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안시라는 곳은 그렇다


처음 이곳에 올랐을 때보다 좀 더 정성 들여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길들을

지나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놓칠 뻔한 아름다운 장면들이 가슴을 때린다

안시는 아래의 호수와 운하와 구도심의 길들 뿐 아니라

반드시 위의 모든 길들도 다녀봐야 한다 정성껏 빠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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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온 길에서 다시 또 시작한다

하나도 버릴 것 없는 그래서 놓칠 수 없는 모든 장면들

발을 내딛을 때마다 다음 걸음을 붙잡는 도시의 풍경들

찌든 삶도 아름다운 삶도 다 껴안고 사는 삶들이 도시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후 2시가 다 되어 갈 때 세 번째로 오르막길을 오른다

길을 올라 닿은 꼭대기 광장에 사람들이 뮤제 샤토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곳 뮤지엄은 일요일에 방문하게 된다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내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볼거리들이 넘쳤고

중세의 옛 건축물을 뮤지엄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늘 갔던 현대식의

일괄적이고 정렬된 접근이 손쉬운 뮤지엄과는 달리

유적을 탐사하는 기분으로 모든 층 모든 통로 모든 벽 사이를 샅샅이 헤매고 다녀야 해서

건축물과 전시물을 함께 감상하는 재미와 감동이 있어 그게 참 좋았다

더해서 그곳에서 보는 도시의 지붕들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작품들은

절대 빠뜨리면 안 되는 감상 포인트여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곳에 오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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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제 샤토 Musée-Château d'Anne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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