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닙니다만, 친절합니다!

시골살이-6

by 윤에이치제이

엉덩이 쭉 빼고 서있는 폼이

사람 같다

벌레한테 하도 뜯겨서

보다 못한 친절한 이웃님께서

주신 이름은 모르는 작업복

최후의 방편으로 착용하고

오랜만에 노동이란 단어에

어울리는 작업을 하고 돌아와

허물처럼 벗어서 걸어두었는데

손 앞으로 모으고

엉덩이 쭉 뺀 모양새가 공손하다

시골분들이 말하길

피가 달아서 혼자 헌혈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시는데

내 생각에는 공격당하는 것 같다

못 보던 외지인이 풍기는

냄새를 맡는지도

흡혈하지 않는 벌레조차

내가 나서기만 하면 앵앵거린다

하루 평균 6방만 물려도

열흘이면 60방

이미 100방은 넘긴 한 달

간지러움을 떠나 통증도 대단하고

물린 주변 반경 2센티미터가량

시퍼런 멍이 들기도 하고

물린 피부 속에서 단단하게 멍울졌다가

5일은 기본으로 신경을 긁고

흉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뿐더러

어느 며칠은 열도 났다

안 믿기겠지만 진심 생생한 후기다

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천적은 있다

내 마음의 90%가 충만해져도

천적인 벌레가 주는 스트레스가

일상을 갉아먹는다

내 삶 주변에서도

피할 수 없는 벌레가 가짓말처럼

꼭 하나는 앵앵거리며 신경을 긁는다

그래서

아름다운 내 삶을 망칠 거냐

극복할 수 있는 인내와 노력을

후회하지 않을 정도는 해볼 테냐

그렇다면 후자이지 않을까

보호복을 주시는 친절이

곁에 있을 것이다

없으면 스스로 방법을 찾으면 된다

나는 모기장천을 사다가

조끼와 치마 형태로 만들까

소소한 구상을 떠올려도 봤다

나 역시 짜증과 징징대는 못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는 있지만

여름 한철 벌레로 인해

일 년의 행복을 갉아먹는

미련한 선택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해결책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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