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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라이터 Sep 06. 2017

일상의 예술 향해 뚜벅뚜벅! 멀티아티스트 최길수

[예술동물원 작가인터뷰 2] 인간과 동물의 공존 꿈꾸며...

 동행숲네트워크와 서울시 협치사업으로 예술동물원 아카데미에 이어 9월14일~9월21일 선유도공원 이야기관에서 '동물, 예술로 만나다' 展이 열립니다. 예술동물원 전시 참여 작가 릴레이인터뷰 두 번째 주인공은 최길수 작가입니다.



 최길수. 아시아경제신문사 현역 미술기자로,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 대학 교수로 세 개의 인생을 동시에 사는 멀티플레이어다.



 그를 만나기 전 작가의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먼저 훑었다. 약 5200개의 포스팅 속에서 최 작가의 작품들과 일상의 단상을 만날 수 있었다.  


<한여름밤의 꿈> 최길수 作

 

해맑은 표정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 화사한 색감 속에 녹아있었다. 따스하고 편안한 그림이다. 


<우리 같이 놀아요> 최길수 作


이 외에 디자인, 색채, 드로잉, 타이포그래피, 일러스트처럼 장르를 넘나드는 방대한 미술 자료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자기 방식대로 우직하게 한 걸음씩 전진하는 ‘아티스트 최·길·수’의 실루엣이 그려졌다.  

 


 ‘기자·작가·교수’로 세 개의 삶을 동시에

 최 작가의 하루하루는 오후 5~6시를 기점으로 기자에서 작가와 교수로 바뀐다. 석간신문 특성상 그의 하루는 남보다 이른 새벽 5시 즈음 시작된다. 숨 가쁘게 지면을 마감하고 교정까지 마치면 늦은 오후 무렵이면 퇴근할 수 있기에 잠을 줄여가며 세 개의 삶을 부지런히 오간다.


 “신문에 실리는 일러스트, 그래픽은 기사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풀어주는 보조 수단입니다. 반면 작품에는 담고 싶은 나의 메시지를 맘껏 표현하고 감성적으로 터치할 수 있어 매력적이죠.”


  이 같은 차이와 다름을 알기에 ‘미술기자 최길수’의 신문용 그림과 ‘최길수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은 그림체가 확연히 다르다. 물론 부단한 배움과 훈련으로 단련된 작가는 자유자재로 그림 스타일에 변화를 준다.


 “광고 멀티미디어를 전공한 대학시절 주로 디자인 작업에 집중했어요. 광고공모전에서 입상도 꽤 많이 했지요. 허나 2001년 첫 직장인 경향신문에 입사하니 당장 데드라인에 맞춰 각종 삽화를 그려야 했어요.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에는 크로키부터 시작해 그림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미술기자 일이 손에 익은 다음에는 자청해서 6년 넘게 신문 만평을 그렸는데 배운 게 많아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같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한 컷의 그림 속에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담는 게 만평이잖아요. 그림 실력뿐 아니라 시사적 사안에 대한 통찰력, 인문학적 소양까지 두루 필요했지요.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았지만요(웃음).” 


 한방은 없다. 매일매일 그리자!

 매일매일 시간과 싸워야 하는 15년 넘는 기자 생활의 이력과 자발적인 담금질 덕분에 그는 본인의 색깔과 의도대로 그림 스타일을 자유자재로 바꿀 줄 알며 손이 재빠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홍대에서 박사 과정 수료하고 숭의여대, 동덕여대, 세종사이버대, 경희사이버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내 작품’에 대한 열망이 점점 커졌다.


 “사이버대는 의사, 소방관, 직장인 등 다양한 직업군,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오랜 꿈이었던 그림을 제대로 배우겠다며 열정을 쏟지요. 에너지 넘치는 학생들 지켜보며 가르치는 나 스스로 솔선수범을 보이자 다짐하게 됐습니다.”

