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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트너스 Nov 29. 2022

복수가 마려울 때

<재벌집 막내아들>과 함께

믿음의 균열은 우리의 기억을 지배한다. 믿음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배신의 기억이 커져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순간이 방금 일어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오른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인공은 재벌을 믿었다. 재벌의 돈과 명예에 충성하고,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다. 재벌의 총알이 뇌에 박힐 때까지 그의 믿음은 굳건했다. 마지막 임무와 함께 삶이 끝난 그는 배신당한 재벌의 막내아들로 환생했다. 이 드라마는 대한민국의 정체성 중 하나인 '재벌'을 복수극에 버무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작 웹툰의 시나리오로 제작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복수는 인간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강력한 이야기 구조다. '복수'라는 상황이 이야기의 갈등 구조를 명확하게 하고, 시청자가 '선'과 '악'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몰입하게 만든다.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과 실제 복수를 하며 가해지는 잔혹 무도한 폭력성에도 정당함이 부여되기 때문에, 자극적인 요소를 드라마에 삽입하여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시청률이 생명줄인 제작사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소재인 '복수'. 과연 우리의 삶에도 매력적인 것일까?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받을 때, 복수심에 불타 갚아주려는 마음이 생긴다. 나에게 피해를 입힌 상대가 믿었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가족, 친구, 애인, 배우자, 동업자 등 평생 믿음으로 함께 하고자 했던 파트너의 배신은 잊을 수 있는 상처로 남는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복수심은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대상에 대한 공격적인 감정을 품게 하는 유전자의 명령이다. 인간이라면 피해를 입으면 자연스럽게 '복수'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된다. 누군가가 당신의 복수를 막으려 든다면, 그 사람도 복수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누군가가 복수심에 불타 있을 땐 함부로 조언하거나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잔혹한 복수를 소재로 한 영화, <복수는 나의 것>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내가 입은 피해를 가해자가 똑같이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황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나의 복수가 상대방에겐 피해가 된다. 다시 복수가 시작되고, 끝이 없는 복수의 부메랑이 회전한다. '복수를 하려면 제일 먼저 무덤 두 개를 파두어라'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복수가 끝나려면 둘 다 죽어야 된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끓어오르는 복수심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 해답은 탈무드에서 찾을 수 있다.

잘 살아라. 그것이 최고의 복수다.
Live well, It's the greatest revenge.


피해를 입힌 가해자보다 잘 살면 된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인공은 재벌이 가진 재산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서 부동산과 기업투자로 재산을 축적해 기회를 노린다. 누군가에게 반드시 복수를 해야만 한다면, 가해자보다 더 잘 사는 목표를 세우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는다면 가치 있는 복수가 될 것이다. 복수하자, 내 인생을 드높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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