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버팀목과 긍정의 힘으로 성장하는 작가 최길수
‘행복을 그리는 긍정작가’ 최길수. 그를 볼 때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단어를 떠올린다. 어제의 수고가 영글어 오늘의 결실이 된다는 걸 증명하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신문사 미술기자, 교수, 작가 3개의 삶을 동시에 사는 그는 늘 바쁘다. 하지만 삶의 중심축은 언제나 ‘그림 그리는 사람’, 그래서 어디를 가든 그의 곁에는 스케치 노트가 함께 한다. 약속한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혹은 신문 마감 전쟁을 치른 후 잠시 숨 돌리며 차 한 잔 마시다 불현 듯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흘려보내지 않고 노트에 꾹꾹 담아 둔다.
“전업 작가가 아니다 보니 늘 그림 그릴 시간이 부족해요. 1분 1초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애쓰지요.” 퇴근 후 한 점씩 완성한 작품들을 모아 그는 매년 전시회를 연다.
누가 등 떠미는 거 아닌데도 그가 자청해서 새벽부터 밤까지 시간 쪼개가며 작업하는 건 ‘그냥 그림이 좋아서’다.
그가 창조한 작품 속 동글동글한 캐릭터들은 늘 즐겁고 경쾌하다. 가만히 화사한 색색깔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따스해지며 긍정의 기운이 전해온다.
“작가한테는 자신만의 호감기제가 있어야 하는데 내게는 가족이 그런 존재입니다. 아내와 초등 5학년생 외동아들 승민이, 우리 세 식구의 일상과 정서를 그림 속에 녹여내지요.”
아내 홍수자씨는 최 작가의 든든한 예술 동지다. 성악을 전공하고 같은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 홍씨는 남편 그림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1등 공신이다.
색다른 공간이나 전시, 디자인을 만날 때마다 꼼꼼히 사진 찍어 남편에게 보여주며 작품 아이디어를 낸다. ‘일상 속으로 스며든 예술’을 실천하기 위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내는 남편 그림을 골라 집을 갤러리처럼 꾸민다.
틈날 때마다 세 식구는 여행 다니거나 미술관으로 전시 보러가며 오감의 견문을 넓히고 예술적 감수성을 함께 가꿔나간다. 가족이 함께 한 공감의 시간들이 작가의 작품 속에 녹아있다.
“결혼 전, 신문사 미술기자였던 남편이 내게 손때 묻은 노트를 보여주더군요. 그 당시는 작가가 아니었지요. 그의 스케치노트를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작가를 향한 열망이 읽혀지더군요. 결혼 후 남편은 퇴근 후 매일 그림을 그렸어요. 심지어 술 마시고 들어온 날에도 작업했지요. 13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남편은 작가로 데뷔하고,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기업들과 아트 콜라보 작업을 진행하며 자신의 꿈을 하나씩 이뤄가더군요. 재능은 발전한다는 걸 증명하듯이. 솔직히 남편을 존경해요.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서는 질투가 나기도 하지요(웃음)” 끊임없이 노력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최 작가를 곁에서 지켜본 아내 홍씨의 고백이다.
‘일상을 예술로, 예술을 일상으로’가 모토인 최 작가는 2019년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남편이 그림 그리고, 아내는 글을 써서 청계천 광교갤러리에서 부부 공동 전시회를 열었다.
“우리는 13년차 부부입니다. 달라도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좋은 날, 힘든 날 두루 겪었지요. 서로에게 상처를 준적도, 바쁘게 살다보니 놓치는 부분도 있었죠. 이만큼 살아보니 결혼생활은 부부가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거라는 걸 알겠더군요. 우리 부부의 경험담, 깨달음을 그림으로 글로 표현했습니다.” 부부긍정展을 공들여 준비한 최 작가는 싱긋 웃는다.
청계천 야외 전시장을 택한 것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산책길에서 잠시나마 동화 같은 작품을 보며 쉬었다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림 최길수, 글 홍수자’라고 적힌 30여점의 작품을 바라보는 아내 홍씨의 얼굴에는 설레임, 행복감이 오버랩된다.
“부부 어느 한쪽만 잘나가서는 안 되고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해요. 육아 때문에 음악가로서의 재능을 맘껏 펼치지 못하는 아내를 보며 늘 마음 한켠에서 안타깝고 미안했어요. 그러다 아내가 쓴 글을 읽다가 부부 공동 전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지요. 이번 전시로 작은 물꼬를 텄으니 앞으로 함께 작업하다보면 언젠가는 부부 에세이집을 내는 날이 오겠지요” 최 작가는 앞으로도 부부가 함께 성장하고 싶은 속내를 털어놓는다.
긍정작가 최길수는 새로운 시도에 늘 적극적이다. ‘전시는 꼭 갤러리에서만 해야 할까?’ ‘일상 속으로 찾아가는 미술전을 열어볼까?’ ‘365일 24시간 문을 여는 온라인 전시는 어떨까’란 물음표에 나름의 답을 찾아나선다.
서울 잠실 파티룸&모임공간 맥스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하나로 엮은 색다른 미술 전시회를 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앤티크한 분위기의 실내와 자신의 작품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며 최 작가는 흡족해 한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지요. 다양한 사람들이 행복을 주제로 그린 내 작품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길 바랍니다.”
먹방에 이어 이제는 그림 앞에서 사진 찍는 ‘화방’이 새로운 트렌드. 일상의 예술에 적극적인 최 작가의 실험정신 덕분에 청춘들의 셀카 배경이 된 그의 작품은 온라인의 날개를 달고 널리널리 퍼져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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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최길수?
홍익대 광고멀티디자인학과 광고디자인 학사, 광고홍보 석사, 시각디자인 박사 수료. 경향신민사를 거쳐 현재 아시아경제신문사 디자인&미술기자, 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며 동덕여대 등 여러 대학에 출강중. ‘한잔의 행복’, ‘돼라! 돼라! 잘 돼라! 돼랑이!’ 캐릭터 브랜드를 만들어내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