2016서울일러스트레이션 페어 전시 참여 / 오른쪽 위 작품 <돼지꿈> 2015서울일러스트레이션 공감위로전 당선작

 

내 작품의 호감기제는 ‘가족’

 그림 작업을 할 때 작가 자신에게도 가르치는 학생에게도 자신만의 ‘호감기재’를 찾으라 늘 강조한다. ‘보면 기분 좋아지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림’을 추구하는 최 작가의 호감기제는 가족이다.  


 특히 초등 3학년생인 외동아들 승민 군을 키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고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연에 눈을 돌리게 됐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연에 끌리고 동물을 좋아해요. 아들 그림 속에도 자연이 자주 등장하지요. 자연스럽게 내가 나고 자란 경기도 안성의 들판, 시냇물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화풍에 도 변화를 주게 되고요.”    최 작가가 예술동물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자연을 향한 이끌림 때문이다.


예술동물원 아카데미 시민과 함께하는 워크샵에서 전시 작품 발표


Q. 예술동물원 아카데미에서 얻은 작품의 영감은 무엇인가요?

 “먼 옛날 서울에도 야생동물이 살았는데 인간이 그들의 공간을 침범한 탓에 멸종됐다는 사실은 새로운 깨달음이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이었지요. 강의를 들으며 ‘공존’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습니다.”

<꿈+꿈> 최길수 作


Q. 전시에 선보일 작품이 궁금합니다.

 “예전부터 호랑이를 즐겨 그렸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야생동물인 호랑이에다 복을 준다는 돼지 이미지를 오버랩해 만든 ‘돼랑이’ 캐릭터에 애정이 깊습니다. 이번 선유도공원 전시에는 인간 옆에서 친구처럼 지내며 인간과 공존하는 호랑이를 선보일 겁니다. 또 ‘한강과 수달’을 테마로 한 5명의 작가와 연작 시리즈에도 참여합니다. 특히 호랑이 그림은 화풍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요즘 관심 갖는 장르가 아동미술입니다. 마음 가는 대로 자유분방하게 표현하는 어린이들 그림에는 날것의 순수함이 있어 자꾸 끌립니다. 야생동물 보호란 묵직한 메시지를 단순한 선과 화사한 색상의 아이 같은 그림체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내 쉴 곳은 어디 있을까요?> 최길수 作


Q. 24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협업 전시가 어떤 의미가 있나요? 

 “동일 주제를 작가들마다 개성, 감성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됩니다. 한편으로 긴장도 되고요. 특히 이번 전시는 ‘야생동물 보호에 관한 인식 개선’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는 만큼 관람객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Q. 작가 ‘최.길.수.스.타.일’이 궁금합니다.

  “내 삶과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투영하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습니다. 쉽고 간결한 그림체로 위트 있고 편안하게 내 생각을 담을 생각입니다.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삼시세끼 먹는 밥처럼 사람들에게 예술이 ‘일상의 밥’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집안 곳곳에 내 그림을 걸어 놓아요. 아내와 아들이 일상의 예술을 향유하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요. 우리 집이 갤러리인 셈이지요. 어린 아들과는 미술 전시회나 여행을 자주 다니려 애쓰고 있습니다.”


Q. ‘매일매일 뚜벅뚜벅’의 자세가 인상적입니다. 

 “작가는 경험치를 계속 확장시키는 동시에 하나로 모으는 응집이 필요해요. 예술동물원 프로젝트만 해도 내게는 색다른 경험이고  많은 공부가 되거든요. 살아보니 ‘한방에 되는 건 없구나’란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됩니다. 돌이켜 보면 퇴근 후 우직하게 스케치하고 그림 공부에 몰두한 지 10년 즈음되니까 여기저기서 콜이 오더군요. 중고교 벽화 프로젝트, DDP 전시, 달력 제작, 아트 상품 컬래버레이션 제의, 서울시 아트펜스 디자인 작업 의뢰, 잡지나 교과서에 카툰과 일러스트 연재, 포스터와 광고 작업까지 다양합니다. 이런 작업을 하나씩 해나가며 ‘내 것이 축적되는 걸’ 느끼지요. 행복도 노력해야 가질 수 있겠지요?” 


글 _ 오미정 (스토리라이터)

작품, 사진 _ 최길수 작가 (blog.naver.com/cks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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