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9번의 밤 - 11 로마 첫눈에반함+뜨라스떼베레+오늘은글이부실
꼭 10번의 잠, 로마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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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두통에 백기를 들었다 참던 약을 삼켰다
아저씨가 아침 준비를 하시려는 소리를 듣고 주방으로 가서
요거트와 빵 하나씩만 챙겨 오늘은 이걸로 됐다고 얼른 말씀드렸다
퉁퉁 부은 얼굴과 후드를 뒤집어쓰고 안경을 쓰고 나간 몰골로 짐작은 하신 듯
로마의 난방은 나도 어쩔 수 없다는 말과 제스처
네 네 부디 콧물 기침 감기로 시름시름하는 아저씨도 빨리 회복하시길
오전은 내 유일한 해결책인 타이레놀이 이 지긋지긋한 두통을
끌고 달아나 주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약을 먹은 후 추가 억지 잠을 청했다
좀 진정이 됐을 때야 일어나 요거트와 빵을 조금 먹었다
따뜻한 물이 필요해 주방으로 갔더니
거기 있던 아주머니가 괜찮냐고 하시며 따뜻한 물 대신 비타민을 타서 건네신다
아플 때 누군가의 가벼운 말 한마디, 염려의 제스처가 이렇게 고맙다
감사히 받아 들고 들어와 새콤한 물로 정신을 차리려고 용을 쓴다
잠시라도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뭐 이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한데 집에 있어도 춥기는 매 한 가지라서 그렇다
차라리 몸을 움직이는 게 나을까 싶어서
+
외출은 트램을 타고 이동한 시간을 제외하고
2시간의 산책으로 마무리 지었다 짧은 시간, 그렇지만 의미가 큰 시간이었다
로마를 사랑하고 포로 로마노를 가슴에 오래 깊이 품었지만 그만
첫눈에 반해 버린 것이다 뜨라스떼베레, 그곳에
짧은 만남이었지만 나는 알았다 로마에 있는 동안 이곳은 여러 번 오겠구나
놓쳐버리고 잊어버릴까 봐 전전긍긍하겠구나
Trastevere
뜨라스떼베레, 떼베레 강 건너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곳 진짜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는 곳
서툰 말이나 한계가 느껴지는 글로 이러쿵저러쿵 표현할 건 없다
그냥 발길을 옮길 때마다 눈에 담기는 모든 것이 나의 취향이었고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이렇게 자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오늘은 글이 부실하고 사진은 넘친다 스크롤 압박
그렇지만 다시 말하는데 이건 순전히 나의 취향이다
+
(Basilica di Santa Cecilia in Trastevere
뜨라스떼베레는 성당마저 뭔가 좀 다르다,라고 말하는 건 내 주관적 애정 때문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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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건 예고편에 불과하다
나는 여기서 얼마나 지나치게 많이 카메라 렌즈를 들이댔는지 모른다
걸음은 더뎌지고 시간은 빨리 흐르고
이곳에서 걷는 동안은
날씨가 흐린 오늘도 화창한 다음 어느 날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소리를 마음속으로 얼마나 흥얼거렸는지도
이런 날들이 없다면 일상도 여행도 얼마나 무료하겠는가
살면서 우리가 뭔가 땅으로 꺼지는 기분이 들 때
그 지하 수렁에서 우리를 꺼내 주는 아주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것들
그것들 때문에 다시 삶으로 기어 올라와 할 것을 하고 살 것을 사는 것을
자주 잊었다가 가끔 알게 되지 그제야 감사하게 되지
뜨라스떼베레는 어제오늘의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그리고, 벌써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