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월 9일

꼭 29번의 잠 - 12 로마 숙박의문제+또뜨라스떼베레+맛집+자니콜로언덕

by 윤에이치제이

꼭 11번의 잠, 로마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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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를 믿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방법이 없다

번역기를 돌려 어마어마한 양의 한국어를 이탈리아어로 바꿔 캡처했다

제대로 된 문장을 바라진 않지만 제발 의미만이라도 잘 전달되기를

무엇에 관한 것이냐면

정상적인 생활에 가장 중요한 숙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므로

대략 1/3의 지점이 지난 지금까지의 숙박비만을 결제하고

숙소를 옮길까 큰 결심을 마음먹어 정리를 한 것이다

이건 신중해야 하는 문제다 내 계산대로 되면 좋고

뜻대로 풀리지 않아 그냥 여기서 계속 지내게 된다면 지금의 무난한 관계가

조금은 껄끄러워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그러니

최대한 상대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잘 번역이 되었기를






사실은 얼마 전부터 이 계획을 진짜 실행하게 될지는 미지수인 상태에서

번역기를 여러 차례 돌려 나의 소망을 담은 문장을 오늘까지 어렵게 완성했는데

3일간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자 오늘 확 질러보자는 심정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아주머니에게 그 문장들을 대뜸 디밀었다

분명 엉망인 문장이었겠지만 의미는 무사히 전달되었으리 그러니

아저씨와 의논해 보겠다고 말씀하셨으리 에어비앤비 환불 정책을 포함하여


초조한 마음으로 외출도 못하고 방에서 다리를 달달달 떨었다

마음 상태를 반영한 긴장과 떨림은 대체로 다리가 먼저 반응한다


정오가 되어갈 때 아저씨의 호출

다 필요 없고 결론은 2/3의 숙박비를 지불하고 1/3은 돌려줄 수 있다는 것

나의 계획과 계산과는 사뭇 다른 결론

간절한 마음을 담은 문장은 어쩌면 깡그리 무시당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계산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아니다 사실

원칙대로 하겠다는 집주인에게 호소로 어찌하겠다는 내가 잘못된 것이다


외출 준비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다녀와서 답변을 드려도 되냐고 물었다

그리고 비굴하게, 나의 힘든 부분을 이해한다면 부디

이런 질문과 제의를 불쾌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어쨌든 이런 글을 드리게 되어 미안하다는 말도 함께


위로가 필요했다

다행히 오늘의 날씨가 지난 추위를 깜박 잊을 정도로 쨍하게 맑았다

햇빛 찬란한 로마의 겨울은 정말이지 초봄 같다

그래도 좀 더 다정하고 긴 위로가 필요했다

뜨라스떼베레로 가자

이렇게 다음날 바로 다시 가게 될 줄 알았을까

첫눈에 반했는데 자꾸만 어서 보고 싶을 수밖에

그리고

유명한 맛집을 찾아 맛있는 점심을 먹을 테다

스트레스엔 언제나 맛있는 음식이지

소화조차 시키지 못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처한 게 아니라면


+


역시

맑고 화창한 하늘 아래 이곳은 더욱더 빛이 나는구나

낡은데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품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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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선은 예고했던 맛있고 배부른 식사를 먼저 좀 해야겠다


까를로멘타

현지인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라 대기가 필요하지만

(역시나) 이곳을 찾는데 헤맨 걸음과 시간과 무엇보다 헤진 마음을 보상받기 위해

또한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위해 이런 기꺼운 기다림 쯤이야


드디어 내 순서가 되었을 때 자리를 안내받은 후

아이스티와 감베리 파스타와 마르게리따 피자를 시켰다 혼자서도 거뜬히

그리고 먹는 것마저 싹싹 잘 해치웠다 혼자서도 거뜬히

이건 지난 여행에서 먹던 파스타와 피자가 아니야

콧대 높은 식당의 자만심을 부추기지 않기 위해 속으로만 감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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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엄청 불렀지만 기분이 엄청 좋아졌으니 됐다 음식의 위로는 꽤 다정했다

이제 이 어여쁜 곳 구석구석을 열심히 걸어 다니면 되겠고 여전히

하늘이 맑고 파랗고 날도 따스하게 느껴지니 모두 다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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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이 줄곧 따라다니며 얼굴을 감추지 않는다

가는 곳마다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의 달을 올려다보는 게 즐겁다

이만큼이어도 충분하다 싶은데 위로는 멈추지 않고 당장의 시름이 사라진다


익숙한 골목의 길들을 지나고 어제는 닿지 않았던

경사가 있는 언덕길 앞에 섰다

언덕이라면 올라가야겠지 언덕은 언제나 멋진 풍경을 품고 있으니까

평편한 길보다 숨이 차도 그 보상을 충분히 해 주는 기막힌 선물 꾸러미를 숨긴 곳

오늘도 예상에도 계획에도 없던 행복한 놀라움을 내게 주련


Chiesa di San Pietro in Montorio

다다른 곳에는 성당이 있었고 성당 앞 공터는 결코 비어있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꽉 찬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예배를 드리지 않고도 은총을 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뭣도 모르는 주제에 지껄여보는 아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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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anicolo


지금 내가 가장 많이 소유한 것은 시간이므로

거기서 끝내지 않고 교회를 지나 더 높은 다음 방향으로 뻗어있는 길을

지치지도 않고 다시 들어선다 좁은 길은 차가 다니는 넓은 대로변으로 이어졌고

주변 풍광도 아기자기함에서 벗어나 점점 더 거대해진다

그 뜻밖의 만남에 흥겨워하며 길을 오르면 오를수록

저 아래 뜨라스떼베레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었고


그리고 이곳에서

지금까지 목격하지 못했던 위험하리만치 벅찬 최고의 순간이

다름 아닌 오늘의 내게 몰려올 것이었다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경이로운


나는 이 순간으로 인해 너무도 분에 넘치는 큰 위로를 받을 것이었고

내겐 애증의 관계였던 로마에 대한 감정이 완벽하게 역전되고도 그 이상의

사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었다


그것이 여기에 온전히 새겨지고 남겨지진 않았지만

그 발끝의 아름다움이라도 오롯이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이상의 사족은 멈추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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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한 첨부

결국 그대로 머물기로 했다

불편함마저 일상의 일부로 삶의 한 귀퉁이로 생각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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