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9번의 잠 - 18 로마 포르타포르테세+뜨라스떼베레+코스요리+밤마실
꼭 17번의 잠, 로마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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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의 음료를 tea에서 coffee로 바꿨다
여태 식사에 커피(카페인)를 같이 마시지 않으려 노력한 거였는데
아침마다 비알레띠 포트로 끓이는 에스프레소 향에 굴복했다
이날로부터 남은 모든 아침은 커피를 마셨다
위장에 구멍이 나든 영양소가 다 빠져나가든 이탈리아에서 커피는 못 참겠다
Porta Portese
로마에서는 일요일마다 벼룩시장을 연다
그중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는 게 포르타 포르테세인데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구경삼아 갔고 드레스덴(독일) 엘베강의 멋진
빈티지 플리 마켓에서 감명을 받은 터라 사실 조금 감흥이 떨어졌다
골동품이 많았고 쓰거나 살만한 물건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초반에 이미 마음의 빗장이 쳐진 탓일지도
느지막이 집을 나와 이미 정오가 훨씬 지난 시각이었기 때문에
우선은 식사를 하기로 한다 새로운 곳을 탐색하기가 귀찮아서
오늘도 까를로멘타에 왔다 대신 단품으로 주문하지 않고 점심 코스를 주문했다
부르게스타-까르보나라-커틀릿과 프라이드 포테이토-홈케이크와 에스프레소
자릿세 포함 22유로
(코스 요리 중에서는 까르보나라가 맛있었고 홈케이크가 좀 괜찮았다)
지난번엔 존재를 몰랐던 지하의 테이블로 안내를 받았고
일요일이라 가족 단위로 식사하는 팀이 많아서
아이들의 흥미로운 시선과 옆 테이블 아저씨의 호기심 어린 친절을
감당하면서 천천히 모든 코스의 음식을 먹었다 그래도
아직은 타인의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낯선 곳에서 혼밥을
여러 번 시도하고 잘 해내고 있는 게 나에겐 중요하다
오전에 잠깐 빗방울이 떨어지고 난 뒤로는 다시 햇빛이 났다
뜨라스떼베레에 세 번째 왔지만 이곳은 여전히 빛난다
오늘은 풍경을 쫒기보다는 주택가를 배회하기로 한다
주요 관광지나 상가 밀집 지역 같은 공동 구역들이 중심의 평지에 있다면
두 번째 방문 때 갔던 산책로와 언덕과 공원 등은 높은 지대에 있고
오늘 또 다른 가파른 골목길과 계단을 따라 올라온 곳에는 주택들이 밀집해 있다
아마도 끝까지 올라간 곳의 빌라촌에 거주하는 이들은
주로 자차로 이동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길고 가파른 길들이 이어져 있는데
그 길들을 나는 두 발로 천천히 오르고 내려온다
해가 지지 않은 시간에 트래비 분수에 들렀다
들렀다는 표현을 쓰다니 이제는 이 대단한 길들과 장소들이 친근해지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 잠깐 쉬었다가 해가 질 즈음에 다시 나온다
이제는 두세 번 지나는 곳들은 카메라를 줄곧 들이대지도 않는다
좀 더 눈으로 자세히 보고 마음으로 또렷이 기억하려 한다
동네 마실을 다니는 것 같은 저녁의 외출과 산책이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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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상태가 좋지 않아 그나마 상태가 나은 오렌지를 사 왔다
아마도 늦은 저녁에 들러서인 것 같다
탄산음료(코카콜라가 비싸다) 보다 싼 에스프레소와 과일들
탄산음료를 좋아하지 않아서 다행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