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9번의 잠 - 19 로마 기상&버스착각+in성베드로성당+비아줄리아
꼭 18번의 잠, 로마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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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개운한 기분으로 기상을 했다 정말 잘 잤구나 생각했다
주방에서 소리가 나는 걸 보니 아저씨가 벌써 아침 준비 중이신가 했다
시계를 봤다 am1:07 자신에게 이렇게 진심으로 속을 수가 있다니
아는 번호의 버스를 탔다 창 밖을 보며 이동하는 시간을 즐겼다
창 밖이 점점 익숙하지 않은 풍경으로 바뀌고 있었다
눈에 익은 로마 시내의 풍경은 사라지고 외진 주택가의 골목 속으로 속으로
(마치 마을버스처럼) 버스가 구불구불 진입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덜컥 겁이 났고 얼른 내렸다 반대 방향의 버스를 잘 못 탄 건가
의아해하는 사람들의 눈빛과 회색빛 동네의 풍경이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건
순전히 낯선 환경에 노출된 두려움을 고스란히 토해내는 나의 심장 때문일 것이다
반대편 정류장에서 다시 같은 버스를 타고 돌아오다가 낯익은
Piaza(광장)를 발견하고 내린다 1시간 30분 정도를 버스에서 보내버렸다
오늘 온 곳은
미켈란젤로의 cupola(쿠폴라, 돔) 세계적인 돔 성당
성 베드로 성당
Basilica di San Pietro in Vaticano
(세 번째 성 베드로 성당 방문 - 첫 번째 성당 내부 입성
외부 사진은 앞 선 두 번의 방문 날짜에 업로드 중)
서둘렀지만 버스를 잘 못 타는 실수를 한 덕에
어느새 줄이 꽤 늘어져 있다 그래도 오늘은 그냥 돌아갈 수 없어서
조금 추워진 공기 속에서 바람을 이겨내며 차례를 기다린다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곳이 로마에 어디 있겠냐마는 그 어느 곳보다 특별한
성 베드로 성당을 내게 허락된 이 숱한 시간 동안 못 보고 가는 사태는 만들 수는 없다
보안 검색대까지 통과하고 들어간 성당의 내부를 천천히 오래
둘러본다 수많은 거장들의 손길이 정교하게 담긴 예술로서의 건축물
그 어디 하나라도 놓치기가 아깝다 모르고 본다 해도 놀라울 뿐이겠고
원체 역사나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다면 좋겠지만
성당을 방문하기 바로 직전에 이 건축물이 품은 이야기를 살펴보고 오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성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진 세계적인 가톨릭의 유산
미켈란젤로 부오나로띠 Michelangelo Buonarroti 의 대리석 조각 피에타
미켈란젤로의 쿠폴라를 왕관처럼 쓴 위용과 우아함의 조화로운 아름다움
사실 무어라 말하거나 쓰이는 하찮은 모든 표현들이 조심스러울 뿐이다
날이 흐린 탓에
하늘이 금세 붉어지고 하나 둘 켜지는 인공의 빛들이 이르다
네 번째 또 오게 될까 싶은 생각과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만약의 마음으로
오늘도 어김없이 천사의 성 쪽 떼베레 강의 다리 위까지 걷는다
길은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있고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어 내가 찾으려는 것이 건물이 아닌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지만
어떤 길의 입구를 이어진 길 위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게 길이라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데도 자꾸 길을 잃는다
Via Giulia줄리아 길
바티칸으로 진입하는 두 개의 길 중 하나로 계획되고 건설된 길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이고 중요한 통로
화려했던 시작과 시대는 지나고 지금은 낡고 부서지고 바래진 채로
역사의 어느 페이지로 남아 있는 길이 로마의 어느 좁고 습한 골목길보다
쓸쓸하고 음침하게 느껴진다 크나큰 영광은 가고 겨우 체통을 지키려고 견디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나의 시선일 뿐이지만
쭉 뻗는 길을 걷다가도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그 길이 맞는지
이따금씩 건물에 새겨진 길의 이름을 자주 찍어두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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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을 하지 못한 시간들이 누적된 탓일까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씻어낼 유일할 따뜻한 물 샤워 후에
노곤해진 몸을 던져 침대에 누운 시간이 pm6시였는데
어느 결에 잠이 들어 있었다 소음이 진정될 리 없는 시간에 깊이 든 잠은
pm9시까지 이어졌다 이렇게라도 몸이 스스로를 회복시키려는
신비로운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