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판매합니다!

시골살이-5

by 윤에이치제이

8월에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부터
무농약 무화과를 받아
원 없이 먹었다


9월이 되니
이웃집 큰 밤나무에서 떨어진
알밤이 내 몫이 되고 있다


아침 10시경 피고 지는
금화규라는 꽃잎을 말려
차로 마시면
콜라겐 듬뿍

.

뿌리지도 않은 씨앗이
어디선가 날아와
대형 참외를 맺었다며
또 이웃이 주신 참외


무상 판매한다는
이 모든 것을 시골집에서
무상 구매했다
그리고 염치없게도
감나무에 대롱대롱 열린
감이 탐스럽게
익어가길 기대하고 있다

시골살이의 뜻밖의 즐거움

기대 없이 베푼다는 게

이런 거지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원하지 않는 친절을 베풀고

이만큼 줬으면 돌아오는 게

있어야 당연한 것 아니냐는

그 마음은 진짜가 아니지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실망하고 부담되는 관계

그게 지긋지긋해서

폐 끼치지 않기로 신세 지지 않기로

그렇게 먹은 단단한 마음이

어쩌면 풀어질 것도 같지만

그래도 시간은 필요한 것 같아

마음이 아주 편한 건 아니어서

자꾸만 마이너스 통장의

빚이 늘어가는 기분이거든

낸들 어쩌겠어

아직 도시 것의 거죽을

벗겨내지 못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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