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9번의 잠 - 14 로마 리도오스띠아+페레로&라바짜+밤음악산책
꼭 13번의 잠, 로마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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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바짝 자고 일어났다
오늘의 하늘과 기온을 놓칠 수 없다는 간절한 주문에
그러게 아저씨 수다가 점점 심해지신다 했어요
아침 식사 중인데 맞은편에 앉아 식사 내내 말이 많아지는 아저씨를
아주머니가 참다 참다 부르신다 개 산책시킬 시간이야
오늘은 Lido선 전철을 타고 로마 외곽으로 나갈 예정이다
이 외곽 전철은 지하철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어 흔치 않게 교통패스 사용이
가능한 지역이고 오늘은 무려!
바다를 보러 간다 기대 기대 기대 기대 기대
지하철을 타고 Lido Centro에서 하차 후 외곽 전철로 갈아탄다
역이 있는 동네 참 소박하고 지하철과 별반 차이 없는 전철도 참 그래도
트램보다 좀 더 기차여행 같은 느낌이다
모래사장은 크지 않고 해변은 제법 긴 바닷가
Lido Ostia 리도 오스띠아
이곳은 로마에서 지중해를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바다다
바다란 곳은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째서 저렇게도 닮았을까
비행기를 타고 온 곳에서 부산의 바다와 같은 친근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해운대보다는 광안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앉아 있는 뒷모습도 동네 백사장을 뛰는 옆모습도 닮았다
이어폰을 꽂고 오랜만에 듣는 가요에 여기가 그곳 같다
그들이 외지인이고 내 영역을 그들에게 얼마간 양도한 듯한
조금 찡해지고 이 바다가 애틋하게 느껴진다
+
2시간 정도의 바닷가 산책을 마치고 충분히 충전된 기분으로 돌아간다
동네가 작고 길이 단순해서 역에서 해변으로 왔다가 해변에서 역으로 가는 게
하나도 어렵지 않다 웬일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잘 정돈된 직선의 길들의 조합
올 때와 반대로 Lido선 -> 지하철 B선 -> 트램
이동 거리가 있어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으니 잊고 있던
어제의 일이 떠오른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하긴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미 있었던 일이 완전히 잊힌다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다
잊는다기 보다는 어두운 저 구석에 묻어둔다는 게 맞다
해가 비치지 않고 물도 영양분도 주지 않은 채 싹이 돋아나지 않게
나는 조심성이 많고 관계에 대해 적극적이거나 용기 있는 편이 아니라서
우연을 운명으로 만드는 사람들의 사랑을 동경하고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나에게 다가왔을지 모를 우연이나 운명에 철벽을 치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다
단단하고 두꺼운 벽을 치고 살았던 청춘의 시절을 지나고 이제 보니
사람과 사랑에 대하여 참 겁 많고 소극적이어서 많은 인연을 놓쳤구나
그걸 알게 됐는데도 절반의 가식과 반쯤의 방어막을 허물어 냈는데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서 데이터가 부실한 새로운 우연에 대해
나머지의 방어기제가 아주 제대로 작동한다
그래서일까 결론을 내리기 힘들지 않았다 생각이 정리됐다
너는 하던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되고 나는 즐겁게 잘 지내다 가면 된다
너의 감정은 너와 다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지 나에 대한 관심이 아닐 수 있고
잠깐 알다 뒤돌아서는 사이의 관계는 부질없다
정리가 끝나니 이제 훅 털어버릴 수 있겠다 싶다
(당시란 앞날을 아는 법이 없으니 그렇게 장담할 수 있었다 싶다)
돌아오니 차를 마시던 아주머니가 내게도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신다
그녀와는 Chao(차오, 안녕하세요) Grazie(그라찌에, 감사합니다)가 거의 대화의
80%지만 조용히 배려하는 마음이 더 많이 느껴지는 사람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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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캄캄해지는 겨울의 저녁
밤의 포폴로 광장을 보러 간다 이제 해 진 후의 외출도 자연스럽다
광장의 언덕에 올라 도시의 밤을 내려다보고 다시 길 위로 내려와
낮부터 듣던 가요를 계속 들으며 노란 조명의 밤 속을 걷는다
음악의 힘은 세서
적당히 은은한 어둠 속에서 나에게만 들려오는 음악이 잠도 없이 꿈결로
안내하는 기분이다 붕 뜬 마음이 내 걸음걸이마저 특별하게 만든다
여긴 로마지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그 길 위에 있는 듯한
사람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니면 이 시간의 산책이 그런 모습을 하는지
한산한 돌길과 적요한 공기로 가득 찬 공간이 다 내 것 같고 좋다
스페인 광장으로 이어지는 길로 쭉 걸어 광장에 도착하니 역시
광장은 이 밤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품고 있다
계단을 올라 그곳이 보여주는 도시의 길과 건물이 내는 빛을 감상한다
낮은 휘영청 파란 하늘이더니 밤은 동그란 달이 휘영청이다
가장 늦은 시간까지 거리에 머물다 돌아가는 날 pm 9시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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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도 오스띠아의 마트에 들렀었다
페레로로쉐 컬렉션 18 pcs 행사 중 1 box에 4.99 유로
2개 사 왔다 이런 횡재
오늘 떼르미니의 마트에도 들렀었다
라바짜 원두 1팩(250g)에 3유로가 넘는데
(그래도 현지 가격이라 국내 구입보다 확실히 저렴하다)
2팩(250gx2) set 3.99유로 행사 중 그래서 2 set(4팩) 사 왔다
한국에 있는 비알레띠와 이탈리아 out 전에 살 새 비알레띠를 위한
포트용 원두커피 분쇄용으로 이런 횡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