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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쭉 빼고 서있는 폼이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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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한테 하도 뜯겨서
보다 못한 친절한 이웃님께서
주신 이름은 모르는 작업복
최후의 방편으로 착용하고
오랜만에 노동이란 단어에
어울리는 작업을 하고 돌아와
허물처럼 벗어서 걸어두었는데
손 앞으로 모으고
엉덩이 쭉 뺀 모양새가 공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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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분들이 말하길
피가 달아서 혼자 헌혈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시는데
내 생각에는 공격당하는 것 같다
못 보던 외지인이 풍기는
냄새를 맡는지도
흡혈하지 않는 벌레조차
내가 나서기만 하면 앵앵거린다
하루 평균 6방만 물려도
열흘이면 60방
이미 100방은 넘긴 한 달
간지러움을 떠나 통증도 대단하고
물린 주변 반경 2센티미터가량
시퍼런 멍이 들기도 하고
물린 피부 속에서 단단하게 멍울졌다가
5일은 기본으로 신경을 긁고
흉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뿐더러
어느 며칠은 열도 났다
안 믿기겠지만 진심 생생한 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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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천적은 있다
내 마음의 90%가 충만해져도
천적인 벌레가 주는 스트레스가
일상을 갉아먹는다
내 삶 주변에서도
피할 수 없는 벌레가 가짓말처럼
꼭 하나는 앵앵거리며 신경을 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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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름다운 내 삶을 망칠 거냐
극복할 수 있는 인내와 노력을
후회하지 않을 정도는 해볼 테냐
그렇다면 후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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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복을 주시는 친절이
곁에 있을 것이다
없으면 스스로 방법을 찾으면 된다
나는 모기장천을 사다가
조끼와 치마 형태로 만들까
소소한 구상을 떠올려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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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짜증과 징징대는 못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는 있지만
여름 한철 벌레로 인해
일 년의 행복을 갉아먹는
미련한 선택은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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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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