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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박재관 Sep 02. 2023

행복할 순 없어도, 평화로울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 에크하르트 톨레

한참 깨달음이 목표였던 때가 있었다. 부처처럼 무언가 깨달아야 경지에 오른 거 같고 통찰력이 생길 것 같았다. 그런데 작가 채사장이 ‘세상 모든 고전과 깨달은 사람들이 말한 단 한 가지 진리는, 나와 우주는 하나(범아일여)이고, 모든 것은 다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일체유심조)이라는 일원론이다’라는 주장을 읽고 ‘깨달으면 뭐 하나?’라는 허무주의에 빠졌었다. 내가 곧 우주고, 다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이게 단 하나의 진리라고, 그럼 어쩌라고, 하는 삐딱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에크하르트 톨레는 이 책에서 이런 ‘마음은 내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번뇌와 고통에 빠져있는 마음은 진정한 내가 아니고 거짓된 자아 ‘에고'라고 말한다. 가만히 이런 ‘생각하는 자'를 유심히 지켜보면 그걸 지켜보는 더 높은 차원의 의식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차원 높은 또 하나의 의식이 본래의 나이고 진정한 자아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이런 여러 고통을 유발하는 ‘마음’은 과거와 미래에 살고 있고, 진정한 내가 아니므로, 그것을 지켜보고, 지금 현재,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이다. 즉 현존해야 시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고통을 바라볼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다. 현존이란? 존재가 스스로를 의식하는 것이고, 자신을 의식하는 의식이 ‘현존’이라고 말한다.


결국 자아는 하나가 아니고 둘이다. 거짓된 자아, 생각하는 자, 곧 마음인 자아가 있고, 그걸 지켜보는 본래의 나, 진정한 자아가 있다.


마음은 끊임없는 생각을 통해서만 유지된다.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를 살지 못하는 건, 내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이다. 마음은 그래야만 살 수 있다.


이것만 깨달아도 반은 왔다. 하지만 본질적인 변화는 마음이 아니라 몸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변화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몸을 통해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렇다 깨달음 그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다.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진정한 변화다.


그런데 당신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고, 다른 누구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변화를 위한 공간을 창조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나를 비우고, 다른 내가 그 공간을 채울 수 있게 끈기 있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뜻일까?


감정은 마음이 몸과 반응하여 일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감탄하며 읽었던 문구다. 감정은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슬프면 눈물이 나듯이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깨달음은 진정한 자아가 몸과 반응하여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깨달음은 시작이고 변화는 몸이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깨달음을 통해 몸이 받아들여야 평화로울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주장 같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관계'와 ‘성장'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다. 


한 때 행복은 관계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관계,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계는 항상 좋을 수가 없다. 특히 가까운 관계가 불행하면 모든 것이 불행해진다. 그것 때문인지 관계에서 구원을 추구하면 환멸을 맛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에 크게 동감했다. 관계는 행복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깨우침을 주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구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내가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꾸게 했다.


또 하나는 성장에 대한 관점이다. 성장이란 것은 좋은 것이며, 내가 추구해야 할 어떤 것이었다. 그래서 노력에 비해 성장하지 못한 것 같아 우울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영원히 성장할 수 없고, 만일 계속해서 성장한다면 기형적이고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성장에 집착하면 안된다.


어쨌든 내 생각에 거짓된 자아든, 진짜 자아든 다 나다. 중요한 건 인간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고통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고, 저자가 말했듯이 행복할 수는 없지만 평화로울 수 있다. 평화로울 수 있게 내 마음을 비우는 게 깨달음이고 진정한 변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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